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장산에 의문의 바위 배열이…“전문가가 현장 찾아 제대로 된 검증 해달라”
“프랑스 카르나크 열석이나 영국 스톤헨지에 버금가는 선사시대 흔적일 수 있어요.”
지난달 28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장산 해발 130m 지점. 등산로를 벗어나 각종 나무를 헤집고 20분 동안 걸은 뒤 마주한 수십 개의 바위를 가리키며 옥숙표 씨(79)는 이렇게 말했다. 성인 가슴 높이의 바위들은 누군가 인위적으로 세워놓은 것처럼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 있었다. 마치 묘지 앞 비석처럼 면이 평평했으나 표면에는 글자나 그림 같은 것이 새겨져 있지는 않았다.
기자는 이날 옥 씨와 함께 3시간 동안 일대를 돌았는데, 이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바위를 확인할 수 있었다. 성인 키보다 큰 바위도 곳곳에 있었는데, 어김없이 한쪽 면은 누군가 칼로 자른 듯 반듯했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흘렀다는 것을 가늠하게 하는 짙은 녹색의 이끼가 바위에 잔뜩 끼어있었고, 바위를 손가락으로 세게 누르자 잘게 가루로 부서졌다.
53사단 군부대 근처에 있는 이곳은 등산로와도 떨어져 있어 일반인이 쉽게 찾을 수 없는 곳이다. 옥 씨는 36년 동안 다녔던 직장에서 퇴직하고 약 15년 전부터 취미로 집 근처인 장산 구석구석을 누비기 시작했다. 그러다 일대 환경을 보존하겠다는 뜻을 세워 ‘장산 반딧불이 보존동아리’에서 습지보존위원장을 맡아 부산시에 항공방제 중단을 촉구하는 활동을 펼쳐왔다. 실제 항공방제가 중단되자 더 많은 반딧불이가 찾아오고 청정지역에만 사는 희귀 조개류인 ‘산골조개’ 등이 장산 습지에서 발견됐다는 것이 옥 씨의 설명이다.
옥 씨는 장산의 ‘이산(李山)표석’을 전수 조사했던 인물로 지역에서 유명하다. 이산 표석은 장산 일대가 조선 이 씨 왕실의 소유임을 나타내려고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사각기둥 형태의 화강암에 ‘李山’이라는 한자가 음각돼 있다. 향토사학자가 이 일대에서 17개를 최초 발견했으며, 옥 씨는 최근까지 150여 개를 더 발견했다.
전문가들은 세밀한 현장 조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현장 사진을 확인한 황평우 한국문화유산정책연구소장은 “사각기둥 형태의 바위는 과거 성벽을 축조할 때 성벽이 무너지지 않도록 흙과 돌 등을 지탱하던 ‘석정(돌못)’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연대는 조사가 필요하지만 삼국시대에서 조선 전기 사이에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며 “기회가 된다면 현장 확인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40년 넘게 석공으로 활동하며 국내 문화재 보수 등에 참여했던 김종승 씨(67)도 “자연석이 아니라 누군가 도구를 이용해 바위를 가공한 것으로 보이며 수천 년이 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r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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