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동훈 "차기 대통령, 개헌하고 3년 뒤 물러나야"
한동훈 국민의힘 전 대표가 “만에 하나 올해 대선이 열리고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개헌을 이끌고 3년 뒤인 2028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27일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새 리더는 새 체제의 주인공이 아니라 87년 구체제의 문을 닫겠다는 희생적인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며 “시대 교체 없이 선수 교체만 하면 우리 사회는 더 잔인하고 극단적인 대치 상태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 전 대표가 임기 단축을 전제로 한 개헌 구상을 밝힌 건 처음이다. 다만 그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 전에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화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서는 “계엄을 한 정치 권력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라며 탄핵 찬성 입장을 거듭 밝혔다. 동시에 “대통령과 겪은 세월이 얼마인가. 인간적인 고통이 크다”고 복잡한 심경도 드러냈다.
한 전 대표는 12·3 비상계엄 정국의 한복판에 있었다. 친한계 의원 18인의 계엄 해제 요구안 표결 찬성을 이끌었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 과정에선 여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급류에 휩쓸리듯 12월 16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그는 73일 간의 잠행 뒤 26일 『국민이 먼저입니다』를 출간하며 정치 재개를 알렸다. 이날 인터뷰는 서울 마포의 한 호텔 카페에서 진행됐다. 그는 자신을 “백수”라고 소개했고, 명함에는 직함 없이 ‘한동훈 국민의힘’이라고 썼다.
Q : 사퇴 73일 만에 책을 냈다.
A : “직진만 하다 보니 삶에 여백을 두기 쉽지 않았다. 지난 두 달여 간은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보수 지지층이 광장에서 의견을 표출하는 광경도 지켜봤다. 저와 생각이나 방향은 다를지라도 귀한 시간을 내 애국하는 마음으로 거리에 나온 것 아닌가. 미안했고, 존중해야겠다는 마음도 들었다.”
Q : 정치 복귀에 부정적인 반응도 적잖다.
A : “‘지금은 한동훈의 시간이 아니다’는 말도 하더라. 특정 정치인의 시간이란 건 따로 없다고 생각한다. 국민의 시간에 정치인이 맞춰야 하는 것 아닌가. 부정적 의견도 깊이 경청하겠다.”
Q : 탄핵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나.
A : “계엄 저지는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 괴롭지만 그 계엄을 한 정치 권력이 계속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은 현실이다. 동시에 계엄 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굴던 더불어민주당이나, 욕심은 크지만 실력이 뒷받침되지 않은 공수처의 일탈적 행동에 대한 비판이 거셌다. 동의한다.”
계엄 사태를 계기로 개헌 요구가 들끓고 있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개헌 구상을 비교적 자세히 언급했다.
Q : 왜 개헌이 필요한가.
A : “87년 체제는 위대했다. 정치 세력 간의 절제와 자제가 뒷받침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때 ‘조국 사태’ 속에 사법부를 겁박하는 반지성적 행태가 등장했을 때 처음 금이 갔다. 이번에는 한쪽에서는 29번 줄탄핵을, 다른 쪽에선 계엄을 꺼내면서 절제와 자제가 무너졌다. 체제를 바꿔야 한다.”
Q : 개헌 구상이 있나.
A : “만약 올해 대선이 치러지면 새 리더는 4년 중임제로 개헌하고, 자신의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해 2028년에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러야 한다. 2028년 대선에는 당연히 불출마해야 한다. 3년은 나라를 다시 반석에 올려놓기에 충분하다.”
Q : 중임제 외에 다른 구상은.
A : “지역구 의원은 그대로 두되 비례대표 의원을 상원으로 전환해 중대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르는 양원제 도입이 가능하다. 호남에선 국민의힘이, 영남에선 민주당 의원이 선출돼 지역 구도가 타파될 수 있고, 의석 독점도 어려워 국회에 견제와 균형이 자리 잡을 것이다.”
Q : 개헌 주장은 말로만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A : “정치인은 쪽팔리는 행동을 해선 안 된다. 국민 앞에서 한 약속을 어기는 건 정말 쪽팔리는 일이다.”
거침없던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윤 대통령 관련 질문만 나오면 생각에 잠겼다. 답변 도중 수 초간 말이 끊겼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검사 선·후배로 윤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윤 대통령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A : “지금 상황이 괴롭지 않을 리가 없지 않나. 함께 겪은 세월이 얼마인가. 만약 제가 정치를 하지 않고 야인이었다면 지금 윤 대통령을 인간적으로 돕고 싶었을 거다. 윤 대통령도 저에게 도와달라며 어쩌면 헌재에 나와 달라고 부탁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정치하는 저는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하고, 이를 대통령의 상황을 보며 느끼는 인간적인 고통과 분리해야 한다. 쉽지 않다.”
한 전 대표는 호불호가 크게 갈리는 정치인이다. 그의 책을 사려고 일부 서점에선 ‘오픈런’(영업시간 전 줄 서는 것)이 벌어졌다. 팬클럽 ‘위드후니’ 회원은 9만 1000여명이다. 하지만 여당 의원 사이에선 “한 전 대표는 도저히 지지 못하겠다”는 정서도 크다. 탄핵안 가결 직후 의원총회에서 한 전 대표와 격한 설전을 주고받은 뒤 등 돌린 의원도 많다.
Q : 거부감을 가진 여당 의원이 적잖다.
A : “당시는 저를 포함해 우리 의원, 당원 모두에게 정말 힘든 시간이었다. 험한 말을 듣고 비난 받더라도 제가 아무 말 않고 들었다면 나았을 거다. 당시엔 그렇게 하기 어려웠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Q : 지지율이 대표 시절보다 크게 떨어졌다.
A : “탄핵안이 통과되면 제가 날아갈 걸 몰랐겠나. 하지만 국가를 위해 결정해야만 했다. 국민과 지지자에게 진솔하게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다.”
Q :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이 3월 26일 선고된다.
A : “2심에도 유죄가 나오면 대선 자격이 없다는 걸 본인도 알 거다. 그럼에도 선거에 나올 것이다. 그래서 이 대표는 위험한 사람이다. 국민은 이 대표가 정권을 잡으면 국회와 행정부, 사법부까지 장악하고 대한민국의 성취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계실 것이다.”
Q : 명태균 특검법은 어떻게 보나.
A : “정치 브로커가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건 큰 문제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명태균 특검법은 여당 분열을 노리는 의도가 너무 뻔하다. 휘말려선 안 된다.”
손국희ㆍ조수빈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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