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나라 황제 시계는 오늘도 돌고있다…자금성 장인들의 꿈 [르포]


“지금까지 수리 복원한 시계가 1000개가 넘습니다. 아직도 수리해야 할 파손된 시계가 대략 200여개 남았습니다.”
지난 21일 치하오난(亓昊楠·44) 중국 고궁박물원 문화재보호복원부 기계문물수리복원팀장이 자금성의 시계 컬렉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치 팀장은 청나라 황실이 소장한 1600여 점의 국보급 기계식 시계 100여개를 작동하도록 수리한 4세대 장인이다.
“태엽에서 동력원이 기어와 톱니로 전달되면서 퍼포먼스가 펼쳐집니다.” 치 팀장이 지금부터 300여년 전 중국 광저우에서 제작한 ‘동도금자개염인타종(銅鍍金自開帘人打鐘)’을 시연하며 작동 원리를 설명했다. 동으로 만든 몸체를 금으로 도금한 시계는 시침이 정각을 가리키자 귀부인 모습의 인형이 나와 종을 치면서 시간을 알려줬다. 동시에 기판 위에 새겨진 각종 풍경이 스스로 움직였다.

이날 취재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고궁박물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마련됐다. 주요 외신만 초대해 자금성 종표관(시계전시실)과 일반인에게는 접근이 금지된 자금성 서북쪽 성벽 안쪽 행랑에 마련된 문물보호과학기술부(文保科技部)의 문화재 복원 현황을 공개했다.
궈푸샹(郭福祥) 궁정역사부 수석위원은 종표관에 전시 중인 영국·프랑스·스위스·광저우산 시계를 근대 중·서 문화교류의 성과로 소개했다. 그는 “시계들은 중·서 문화 교류의 매개체”라며 “서양에서 전해 온 시계 기술은 중국인들에게 매우 인기가 높았다”고 말했다.

궈 위원은 청대 ‘채칠묘금자개문군선시수루각식종(彩漆描金自開門群仙視壽樓閣式鐘)’을 소개하며 “자금성 안의 시계제작처(淸宮做鐘處)가 자체 제작한 작품”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7개 동력원을 갖고 매 3, 6, 9, 12시마다 문 3개가 열리면서 종을 든 인형이 나와 종을 치고 오르골 곡이 연주된다”며 “동시에 시계 기판 왼쪽에서는 학과 신선이 춤을 추고 바다에서 누각이 솟아오르는 해옥첨주(海國添籌)를, 오른쪽에서는 장수하는 노인과 여덟 신선이 보물에 경의를 표하는 군선축수(群仙祝壽)를 표현했다”고 자세히 설명했다. 중국이 자체 제작한 이 시계가 곧 “서로 다른 문명이 융합된 하나의 성과이며 중국이 다른 외래문화로부터 배우는 하나의 물증”이라면서다.

시계 복원은 그림·자기·가구 등 정적인 문화재와 달리 기계적 작동까지 재현하는 만큼 매우 까다롭다. 베이징 북방공업대학에서 기계자동화를 전공한 치 팀장은 “시계는 작동해야 그 과학적 가치와 기계의 원리가 드러난다”며 “겉모습이 예술적 가치와 공예 가치라면 진정한 가치는 과학기술이며 내부 기계의 복잡한 원리”라고 했다.
그는 특히 자금성의 문화재 복원은 2016년 중국중앙방송(CC-TV)이 다큐멘터리 ‘자금성의 장인들(Masters in Forbidden City)’ 3부작을 방영하면서 대중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고 했다. 치 팀장은 “유튜브에서 영어제목으로 검색할 수 있다”며 자금성을 방문할 예정인 한국 관광객에게도 관람을 권했다.




취펑(屈峰) 문화재보호복원부 주임은 “고궁에는 현재 약 186만여 점의 이동식 소장품이 있다”며 “2016년에 문화재 종합병원 개념의 새로운 건물이 완공돼, 현재 150여명의 전문가가 고서화·도자·금속·목기·자기·시계 등 20여개 부문으로 나눠 복원 중”이라고 소개했다. 취 주임은 한국 문화재 전문가와 관련 교류도 활발하다고 했다.
명·청 황제 24명의 활동 공간이던 자금성은 오는 10월 10일로 고궁박물원 개관 100주년을 맞는다. 100년 전인 1925년 개관 당일에만 5만여 명이 찾았다. 당시 입장료는 일반 주민의 월급 절반가량으로 고액이었지만 많은 시민이 입장했다. 취 주임은 올해 설립 100주년을 맞아 기념 전시와 학술연구회, 좌담회 등 많은 행사가 열릴 것이라며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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