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민 목숨잇게 한 식물 '명이'…육지 산마늘과 구별나섰다

경북 울릉군이 지역에서 나는 산마늘인 ‘명이’ 차별화 작업에 나섰다. 민·관 합동으로 ‘울릉 명이’를 지리적표시로 등록하는 것을 추진하고 명이와 산마늘을 동일하게 소개하고 있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표기 정정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울릉도에서만 산마늘 원종 보전
울릉군은 27일 "울릉도산 산나물만 명이라는 이름을 쓸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릉도산 산나물은 울릉도가 생성된 직후인 약 157만 년 전부터 울릉도에서 자생하기 시작해 한반도 내륙 산마늘보다 훨씬 역사가 길고, 산마늘의 원종(原種)이 내륙에서는 사라졌지만, 울릉도에서는 여전히 보전되고 있다는 것이 근거다.

울릉도에 명이를 활용한 여러 음식문화가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꼽힌다. 19세기부터 울릉도 주민들은 대명이콩가루무침·명이밥을 해먹었고 1970년대 이후에는 명이범벅명이초무침·명이옥수수밥·명이물김치 등 다른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하지만 울릉 명이는 ‘천안 호두’나 ‘울진 송이’처럼 지리적표시제 등록이 안 돼 있다. 지리적표시권은 지리적표시를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지식재산권으로, 지리적표시제 등록이 되면 해당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가공품만 그 명칭을 쓸 수 있다. 오히려 현재 ‘홍천 명이’가 명이를 이용한 지리적표시제로 등록돼 있다. 이에 울릉군도 명이를 지리적상표로 등록에 나섰다.
대한제국 문서에도 명이 소개
‘명이’라는 명칭이 울릉도와 직접적 연관이 있다는 것은 여러 문헌에서도 발견된다. 1900년 대한제국 내부관리 우용정이 울릉도를 시찰하고 저술한 『울도기』에서 흉년에 굶주림을 면할 수 있는 식물로 명이를 소개했다. 1919년 나카이 다케노신이 조선총독부에 보고한 울릉도 식물조사서에도 “산에 명이·땅두릅·엉겅퀴·미역취꽃 등 식용 식물이 많고 다행히도 그것들로 기아를 면할 수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울릉도 사람들이 이 나물을 먹고 생명을 이었다고 해서 울릉도산 산마늘에는 ‘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창원대 최혁재 교수는 2019년 한국한의학연구원 양성규 박사, 국립수목원 양종철 박사, 러시아의 니콜라이 프리센 박사와 함께 공동연구팀을 꾸려 전 세계 10여 종의 자생 산마늘과 달리 ‘명이’로 불리는 울릉도산 산마늘은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울릉도 고유종으로 ‘Allium ulleungense’라는 학명을 붙여 학계에 신종으로 보고했다.
울릉군, 명이 이름찾기 절차 착수
회의 참석자들은 앞으로 명이 어원에 대한 후속 연구와 민·관이 합동으로 울릉도의 명이 생태 서식 연구, 울릉도 명이 분포도 제작 등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이와 함께 명이와 산마늘을 동일하게 소개하고 있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 표기 정정과 국가표준 식물목록에 울릉도산 산마늘을 명이로 정정해 달라고 요청할 계획이다. 또 명이 어원을 밝힐 수 있는 자료 추가 발굴, 울릉군 향토문화유산 지정 논의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울릉=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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