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리더라면…아우구스투스 황제처럼 [김성회의 리더십 코칭]

2025. 3. 2.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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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후 한 달, A상무는 매번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임원이 되면 통고받은 그날 하루만 기쁘다’란 말이 실감 난다. 똑같은 말과 행동에도 사람들의 해석이 달라졌다는 걸 체감한다. 예전 동료들과의 어색한 관계뿐 아니다. 자신이 잘 알던 A팀의 일과 잘 알지 못하는 이웃 부서 B팀의 일 조율에도 어려움을 겪는다. 해오던 일은 잘 알아서 불만이 생기고, 잘 모르는 일은 몰라서 불안하고 더 챙겨야 할 것 같다. 임원으로 한 직급 올라서는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해야 하는지 헷갈리기도 한다. ‘이 자리에 맞는 사람이 나일까’ ‘더 열심히, 다 잘하려고 이렇게 하는 게 맞는 걸까’ 하는 회의가 종종 들기도 한다. 누구에게 말할 수도 없고 갈수록 고민이 크다.

리더십 트랜지션, 새로운 리더로서 새로운 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은 기대와 부담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리더십 전환(Leadership Transition)은 단순히 직책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역할과 영향력이 변화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 어떤 리더가 되고 싶은지를 분명히 하고, 조직과 팀원들이 이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맥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리더가 새로운 역할에 성공적으로 적응하면 그들의 팀은 3년 안에 성과 목표를 달성할 확률이 90% 더 높아진다. 또한, 리더십 트랜지션에 성공한 리더가 이끄는 팀의 이직률이 13% 더 낮아진다. 반면, 리더가 새로운 역할에 적응하지 못하면 조직 성과는 15%, 직원 참여도는 20% 낮아진다. 즉, 리더의 원활한 적응 여부가 팀의 성과와 안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회사는 리더의 선택엔 심사숙고하지만, 정작 변화 적응과 리더십 발휘를 위한 관심과 지원에는 소홀한 경우가 많다. A상무와 같은 신임 리더가 리더십 트랜지션을 잘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어떤 로드맵을 가지고 무엇에 역점을 두며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할까.

Q. 새로 승진한 임원이다. 신임 리더가 되면 ‘신속하게 성과를 내야 한다’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조언이 함께 있다. 이 상충되는 조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아야 할까.

김 코치: 신중과 신속,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자칫 모순되는 것 같지만 사실 충돌하는 게 아니라 같이 가야 하는 이야기다. 로마 제국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즐겨 사용하던 구절 ‘페스티나 렌테(천천히 서둘러라의 라틴어)’를 말하고 싶다. 즉 신속과 신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천천히 해야 할 것과 서둘러 해야 할 것을 구분해 “언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접근하는 것이다.

Q. 신속하게 해야 할 일과 신중하게 해야 할 일의 구분과 실행은 각각 어떻게 해야 할지 궁금하다.

김 코치: 신속하게 할 일은 관계 구축이다. 첫 100일 동안 주요 이해관계자를 만나고 신뢰를 쌓는 게 중요하다. “100일 안에 장악하라”는 말처럼 신임 리더 후 100일은 리더십 단초 마련의 골든타임이다. 조직의 맥락을 파악하고 팀과 대화를 많이 하라. 신중하게 할 일은 구조적 변화다. 조직 개편이나 인사 조정처럼 민감한 문제는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먼저 “무엇이 진짜 문제인가?”를 깊이 이해한 후 접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빠른 승리를 노리되, 전면적인 개편은 피하는 것. 초반에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작지만 확실한 개선’을 찾는 게 중요하다. 무엇을 새로 덧붙이기보다 불편한 것을 없애는 게 더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직원들이 불편해하는 작은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것이다. 눈에 띄는 초기 성과는 새로운 일을 하기보다 비효율을 없애는 데서 나타난다. 하지만 조직의 근본적인 틀을 흔드는 변화는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빠르게 신뢰를 쌓고, 조직을 깊이 이해한 후, 전략적으로 변화를 실행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Q. 리더십 트랜지션에도 단계별 프로세스가 있을까.

김 코치: 리더십 트랜지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4L 모델을 사용할 수 있다. 4L 모델은 Learn(학습): 자기 인식과 행동 조정을 통해 성공적인 리더십을 준비하라, Land(정착): 조직문화와 팀을 이해하고 신뢰를 형성하라, Listen(경청): 팀원들의 의견을 듣고 강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라, Lead(리더십 실행): 공유된 비전과 실행 계획을 설정하고, 협력적인 팀 문화를 만들라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1단계 Learn(학습)은 자기 발견 및 인식이다. 자신의 기대와 행동 패턴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개인적인 기대와 비전을 명확히 정리해보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자신의 행동 습관 중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요소도 함께 파악하는 것이다.

2단계의 Land(정착)는 팀·문화 탐험이다. 조직과의 신뢰 관계 형성을 위해 조직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하고 조직의 가치, 문화, 관행을 학습하는 것이다. 팀원 역량과 강점을 파악하고, 이를 조직문화와 연결할 방안을 고민하면 좋다.

3단계 Listen(경청)은 리더로서 팀과 신뢰를 구축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다. 경청은 단지 귀로 듣는 것을 넘어 마음을 듣는 걸 의미한다. 팀원 의견을 듣고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활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팀원들과 1:1 미팅을 통해 그들의 기대와 도전에 대해 경청할 필요가 있다. 팀 내 신뢰를 쌓기 위한 행동을 실천하고. 리더가 자신의 의견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팀원들의 인사이트를 활용하면 한결 빠르게 상황을 파악하고 적응할 수 있다. 4단계의 Lead(리더십 실행)는 비전 정렬 및 실행으로 팀이 협업을 통해 성과를 내도록 하는 것이다.

Q. 신임 리더가 된 후 ‘패를 자랑하기보다 판을 읽으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구체적으로 판 읽기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김 코치: ‘혼자서는 멀리 갈 수 없다.’ 리더가 위로 갈수록 명심해야 할 말이다. 나에게, 우리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의 기대 사항을 이해하고 소통하면 전략적 판단력이 좋아진다. 지지자뿐 아니라 경쟁자, 반대자 등의 판을 같이 보면 더욱 효과적이다. 이해관계자는 나의 결정이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 혹은 반대로 그들의 결정이 나에게 영향을 주는 사람들을 뜻한다. 모 CEO는 회의를 할 때 늘 참석자 중간에 빈 의자를 놓고 공석의 이해관계자 기대 사항을 상기했다고 한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기보다 종이를 꺼내 그림을 그려보면 한결 생각을 정리하기 쉽다.

① 당신의 조직 내외 주요 인물들을 나열하라(상사, 동료, 팀원, 고객, 파트너 등).

② 영향력과 관심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

③ 각각 파트의 사람, 그룹을 써보고 내가 그들에게 원하는 것, 그들이 나(우리 조직)에게 기대하는 것, 그리고 서로 신뢰를 쌓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종이에 실제로 써본다. 구성원들과 함께해보는 것도 좋다.

Q. 신임 리더가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김 코치: 새로운 리더로서 첫발을 내디딜 때, 마치 깊은 물속에 내던져진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다. 다른 신임 리더들 역시 방향의 불분명성, 변화에 대한 저항, 리더십 갭(조직 구조와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채 의사 결정해야 하는 의무감) 등의 요인 등으로 인해 고민이 많다.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자료에 의하면 신임 리더들이 직면하는 도전 과제는 조직 운영 방식에 대한 이해 부족, 조직문화와의 부적합, 동료들과 관계 형성 어려움 등이 꼽혔다.

훌륭해보이는 리더들 역시 모두 초보 단계를 겪었다. 하지만 기억할 것. 완벽한 리더가 아니라 배우고 성장하는 리더가 진짜 좋은 리더다. 나를 여기에 데려온 리더십 전환은 ‘한순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과정’이다. 리더가 변화에 적응하는 시간과 노력만큼, 팀도 리더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신임 리더들에게 다음의 3가지를 당부하고 싶다. 첫째는 조급해하지 말 것. 변화를 빠르게 추진하고 싶겠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둘째는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말 것. 사자후의 웅변보다 팀원들의 솔직한 의견을 듣고 반영할 때 신뢰가 쌓인다. 셋째는 자신의 성장도 함께 고민할 것. 리더가 성장하면 팀도 성장한다. 지속적으로 학습하고, 멘토나 코치와 대화하며 자신의 리더십을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김성회 CEO리더십연구소장 코칭경영원 코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9호 (2025.03.05~2025.03.11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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