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학의 아버지'도 인정한 나비 연구 소설가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기자말>
[이상헌 기자]
"러시아에 혁명이 없었다면 전적으로 나비에 헌신했을겁니다... 결코 소설을 쓰지 않았을 것입니다"
롤리타(Lolita)하면 떠오르는 작가, 러시아계 미국인 블라디미르 나보코프(Vladimir Nabokov)의 말이다. 그는 롤리타로 부와 명성을 얻었고 나비를 쫓다 생을 마감했다.
블라드미르는 어린 시절부터 자연사에 대한 애정을 키울 수 있었다. 그의 아버지(V. D. 나보코프)가 러시아의 명문 귀족 정치인이자 열정적인 나비 수집가였기 때문이다. 나보코프의 저택에는 세계 각국에서 출판된 나비학 서적이 가득했다.
V. D. 나보코프는 서구식 자유주의와 입헌군주제를 공개적으로 지지했기에 감옥에 갇힌다. 석방 후 케렌스키 임시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볼셰비키 혁명이 발발한다. 그는 일가족을 이끌고 유럽으로 망명을 떠나지만 독일에서 살해 당한다. 블라드미르의 삶에서 가장 절망적인 사건이었다.
나보코프는 생계를 위해 여러 직업을 전전하다가 아내 베라 슬로님(Vera Evseevna Slonim)을 만난다. 그이의 옆에는 항상 베라가 있었다. "아내가 아니었다면 나는 책을 한 권도 못 냈을 것이다." 나보코프가 입버릇처럼 했던 말이다. 태워 버리려고 했던 롤리타 원고를 살려낸 것도 베라였다.
대륙을 넘어온 나비로 빼어난 성과를 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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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큰홍띠점박이푸른부전나비. '블루(Blue)'라고 칭하는 부전나비아과(Polyommatinae)의 한 종. |
| ⓒ 이상헌 |
블라드미르는 1942~1948년 까지 '블루(Bule)'라고 칭하는 부전나비 표본을 다루면서 눈부신 업적을 쌓는다. 그가 명명한 몇몇 속명은 분류학의 역사로 남아 후속 연구자들에게 길을 내주었다. 겨우 연봉 1천 달러를 받으면서 이루어낸 성과다.
예일대 진화유전학 교수인 찰스 레밍턴(Charles Lee Remington)은 현대 나비학의 아버지로 여겨진다. 그는 블라드미르의 연구를 '전적으로 독창적인' 것으로 평가한다. "나보코프가 틀에 박힌 대다수 분류학자들이 추정하는 주류에서 대담하게 벗어났다"고 지적한다.
나보코프는 18편의 논문을 발표하며 '남아메리카의 부전나비(Polyommatinae)는 천만 년에 걸쳐 남아시아에서 이동해 온 결과'라는 주장을 펼쳤다. 누구도 생각치 못한 담대한 의견이었기에 곤충학계는 그를 아마추어라고 폄훼하면서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설가이기에 나비학자라 할 수 없고 비전공자이므로 과학자가 될 수 없다는 편견이었다. 이와같은 제도권의 낙인은 블라드미르 사후 반세기나 이어지다가 2011년에 정당한 평가가 이루어진다. 하버드 생물학과 교수 나오미 피어스(Naomi E. Pierce) 연구팀이 유전자 염기서열 분석으로 나보코프의 가설을 확증했다.
롤리타의 성공으로 유명세를 타고 질시를 받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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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독자를 바라보는듯 한 나보코프. 필립 할스만(Philippe Halsman)이 찍은 사진을 매그넘(Magnum Photos)과 한국 에이전트 (주)유로포토(Europhotos)의 협조를 받아 게재합니다. |
| ⓒ Halsman,Magnum/Europhotos |
노년의 나보코프 부부는 스위스로 이주하여 틈이 날 때마다 나비 채집에 몰두했다. 76세의 정정했던 블라드미르는 다보스 산맥에서 혼자 채집을 하다가 가파른 산길을 구른다. 병원으로 옮겼지만 이어지는 발열과 감염증으로 얼마 후 세상을 떠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30일 후 개인 홈(www.daankal.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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