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 금융시스템...금융이 비생산적 부문으로만 흘러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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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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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에 앞서 참석자와 대화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최 권한대행, 김병환 금융위원장 |
| ⓒ 연합뉴스 |
하지만 2025년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이러한 기능을 적절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한국의 금융시스템은 그동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규모를 확장했지만, 성장에는 기여하지 못하고 자산 불평등을 확대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금융사는 역대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향유하고 개개 금융사의 건전성은 제고되었는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경제성장을 유도하고 가장 생산적인 부문으로 자금이 흐르도록 돕고 있지 못한다. 오히려 금융시스템 내 금융자산은 매우 비생산적 부문으로 흘러가고 있다.
여기서 생산적이라는 것은 생산과 투자, 고용, 구매 등 기업 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자금을 말한다. 그렇지 않은 부문은 비생산적이라 할 수 있는데, 비생산적인 부문이라 해서 모두 사회적으로 유용한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가계대출을 통해 고등교육을 받는 데 도움을 줌으로써 개인의 노동생산성을 향상에 기여하는 금융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 하지만 소유권 거래와 관련된 부문에 투입되는 자금은 비생산적이다. 아파트를 짓는 데 처음 들어가는 자금은 생산적이다. 건축자재를 구입하고, 건설노동자 임금으로 지급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지어진 아파트를 구매하는 데 들어가는 대출은 GDP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비생산적인 소유권의 이전이다.
상장이나 신주발행 시 주식매입 대금은 생산적이지만, 2차 유통시장에서 거래되는 증권의 소유권 이전을 돕는 금융은 그 거래가 자주 일어나고 거래 규모가 커지더라도 사회적으로 유용하지 않다. 물론 유통시장이 있기 때문에 발행시장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아무튼 이러한 과정을 거치며 금융자산 규모는 커진다. 금융기관 간 거래, 파생상품 발행과 판매가 계속되면 실물자산 증가와 관계없이 금융자산 규모는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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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가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구입·전세자금 정책대출 금리를 수도권에 한정해 0.2%포인트 올린 2월 23일 서울 한 은행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안내문이 붙어있다. |
| ⓒ 연합뉴스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나라에서 자국 금융시스템에 대한 반성이 있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이나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 금융기구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에 사용되는 가계부채의 과도한 증가가 결국 금융위기를 야기함으로써 마이너스 성장을 초래하고, 자산 불균형을 확대시킨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가계부채 비중이 높았던 미국이나 영국을 비롯한 대부분의 OECD 회원국이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을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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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 한국과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1995~2024) |
| ⓒ BIS statistics |
한국 금융의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비즈니스모델은 2025년 한국경제에 두 가지 도전과제를 던지고 있다.
첫째는 무엇보다 극심한 자산 불균형이다. 가계부채 대부분이 주담보대출 형태로 이뤄짐에 따라, 다시 말해 금융자산의 증가가 사회적으로 유용하지 않은 부문으로 집중됨에 따라 특정 지역 부동산가격이 폭등하게 되었다. '2020년 이전에 강남 지역 아파트를 샀는지' 여부가 사회적 신분을 결정짓게 되었다.
둘째는 가계소득 대비 부채원리금 상환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처분가능소득이 줄고 국내 소비를 위축시켜 저성장을 가져온다. 1천만 명 소상공인의 어려움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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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 연도별 가계대출 증가 추이 자료: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2023년 중 가계대출동향(잠정)’(2024. 1. 10) *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의 출처는 IMF Household Debt, Loans and Debt Securities. |
| ⓒ 금융위원회 |
왜 그랬을까? 그것은 민간은행을 중심으로 형성된 사적 이익추구(자산의 확대와 막대한 이자이익의 창출)에 대한 공공 통제가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개발독재 시절의 관치금융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공공 통제의 강화를 가로막은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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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이 2월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5년도 가계부채 관리방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금융시스템의 핵심 요소인 금융인프라(감독과 규제 포함)를 운영하는 '모피아'(과거 재무부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금융산업이 추구해야 할 적절한 생산적 중개 기능의 필요성과 민간 금융사의 사적 이익 극대화 사이에서 줄타기하며 '금융 관료 집단(+금융감독원 출신자)의 은퇴 후 고수입 보장'이란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IMF 외환위기 이전에는 은행을 억압(financial repression)하는 방식으로 국가의 개발 목표를 추구하며 자신의 집단적 이익을 관철시켰다면, 외환위기 이후에는 금융사의 사적 이익에 편승(regulatory capture)하면서 집단의 이익을 유지해 오고 있다. 그 결과가 금융시스템의 비생산적 작동이다.
국민, 신한, 하나, 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총자산은 2024년 9월 말 현재 2420조 9000억 원이다. 2023년 명목 GDP 2236조 3000억 원의 108%에 달한다. 4개 은행의 자기자본금은 128조 4046억원에 불과하다. 자기자본금 대비 19배에 달하는 대출(신용창출)을 하고, 예대마진(예금과 대출의 금리차)으로 역대 최고의 수익을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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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용기 / 생산과포용금융연구회 대표(아주대 교수) |
| ⓒ 김용기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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