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좀 모자란 미키의 소통법, 사람 냄새나네

김아영 2025. 3. 2.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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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다루어진 주제를 말하면서도 '미키17'이 훈화 말씀처럼 고리타분하지 않는 까닭은 미키가 저항할 줄 모르는 덜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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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영화 < 미키 17 >

[김아영 기자]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죽음. 아무리 과학 기술이 발달해도 죽음이라는 화두는 쉽사리 지루해지지 않을 것이다. 식민지 행성을 개척하고자 떠난 사람들, 그 속에서 미키는 아주 특별한 임무를 맡았다. 바로 실험체가 되는 것. 미지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 온몸으로 정보를 수집하고, 연구진이 만든 약물을 몸속에 투여하여 부작용을 확인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계속 죽어난다. 하지만 이를 안타까워하는 사람은 없다. 다시 '프린트하면' 되니까.

아, 정확히 말하면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없는 게 아니라 '아까워하는' 사람이 없다. 그곳에서 미키는 소모품이다. 진보한 과학 기술 앞에서 하나뿐인 목숨이라는 수식어는 진부하고 무용하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가 유용하게 쓰이는 모습을 우습고도 슬프게 보여준다.

죽는 기분
 <미키 17> 스틸
ⓒ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죽는 건 어떤 기분이야?"

미키가 질리도록 듣는 질문이다. 고백하자면 나라도 미키에게 그 말을 묻지 않고는 못 배길 것이다. 사람들은 16번이나 죽으면 죽음이 익숙해질 거라고 넘겨짚는다. 하지만 미키는 매 순간 죽음 앞에서 두려움을 느낀다. 복제인간이라도 인간은 인간일 뿐이라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는 순간이다.

오래전부터 다루어진 주제를 말하면서도 '미키17'이 훈화 말씀처럼 고리타분하지 않는 까닭은 미키가 저항할 줄 모르는 덜떨어진 사람이기 때문이다. 쉽게 사과하고 쉽게 당하고 피해의식조차 없다. 보고 있으면 미키를 대변해 주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하다. 다행히도 미키의 여자 친구 마샬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준다.

이 영화는 우리 모두 특별한 존재라고 말하지 않는다. 우리 다 지극히 평범하고 그래도 좋다고 말하는 영화다. 아니, 오히려 그래서 좋다고 말한다. 봉준호 감독은 이 영화가 발 냄새 나는 SF영화라고 말한다. 사람 냄새가 난다는 뜻이다.

미키가 무턱대고 익스펜더블에 지원하고 나서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지원서를 꼼꼼히 읽어볼 걸 후회한다거나, 기계에 미키의 생체 정보를 입력하기 전 뾰루지를 짠다거나, 게임에 정신이 팔린 직원 때문에 미키가 인쇄되자마자 미끄덩 바닥으로 떨어진다거나 등 박장대소가 아니라 소리 없는 미소를 부르는 장면이 초콜릿칩처럼 콕콕 박혀 있다.

이런 빈구석이야말로 이 시대에 가장 집중해야 하는 인간성이 아닐까. 완전무결한 이상향에 경도되어 사람을 숫자로 설명하는 방식은 고통을 불러올 뿐이다. 인간의 불완전함을 결핍으로 여기지 않고 그대로 이해하고 이해받아도 괜찮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바보'라는 말이 실은 가장 큰 애정 표현이라는 것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함께 사는 의미
▲ 미키17 예고편 멀티플이 된 미키 17, 18
ⓒ 워너브라더스
여기에 하나 더. 사람들에게 잡혀간 새끼 크리퍼 조코를 찾고자 비행선 주위에 몰린 수많은 크리퍼 떼는 우리가 함께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보여준다. 효율성을 따지는 사람에게 겨우 새끼 한 마리 때문에 종족 전체가 멸종될 위험에 몸을 던진다는 건 미련한 짓이겠지만 사실 이런 공동체야말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닌가?

앞으로 인류는 갈수록 심각한 생존 위기를 겪고 동시에 더 화려한 발전을 이룩할 것이다. 기존 윤리를 깨뜨리는 과감한 시도와 도전 끝에 파멸이 있을지 영예가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모든 순간에 공감과 연대를 한 순간도 놓지 않길 바랄 뿐이다.

두려울 게 없고 분별없이 날뛰는 '미키18'조차 모든 비극의 원흉인 마샬과 동반 자살을 시도하기 전 멈칫하는데, 그때 마샬은 죽음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똑같은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죽음이 있는 한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악수하려고 마주 잡은 손이 땀으로 축축하거나, 열변을 토하는 상대방의 침이 내 얼굴에 좀 튈 수도 있다. 그때마다 피식 웃을 수 있다면 그 소통의 끝은 결코 나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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