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규의 글로벌 머니] “AI 버블 파열이 달러 20% 급락 부른다”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잇단 경기침체를 뜻하는 ‘더블딥(Double Dip)’을 만들어 유행시켰다. 몇 해 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연방준비제도(Fed) 이코노미스트로서 악재가 연거푸 엄습하는 상황에 예민해져 그런 조어(造語)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이런 그가 AI 거품 붕괴와 달러 급락을 경고하고 나섰다. 중앙일보와 화상 인터뷰에서다. 그의 경고는 직설적이었다. 그는 올해 여든 살이다. 이코노미스트로서 황혼기다. 과감함보다는 신중함을, 직유보다는 은유를 선호할 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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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 인터뷰
M7 주가 닷컴 버블보다 치솟아
AI붐 일본식 과잉 설비투자 닮아
관세전쟁도 달러 급락 부추길듯
」
요즘 AI는 과잉 투자

Q : AI와 달러는 현재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확실한 것”이라고 하는데, 가격이 붕괴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코노미스트로서 그동안 쌓아온 명성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을 한 이유가 무엇인가.
A : “내 이코노미스트 이력은 Fed에서 시작됐는데, 이때부터 통념을 다시 생각해 보는 책임감을 갖고 지냈다. 군중심리가 중요한 점들을 놓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 경력의 황혼기다. 이코노미스트로서 내 경력이 얼마나 더 이어질지 모르지만, 본분을 다하려고 한다.”
Q : ‘군중심리’란 말을 했는데, 정보가 실시간 공유되는 21세기에도 ‘군중심리’란 고전적인 개념이 적절할까.

A : “AI 관련 종목의 주가 흐름 등에서 1840년대 사람인 찰스 맥케이가 『대중의 미망과 광기(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사진)』란 책에서 경고한 특징과 일치하는 현상이 엿보인다.”
Q : 환상이 어느 정도길래 그런가.
A : “‘매그니피센트7(M7)’로 불리는 AI 관련 일곱 종목(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MS, 엔비디아, 테슬라)의 주가를 지수화해 닷컴 거품과 비교해봤다. M7 주가는 2022년 12월을 1로 봤을 때 현재 3.5배나 치솟았다. 닷컴 거품의 절정보다 더 치솟은 것이다. 이보다 더 AI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보여주는 지표가 따로 있을지 의문이다.”
Q : 주가가 급등했다는 사실만으로 이코노미스트가 경고하고 나서지는 않았을 것 같다.
A : “맞다. AI 기업들이 1980년대 후반 일본 기업들이 빠진 환상에 젖어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일본 기업은 ‘게이레츠(계열) 체제’였다. 지분을 서로 보유했다. 이들 경영진은 설비투자→주가 상승→추가 설비투자로 이어지는 환상에 빠져 있었다. 투자가 순이익을 얼마나 증가시켰는지 등은 따져보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요즘 AI 기업들이 엄청나게 많은 돈을 머신러닝과 데이터 저장시설에 쏟아붓고 있다.”
AI 거품은 트럼프 현상

Q : 지금 AI 열풍이 일본의 ‘가미카제 버블’과 유사하다고 했는데, 한 걸음 더 들어가 보고 싶다. 일본의 과잉 투자가 긴 숙취현상(hangover)을 일으켰다. AI는 미국 등의 거시경제에 어떤 충격을 줄까.
A : “거시경제적 후유증, 예를 들면 경기 침체 같은 일이 AI 버블이 붕괴한 뒤에 일어날 수 있다고 추정한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그렇게까지 끌고 가고 싶지 않다. 기자도 금융 버블을 공부해 봐서 알겠지만, 17세기 네덜란드 튤립 버블 이후 모든 거품은 파열했다. 하지만 버블이 언제 어떻게 파열할지는 알기 어렵다는 게 비극이다.”
Q : 앞서 정치적 프레임으로도 시장을 살핀다고 했는데, AI 붐을 정치적 시각으로 보면 어떤가.
A : “요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캠페인을 주도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 등 트럼프 행정부 사람들이 AI와 가상자산 부문에서도 미국의 패권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정치적 행위와 분위기가 AI에 대한 대중의 광기를 부채질하고 있다.”

로치 교수는 “M7 종목의 주가 상승분을 빼면 뉴욕 증시의 주가는 사실상 횡보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소수 종목의 급등 때문에 증시가 호황으로 비치는 현상을 집중화라고 한다.
Q : AI 버블 붕괴를 경고한 글에서 예고한 대로 달러 가치 급락을 예측했다.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지만, 2021년 달러 급락을 예고한 뒤 달러 가치가 얼추 20% 뛰었다. 그런데도 다시 달러 위기를 경고했다. 배경이 궁금하다.
A : “미 총저축-경상수지 적자 사이의 격차가 너무 벌어지고, Fed의 긴축 가능성이 작아 현재 고공 행진하는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런데 최근 AI 버블이란 변수가 눈에 들어왔다. AI 주가가 붕괴하면 글로벌 자산시장이 요동하는데, 안전한 자산이란 달러도 예외일 수 없다고 본다.”
달러, 이번엔 안전자산 아냐

Q : 금융위기 등 자산시장이 요동하는 순간엔 글로벌 머니가 피난처를 찾아 달러로 몰려들어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현재까지의 불문율인데.
A : “이코노미스트가 하기엔 조심스러운 말인데,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s different). 주요 버블(AI)이 붕괴하는 순간 시장 참여자들이 또 다른 고평가 자산(달러)을 피난처로 여길지는 논란이다.”

Q : 다른 이코노미스트들은 트럼프의 관세전쟁 탓에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A : “그런 접근법은 피상적이다. 관세전쟁은 치고받기식(tit-for-tat)으로 이뤄진다. 트럼프가 관세 공격을 하면 상대국도 관세율을 올린다. 미국 등 글로벌 경기가 둔화한다. 달러 수요가 줄어든다. 달러 가치가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Q : 달러 가치는 얼마나 떨어질까.
A : “달러 붕괴에 대한 내 예측이 빗나가 조심스러운데, 달러 지수를 기준으로 20% 정도는 추락할 전망이다. 언제부터 떨어질지는 말할 수 없다.”
◆스티븐 로치=시장의 통념을 거스르는 분석과 예측으로 유명하다. 이전 인터뷰에서 “(웃으며) 통념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세대라서 소수 의견을 즐겨 낸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2차대전 직후에 태어난 세대가 반항적이라는 평을 듣는다. 로치는 1945년 9월에 태어나 위스콘신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를 거쳐 1972~79년에는 Fed 이코노미스트로 일했다. 2007년부터 모건스탠리 아시아 회장을 지냈다.

더중앙플러스 글로벌 머니(https://www.joongang.co.kr/plus/series/110)에선 다양한 해외 전문가의 인터뷰를 보실 수 있습니다.
강남규 국제경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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