40년 된 공장에 수상한 간판이…MZ·아재 홀린 '박봉담' 정체 [비크닉]
■ b.플레이스
「 “거기 가봤어?” 요즘 공간은 브랜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입니다. 단순히 물건을 판매하는 장소를 넘어 브랜드를 설명하고, 태도와 세계관을 녹여내니까요. 온라인 홍수 시대에 직접 보고 듣고, 만지며 감각할 수 있는 공간은 좋은 마케팅 도구가 되기도 하죠. 비크닉이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끄는 매력적인 공간을 탐색합니다. 화제의 공간을 만든 기획의 디테일을 들여다봅니다.
」

평일 오전부터 삼삼오오 차가 줄지어 한 부지에 들어섭니다. 이곳은 지난 2월 28일 정식으로 문 연 복합문화공간 ‘박봉담’인데요, 화성시의 옛 국순당 화성양조장이자 국민 전통주로 유명한 ‘백세주’의 탄생지를 리노베이션 한 공간입니다. 가오픈 기간 3주간 2만 명이 다녀갔고 정식 오픈 뒤엔 하루 최대 1500명이 찾는 명소가 되었어요. 국순당은 1986년부터 2004년까지 여기서 백세주를 비롯해 쌀막걸리까지 다양한 전통주를 생산해 오다 2004년 강원도 횡성으로 확장 이전했습니다. 이후 20년이나 불이 꺼져 있었지만 여기 어르신들은 여전히 ‘국순당양조장’으로 기억하고 있죠.
그런데 지난해 낙후된 공장 위로 박봉담이라는 간판 하나가 세워졌습니다. 지역민들의 궁금증도 날이 갈수록 커졌는데요. 지난 2월 초 가오픈(임시 개업) 소식이 알려지면서 입소문만으로 사람들의 발걸음이 줄을 이었어요. 박봉담은 전체 대지면적 1만3200㎡(약 4000평) 규모의 술 복합문화공간으로 연구소·수제양조장·키친·보틀샵·스마트팜·다목적 문화공간을 갖춘 신개념 공간으로 변신해 손님들을 맞았습니다. 전통주는 고지식하다는 선입견을 깨고, 혁신적인 공간 디자인과 먹을거리, 술을 매개로 하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이 주효했죠. 박봉담을 찾아가 단숨에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한 비결을 자세히 들여다봤습니다.

━
양조장이 공장 아닌 ‘공원’ 자처한 이유
사람 이름 같기도 한 박봉담의 유래는 어디서 왔을까요. 양조장 부지 근처에는 봉담호수공원을 비롯해 크고 작은 공원들이 분포해 있습니다. 봉담의 공원(파크, park)이 되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파크 봉담’이 됐다가 한국식 성을 붙이게 된 거죠. 공간마케팅팀 홍기준 팀장은 공원 같은 공간을 기획한 배경에 대해 “기존 양조장은 제품을 만들어 영업이나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에게 전하는 ‘생산 시설’의 역할인데, 앞으로의 양조장은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 냄새 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관계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의 미학
옛 양조장 터의 흔적은 살리되 각 공간의 기능에 맞게 재건축한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주차장 부지에 남겨진 양조장 창고는 내부 공간만 철거하고 옛 국순당 로고가 그려진 외관과 기둥은 그대롭니다. ‘풍류정’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죠. 돌계단을 따라 오르면 생산공장으로 쓰였던 큰 건물 두 개와 연구소가 눈에 띕니다. 1986년 설립된 ‘국순당연구소’는 우리나라 전통주 개발에 큰 역할을 했는데요. 이번 리노베이션을 계기로 다시 이곳으로 옮겨와 술 연구는 물론 술과 관련된 식문화 연구에 돌입했습니다. 예전과 다른 점이라면 새롭게 개발 중인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소비자에게 빠르게 선보이며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죠.

생산 공장이 있던 건물은 카페 겸 레스토랑과 스마트팜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외관은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면서 기존에 있던 기둥과 보 등 건축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습니다. 내부는 나무 소재의 계단과 카운터·테이블·의자들을 배치했고요. 건물을 철거하면서 발견한 자재 인양구의 모습에서 모티프를 얻어 천장은 과감하게 노출했습니다. 그렇게 조성된 중앙 정원 덕분에 건물 어디서든 계절감을 느낄 수 있죠. 공간 디자인을 담당한 더퍼스트펭귄 최재영 대표는 “오래된 양조장이라는 장소 특수성이 중요했다”면서 “시간이 스민 공원만의 역사성과 정취가 있는데, 박봉담 역시 ‘오래된 공원이자 오래될 공원’으로서 시간과 함께 익어가는 공간으로 그렸다”고 말했습니다.
MZ부터 아재 입맛까지 사로잡은 막걸리 술빵
200석 규모의 카페 겸 레스토랑인 ‘박봉담키친’ 메뉴는 ‘빵·풀·술’로 꽤나 직관적입니다. 그중 베스트는 이곳에서 자체 개발한 ‘박봉담 술빵’입니다. 기존 술빵보다 쫀쫀하고 밀도 높은 식감을 자랑하죠. 여기에 막걸리로 만든 커스터드 크림을 곁들여 먹습니다. 기본 맛 이외에도 고추장·올리브·버섯·바질·고구마·감자·흑임자·초코크림 등 다양한 옵션을 갖춰 고르는 재미가 있어요.

막걸리 효모로 발효시킨 빵으로 만든 샌드위치도 인기 메뉴 중 하나인데요, 방문객들은 “막걸리를 내세운 다양한 메뉴들이 매력적”이라는 평입니다. 양조장에서 갓 내린 시음도 좋지만 술을 매개로 다양한 음식과 문화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죠.

공간을 지나다니다 보면, 스마트팜에서 자라는 채소를 볼 수 있습니다. 음식에 쓰이는 풀 메뉴는 내부 스마트팜인 ‘팜업’에서 키워요. 약재나 곡물 등 술을 빚는 원재료에 대한 관심이 높은 브랜드가 채소와 같은 농작물로 뻗어나간 시도입니다. 물론 탄소배출 없이 신선한 채소를 바로 조달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고요.

맥주·와인·데킬라까지? 전통주 회사가 딴눈 파는 이유
박봉담키친 1층에는 소규모 양조장인 ‘박봉담양조장’이 있습니다. 개방형으로 설계되어 유리창을 통해 술빚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데요. 전통주만 만드는 게 아니라 탁주·청주·약주는 물론 맥주까지 만듭니다. 3월부터 출시하는 ‘K맥주’는 우리나라 지역 재료를 활용해 라거부터 페일에일, IPA까지 다양한 종류로 선보일 예정입니다. 물론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제품을 선보이죠. 200~300리터의 소규모 탱크를 여러 개 갖춰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승부를 본다는 전략입니다.

현재 국순당의 목표는 1년간 100여 개의 다양한 술을 선보이는 것이라고 해요. 그래서 다양하게 적용될 병 라벨 디자인까지 개발해 뒀습니다.

‘박봉담보틀숍’에서는 전통주 명가로서의 남다른 행보도 엿볼 수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술도 병행 수입하는 건데요, 세계의 좋은 술을 보고 눈을 키우고 연구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해요. 막걸리뿐 아니라 와인과 데킬라까지 다양한 술을 판매하는데, 크랑 크뤼 와인, 컬트 와인을 포함한 세계 명주 중 국순당이 선별한 800여 종의 ‘좋은 술’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박봉담은 올해 하반기부터 전통주 테이스팅이나 양조장 투어, 와인 클래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해요. 좋은 술과 맛있는 음식 그리고 즐거운 문화생활이 어우러지는 술 복합문화공간의 다음 행보가 궁금해 집니다.

이소진 기자 lee.sojin2@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여성 외도 어마어마해졌다"…'이혼숙려 쌤'이 본 최악 부부 | 중앙일보
- 아내 손발 묶고 성인용 도구 꺼냈다…"바람 피웠지" 잔혹남편 만행 | 중앙일보
- 이수근·이무진 '녹화 불참 선언' 철회…KBS와 갈등 봉합하나 | 중앙일보
- 영업 끝난 노래방서 부둥켜안은 중년 남녀…자세히보니 충격 | 중앙일보
- 미 배우 부부 사망, 비극적 전말…"치매로 아내 사망 인지 못해" | 중앙일보
- 여장교 속옷서 DNA 나왔다…'성폭행 미수 발뺌' 공군 대령 결국 | 중앙일보
- "신체 아닌 장비 삽입"…'환자 간음' 산부인과 의사 DNA 나왔다 | 중앙일보
- "저게 현실" "박탈감 느껴"…이수지가 쏜 대치맘 패러디 후폭풍 | 중앙일보
- "이건 아니죠! 당장 그만두시길"…신애라 분노케 한 광고 뭐길래 | 중앙일보
- 살인 미수로 잡히자…보석금 2억 내고 풀려난 왕대륙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