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시경 옆 '고독한 미식가' 떴다…요즘 이런 '한일 합작' 뜨는 이유

‘고독한 미식가’의 ‘고로상’ 마쓰시게 유타카(松重豊)와 성시경이 손을 잡았다. 27일 오후 5시 넷플릭스에서 공개되는 예능프로 ‘미친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에서다. 한·일 양국의 맛집을 서로에게 소개하는 콘셉트의 예능이다.
두 사람 모두 미식가로 정평이 났다. 성시경은 개인 유튜브의 ‘먹을텐데’ 코너를 지난 2년간 운영해왔고, 마쓰시게는 2012년부터 10년 이상 출연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를 통해 명성을 얻었다. ‘미친맛집’을 연출한 스튜디오 모닥의 김인식 PD는 “한·일 간 식문화 차이를 주제로 대화하는 둘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프로그램의 관전 포인트로 꼽았다.
프로그램에선 서울, 도쿄(東京)로 시작해 마쓰시게의 고향인 후쿠오카(福岡) 등 양국의 여러 지역을 다양하게 방문할 예정이다. 한국 프로덕션이 기획, 제작했지만 일본인이 출연하고, 일본 현지 스태프도 활용했다. 새롭지만 낯설지 않은 시도다. 최근 방송·OTT에서 한·일이 다양한 형식으로 협력해 만든 콘텐트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일은 지금, 장르 불문 ‘합작’ 중

크레아스튜디오가 만들고 MBN에서 방영한 음악 예능 ‘한일가왕전’(2024)과 스핀오프 ‘한일톱텐쇼’(2024~현재)도 마찬가지다. 두 프로그램 모두 한국 방송에선 드물게 일본 가수가 일본어로 노래하는 모습이 그대로 송출됐지만,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 제작진이 만든 프로그램에 일본 출연자가 등장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를 뜻하는 ‘크로스오버’는 가장 익숙한 한·일 협력 방식이다.

제작진 협력 사례는 촬영 현장을 자문하는 차원에서 작가와 연출 등이 ‘합작’하는 경우까지 다양하다. 쿠팡플레이 시리즈 ‘사랑 후에 오는 것들’(2024)의 경우 한·일 협력의 대표적인 예다. 2005년 출판된 소설을 원작으로 한 로맨스 작품으로, 원작의 남자 주인공(사카구치 켄타로·坂口健太郎) 시점은 쓰지 히토나리(辻仁成)가, 여자 주인공(이세영)의 시점은 공지영이 집필했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연출한 문현성 감독은 “기획 단계부터 일본과 면밀히 협업했다. 원작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배우 캐스팅을 공들여 진행하고, 한·일 현장을 오가며 일본 스태프와 함께 작업했다”고 밝혔다. 내년 일본 넷플릭스에서 공개 예정인 ‘가스인간’은 한국 제작사 와우포인트가 일본 제작사 도호와 공동으로 기획 및 제작했다. 연상호 감독이 각본을 썼고, 가타야마 신조(片山慎三) 감독이 연출했다.
콘텐트 제작사, ‘공동제작’ 넘어 MOU로

적극적 협력의 배경엔 검증된 경험이 축적돼있다. 2020년 방영된 JTBC 드라마 ‘이태원 클라쓰’를 원작으로 한 일본 TV아사히 ‘롯폰기 클라쓰’(2022)는 대표적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해 7월 같은 방송사에서 방영된 ‘스카이캐슬’(2024) 리메이크판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드라마 ‘옥씨부인전’(2024)과 ‘춘화연애담’(2025)은 일본 로컬 OTT 유넥스트(U-NEXT)에서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양국 소비자, 유튜브 통해 일상적 문화교류…리스크 관리도 필요해
한·일 합작이 확대되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양국 콘텐트 산업 환경 차이로 인한 ‘상호보완성’을 꼽았다. 조규헌 상명대 한일문화콘텐트학과 교수는 “일본은 TV 소비가 여전히 높고 다소 정체된 환경으로, 글로벌 속성을 지닌 한국적 요소를 활용해 콘텐트 혁신 시도를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도 합작을 통한 이점이 있다. 일본 시장으로 자연스럽게 진출할 수 있고, 아시아와 글로벌 플랫폼에도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작비 절감도 가능하다.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젊은 층의 열린 태도도 한 몫 했다. 유튜브를 통한 한·일 간 문화교류는 이미 일상이 됐다. 양국 젊은 층에 ‘한·일커플’ 유튜브가 인기를 끌고, 양국 시청자를 동시에 겨냥하는 먹방·뷰티크리에이터 등이 활발히 활동 중이다. 지난해 마쓰다 세이코(松田聖子)의 ‘푸른 산호초’를 부른 뉴진스(NJZ) 하니의 모습이 양국에 향수를 불러일으킨 일은 상징적이다. 조규헌 교수는 “과거 터부시됐던 일본 문화 소비가 표면화하고 콘텐트 제작에 적극 활용되는 최근 상황을 보면, 한국 사회에서 정치와 문화가 분리되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송정현 동국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일 합작만 강조하다 콘텐트 자체의 흥미가 떨어지는 작품이 나오거나, 한·일 간 정치적 갈등이 발생할 경우 협업이 중단될 가능성도 있다”면서 “한일이 협력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양질의 콘텐트 개발은 물론, 정부 차원의 정치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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