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경주 (58) 골프 인생 38년 ‘최고의 동반자’ 캐디 ‘앤디 프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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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골프 인생 38년차다.
그 사이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미국 진출 초창기엔 실제로 그랬다.
내가 언덕 위 그린에 티잉그라운드 앞에서 물이 있는 파3 5번 홀에 선 후 8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자 프로저가 차분히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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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하자 정확한 분석력 발휘
대회 신기록 세우며 최초 한국인 우승
8년여간 PGA 투어에서 7승 합작

어느덧 골프 인생 38년차다. 그 사이 인생의 동반자인 아내를 만나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프로 골퍼로서 내겐 또 다른 좋은 동반자가 있었다.
골프 경기는 하루에 4시간 넘게 진행된다. 코스 대부분은 혼자 묵묵히 보내지만 내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이가 있다. 바로 ‘필드 위 동반자’로 불리는 캐디다.
캐디는 단순히 골프백을 옮겨주는 사람이 아니다. 일종의 로드 매니저다. 골프백을 운반하고 클럽을 관리하고 대회 일정을 모두 챙긴다. 선수보다 한발 앞서 코스 답사를 하고 전반적인 사항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때론 선수의 마음을 안정시키고 냉정하게 조언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코스에서 유일한 내 편은 캐디뿐이다. 우승 상금의 일정 부분을 나눠줄 만큼 맡은 역할이 크다.
과거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나는 캐디를 가장 자주 해고하는 사람으로 소문난 적이 있다. 미국 진출 초창기엔 실제로 그랬다. 2004년 앤디 프로저를 영입하기 전까지는.
2003년 9월 유러피언 투어 린데저먼 마스터스에 출전했을 때 처음 프로저를 소개받았다. PGA 투어에서만 29승을 만들어 낸 베테랑이라는데 영 미덥지가 않았다. 당시 프로저는 체력도 부족해 보였다. 더구나 당시 집안일을 하다가 지붕에서 떨어지는 바람에 어깨를 다쳐 가방도 메기 힘들어했다. 이틀 동안 연습 라운딩을 했는데 연습하는 내내 조언 한마디 하지 않았다. 코스 방향만 알려주고 그냥 치라고만 할 뿐이었다.
경기가 시작됐다. 내가 언덕 위 그린에 티잉그라운드 앞에서 물이 있는 파3 5번 홀에 선 후 8번 아이언을 달라고 하자 프로저가 차분히 말했다. “9번 아이언을 쓰는 게 어때. 연습 라운드 때 보니까 9번 아이언 145야드(약 133m) 나가던데 풀스윙을 하면 핀을 지나 그린 위에 떨어질 거야.” 그의 조언대로 쳤더니 버디를 했다. 정확한 분석이었다. 프로저는 이틀 동안 내가 몇 초 안에 스윙을 마치고 몇 번 아이언으로 얼마의 거리를 내는지 파악하고 있었다. 나는 느낌대로 스윙하는 편이기 때문에 정확한 방향과 거리만 알려주면 딱 맞춰서 칠 수 있는 선수라고 했다. 그의 말은 맞았고 신뢰가 가기 시작했다. 필드 위에서 나만을 위한 맞춤 조언을 해줄 수 있는 동반자를 드디어 찾은 것이다.
결국 그 대회에서 22언더파로 대회 신기록을 1타 경신하며 유러피언 투어 역사상 최초 한국인 우승을 거머쥐었다. 프로저와 8년여간 합작한 PGA 투어 우승은 7승이다. 그는 2011년 60세가 되면서 체력적 한계로 사실상 은퇴를 선언했다. 나로서는 너무나 아쉬움이 컸다. 가능하다면 내가 선수 은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하고 싶은 최고의 동반자였다.
정리=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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