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韓 벤 애플렉' 될까? 3번째 연출작 '로비'로 증명할 감독 역량

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2025. 3. 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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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하정우 / 사진=스타뉴스 DB

배우 하정우가 클린트 이스트우드, 벤 애플렉처럼 배우와 감독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다. 벌써 세 번째 연출작을 내놓는 하정우는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 때 보여줬던 독창성을 '로비'에서 더 다층적으로 진화시켜 더 강렬하고 입체적인 영화를 보여줄 전망이다.

하정우는 4일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진행된 영화 '로비'의 제작보고회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하정우는 "배우 입장으로 개봉을 앞둔 것보다 감독으로 개봉을 앞둔 것이 더 긴장되고 싱숭생숭하다"라며 "세 번째 작품을 연출하기까지 오래 걸렸다. 고민이 많았지만 이건 무조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로비'는 연구밖에 모르던 스타트업 대표 창욱(하정우)이 4조 원의 국책사업을 따내기 위해 인생 첫 로비 골프를 시작하는 이야기를 그리는 블랙 코미디다. 기술력으로만 승부를 보려던 주인공 창욱이 로비력으로 승부 보는 라이벌 회사 대표 광우(박병은)에게 밀리면서 회사가 재정적 어려움에 부닥치게 되고, 마음이 다시 먹고 생애 최초로 로비 골프의 세계에 입문하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다룬다. 접대가 처음인 신입 로비 팀과 접대가 일상인 베테랑 로비팀의 각각 다른 로비 방식을 펼칠 예정이다.

하정우 / 사진=스타뉴스 DB

하정우는 '로비'에 대해 "골프 아닌 로비에 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골프장이란 공간이 광활하지만 은밀하다. 플레이어와 캐디가 넓은 골프장에서 은밀하게 사생활을 보호받으면서 게임이 이뤄진다. 아무도 들여다볼 수 없는 공간이라는 게 흥미로웠다. 블랙코미디 요소에 적합하단 생각이 들어 골프장을 배경으로 선택했다. 골프로 인물들의 이면과 목적 달성 방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로비'는 '롤러코스터'(2013), '허삼관'(2015)을 이은 하정우의 세 번째 연출작이다. 감독 복귀는 무려 10년 만이다. 그는 "연출자로서 내가 뭘 잘할 수 있을지 수년간 고민하고 생각했다. 그러다 '난 블랙코미디가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물들이 모여 각자의 생각과 욕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제겐 가장 흥미가 당기고 이야기하고 싶은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하정우의 말마따나 '로비'는 제목 자체로 블랙 코미디적 풍자가 짙게 묻어난다. 로비는 현대 사회에서 권력과 이익이 교차하는 복잡한 메커니즘을 함축하는 단어다. 누구나 알고 있지만 쉽게 말할 수 없는 이 주제를 하정우는 골프라는 매개에 빗대어 유머러스하면서도 현실적인 방식으로 풀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하정우 / 사진=스타뉴스 DB

특히 할리우드에서는 아카데미(오스카)에서 감독/작품상을 받은 클린트 이스트우드, 벤 애플렉과 같은 배우 겸 감독들이 오랜 시간 명성을 쌓아왔다. 이들은 연기뿐만 아니라 연출에서도 뛰어난 재능을 발휘하며 작품성과 흥행을 모두 거머쥐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배우 출신 감독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연기와 연출을 동시에 해내며 꾸준히 성과를 내는 사례가 드문 만큼, 하정우의 행보는 더욱 의미가 크다.

하정우는 이미 배우로서 톱클래스에 올라섰음에도 불구하고, 연출자로서도 끊임없이 도전하며 자신의 창작 영역을 확장해 나가려는 모습이다. 창작에 대한 열망과 영화에 대한 깊은 애정에서 비롯된 행보이기에 더 미더운 시선이 쏠린다. 그는 "창작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한다. 그게 무의식적으로 생존 신고를 한다고 생각한다. 창작은 인간이 가장 사치스럽게 노는 놀이가 아닌가 생각한다. 그 활동이 날 만들어온 모든 거로 본다. 그게 나의 전부이고 살아가는 이유"라며 "'로비'는 골프를 몰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다.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다들 로비를 하면서 살아간다. 그러니 골프 영화로 오해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기대를 당부했다.

연기와 연출을 모두 소화할 수 있는 배우 출신 감독의 활동은 침체기인 한국 영화 산업에서 새로운 차원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이미 해외의 성공적인 사례들이 많듯, '롤러코스터'로 충분한 가능성을 보여준 하정우가 '로비'로 다시 한번 연출자로서의 진면목을 증명하고 한국 영화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지 주목된다.

하정우가 감독과 주연을 맡고 김의성, 강해림, 이동휘, 박병은, 강말금, 최시원, 차주영, 박해수, 곽선영 등이 출연하는 '로비'는 오는 4월 2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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