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부 정적 색출하려 국민 약속 깼다는 이 대표, 사실인가

2025. 3. 7. 00:3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오찬 회동 중 박용진 전 의원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체포동의 관련, “당내 일부와 검찰이 짠 것”


가결자 파악하려 ‘불체포특권 포기’ 번복했다니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자신의 체포동의안 국회 가결을 두고 검찰과 민주당 의원 일부가 공모한 일이라고 주장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그제 방송된 한 유튜브 채널에서 “체포동의안 통과는 예상한 일이었다”며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다 짜고 한 짓”이라고 했다. 발언 근거에 대해선 “짰다는 증거는 없고 추측”이라고 했다. 당내 인사들을 저격한 사실도 충격적이지만, 추측만으로 이런 얘기를 꺼낸 이 대표의 의도가 의아하다.

당시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은 민주당 내부에 큰 상처를 남겼다. 불과 석 달 전 국회 대표연설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던 이 대표는 정작 체포동의안 표결 상황이 닥치자 “가결은 정치검찰의 공작수사에 날개를 달아줄 것”이라며 당에 부결을 요청했다. 여론의 비판이 거세진 가운데 민주당 의원 약 30명이 찬성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그러자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은 어디로 갔는지 당내에서 ‘가결파’ 색출이 벌어졌고, 강성 지지층 ‘개딸’들은 “가결표 던진 의원을 끝까지 추적해 정치 생명을 끊을 것”이라고 나섰다.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으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비명(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줄줄이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돌았다.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된 이후 이 대표는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김부겸 전 국무총리와 박용진 전 의원, 김경수 전 경남지사 등 비명계 인사들을 만나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발언으로 진의를 의심받게 됐다. 비명계 학살로 여겨진 공천 탈락에 대해선 “경선을 했는데 당원들이 다 가려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엊그제까지 화합을 얘기하더니 돌연 반대파 축출을 자랑스럽게 얘기하는 이 대표의 진심은 무엇인가.

“통합 행보는 쇼였나”(낙선자 모임 초일회), “통합을 시대정신으로 제시해 놓고 당내 분열부터 조장하는 이 대표의 본모습은 무엇인가”(김두관 전 의원)라는 비난이 쏟아지자 이 대표는 “이미 다 지난 일”이라며 봉합에 나섰다. 그러나 최근에도 반도체특별법이나 추경을 놓고 입장이 수시로 바뀐 이 대표가 뱉은 말을 주워 담긴 어려워 보인다. 일각에선 오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판결을 앞두고 당내 반대파에 경고한 발언으로까지 해석한다.

가장 우려스러운 대목은 당시 부결을 요청한 이유가 가결 의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의 부결 요청은 ‘불체포특권 포기’라는 대국민 약속을 파기한 처사였다. 그 이유가 고작 자신의 정적을 알아내기 위해서였다는 말인가. 당내 반대파 색출을 위해서라면 국민과 한 약속쯤은 손바닥 뒤집듯 번복해도 그만이라는 이 대표 생각이 지금도 그대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