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버나디나가 한화에서 탄생하나… 괜히 양키스 최고 유망주 아니었다, 명장도 놀란 장타쇼

김태우 기자 2025. 2. 26.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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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비와 주루는 물론 공격에서도 가공할 만한 장타력을 보여주며 한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에스테반 플로리얼 ⓒ한화이글스
▲ 이미 수비와 주루에서는 인정을 받고 있는 플로리얼은 공격에서도 좋은 모습으로 김경문 감독의 타선 구상에 큰 힘이 되고 있다 ⓒ한화이글스

[스포티비뉴스=오키나와(일본), 김태우 기자] 로저 버나디나(41)은 아직도 KIA 팬들의 가슴 속에 살아 숨쉬는 이름이다. 2017년 팀과 계약한 버나디나는 첫 해 139경기에서 타율 0.320, 27홈런, 111타점, 32도루를 기록하며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큰 공을 세웠다. 공·수·주 모두에서 수준급 기량을 가진 선수였다.

보통 한국에 오는 선수들은 뭔가 하나씩 단점이 있기 마련인데 버나디나는 짜임새가 있었다. KBO리그에서 2년간 타율 0.315를 기록할 정도로 콘택트 능력이 있었고, 2년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하며 장타력도 뽐냈다. 2년간 64도루를 기록한 발, 그리고 좋은 수비 능력까지 갖춰 거포 못지않은 가치가 있는 선수였다. 그간 KBO리그 팀들이 비슷한 유형의 선수를 영입할 때 버나디나를 롤모델로 삼을 정도였다. 다만 버나디나처럼 공·수·주 모두를 다 갖춘 선수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쩌면 25일 KIA 팬들은, 또 KBO리그 팬들은 한화에서 그 향기를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좋은 수비력, 수준급의 주루, 여기에 화끈한 장타쇼까지 모두 보여준 선수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올 시즌을 앞두고 한화와 계약한 에스테반 플로리얼(28)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연습경기 성적을 놓고 지나치게 들뜰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가지고 있는 ‘툴’이 5툴에 가깝다는 것을 유감없이 증명하고 있다. 영입 당시 한화와 원했던 그 모습이 그대로 나오고 있다.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1차 캠프 당시에는 실전에 뛰지 않았던 플로리얼은 오키나와 2차 캠프 연습경기부터 경기에 나가 펄펄 날고 있다. 22일 일본 구시가와 구장에서 열린 한신 타이거스 2군과 경기에서 5회 3점 홈런을 치며 방망이를 예열했다. 그리고 25일 킨 구장에서 열린 KIA와 경기에서도 2루타 두 방을 치며 펄펄 날았다. 연습경기이기는 하지만 타구의 질이 너무 좋다. 그것도 KBO리그를 대표하는 수준급 타자들에게 친 2루타였다.

1회 첫 타석부터 날카로운 타격을 뽐냈다. 지난해 리그 최고 투수 중 하나인 제임스 네일을 상대로 우익수 옆으로 빨랫줄처럼 나가는 2루타를 쳤다. 2루타도 2루타지만 타구의 질이 너무 좋았다. 3회 삼진을 당한 플로리얼은 4회에는 역시 KBO리그 대표 투수인 양현종을 두들겼다. 끈질긴 승부를 펼친 플로리얼은 변화구가 한가운데 몰리는 실투를 놓치지 않고 받아 쳐 중견수 키를 넘기는 2타점 역전 2루타를 치며 많은 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사실 수비와 주루에서는 이미 어느 정도 검증이 끝난 상황이었다. 메이저리그 레벨에서도 통한다는 평가를 받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는 플로리얼이 오랜 기간 뉴욕 양키스 마이너리그에서 최고 유망주 중 하나로 평가된 이유이기도 했다. 가장 뛰어난 수비수, 가장 뛰어난 주자, 가장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매년 선정됐다. 한화에 부족한 것이 수비력과 기동력이었고, 신구장 외야 펜스 구조상 수비력이 뛰어난 중견수가 필요했기에 플로리얼은 적임자라는 기대가 컸다.

그런데 여기에 공격까지 좋은 활약으로 기대감을 더 키우고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그다지 좋은 타격 성적을 내지 못했지만 트리플A에서는 남부럽지 않았던 타격이 연습경기에서 나오고 있다. 콘택트는 물론 장타까지 펑펑 터뜨리며 힘을 낸다. 수비와 주루는 상대적으로 기복이 덜한 가운데, 방망이까지 위력적이라면 한화 라인업에 어마어마한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

▲ 플로리얼은 다방면에서의 좋은 툴로 한화의 도약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한화이글스

김경문 한화 감독도 플로리얼의 공격력을 기대 이상으로 보며 흡족한 눈치다. 김 감독은 “지바 롯데전 보니까 플로리얼은 확실히 수비는 좀 믿고 맡길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미국에서 유망주라는 이야기가 괜히 나온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수비와 베이스러닝은 왔을 때부터 좋았다.타격이 조금 딱딱하지 않나 생각했는데 시합을 하니까 또 타이밍이 달라진다. 그래서 그렇게 큰 걱정을 안 해도 될 것 같다. 중견수로서 수비 안정을 잡아주면 굉장한 도움이 된다. 수비는 내가 볼 때는 잘하는 축에 속할 것 같다”고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평소 진중한 성격인 플로리얼은 들뜨지 않고 차분하게 시즌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플로리얼은 KIA전이 끝난 뒤 “기분은 매우 좋다. 매일 경기에 나가면서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 들고 있어서 기쁘다”면서 “장타 생각은 하지 않고 있고, 지금 생각하는 것은 밸런스와 공을 맞혀야 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선다. 결과보다는 지금은 스프링트레이닝이라 컨디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김경문 감독은 플로리얼의 타순도 고민 중이다. 1~3번 모두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내심 생각하는 가장 좋은 그림은 현재 외야 경쟁을 하고 있는 젊은 선수들 중 리드오프가 나오고, 플로리얼을 상황에 따라 2번이나 3번으로 투입하는 것이다. 현재 보여주는 장타력이라면 3번도 나쁘지 않고, 2번으로 간다면 리그 평균보다 더 생산력이 좋은 ‘강한 2번’이 될 수도 있다. 플로리얼이 한화의 비상을 위한 만능키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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