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끝난다고? 상상 못한 엔딩에 시청자 '집단 멘붕'
[양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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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를 암시하는 듯한 엔딩은 시청자들을 충격에 빠트리기 충분했다. |
| ⓒ MBC 화면 캡처 |
국내에서 시트콤을 본격적으로 편성하기 시작한 방송국은 1991년 개국한 SBS였다. SBS는 1992년 치과를 배경으로 한 <오박사네 사람들>을 통해 시트콤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고 1996년 MBC에서 방영된 청춘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인기를 끌면서 시트콤의 전성기가 도래했다. 실제로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까지는 '시트콤의 르네상스'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시트콤들이 큰 사랑을 받았다.
한국의 시트콤을 이야기할 때 결코 빠지지 않는 인물이 바로 <순풍 산부인과>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하이킥 시리즈> 등을 연출한 김병욱 PD다. 특히 2006년부터 2012년까지 세 시즌에 걸쳐 방송된 <하이킥> 3부작은 전 세대가 즐겨보던 '레전드 시트콤'으로 꼽힌다. 그 중에서도 2009년에 방송된 <지붕 뚫고 하이킥>(아래 <지붕킥>)은 시리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대한민국 시트콤의 전성기 이끈 인물
MBC에 입사해 라디오국에서 방송 일을 시작한 김병욱 PD는 SBS 창사와 함께 SBS로 자리를 옮겼다. 김병욱 PD가 시트콤과 처음 인연을 맺은 작품은 재미교포들의 이야기를 다룬 < LA 아리랑 >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주병대 PD와 공동 연출한 김병욱 PD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98년 '전설의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를 연출하면서 단숨에 스타PD로 떠올랐다.
<순풍 산부인과>는 오지명과 선우용녀, 박영규 같은 베테랑 연기자들이 중심을 잡았고 이태란과 김소연, 권오중, 송혜교, 허영란 등 젊은 배우들도 대거 출연했다. 물론 '미달이' 김성은으로 대표 되는 아역 연기자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었다.<순풍 산부인과>를 국민 시트콤으로 만든 김병욱 PD는 2000년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2002년 <똑바로 살아라>를 연속으로 히트 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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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붕 뚫고 하이킥>은 세 편의 <하이킥> 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 ⓒ <지붕 뚫고 하이킥> 홈페이지 |
하지만 김병옥 PD의 '불패신화'는 '하이킥' 시리즈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2013년 tvN으로 자리를 옮겨 연출했던 < 감자별 2013QR3 >는 시트콤의 침체기에 방송되면서 1% 안팎의 시청률에 그쳤다. 김병욱 PD는 2017년 박영규와 권오중, 박해미 등 '김병욱 사단'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너의 등 짝에 스매싱>에서 크리에이터로 참여했지만 0%대 시청률에 허덕이며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하이킥' 3부작 중 최고 시청률 기록
시즌제가 정착된 2010년대 이후엔 많이 사라졌지만 2000년대까지만 해도 인기 있었던 드라마나 시트콤의 두 번째 시즌을 만든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출연 배우들을 교체하며 전혀 다른 세계관을 가진 시즌2를 성공으로 이끄는 것은 매우 어려웠다. 하지만 <지붕킥>은 이순재 배우를 제외한 주요 배우들을 대거 교체했음에도 전편을 뛰어넘는 시청률을 기록하며 '시즌2의 성공사례'를 만들었다.
<지붕킥>의 가장 큰 특징은 멜로드라마를 연상케 하는 깊이 있는 러브라인이었다. 물론 <거침없이 하이킥>에서도 최민용과 서민정, 신지, 정일우의 사각 관계가 다뤄졌다. 하지만 <지붕킥>에서는 최다니엘과 황정음, 신세경, 윤시윤의 사각 관계가 이야기의 중심이 되면서 러브 스토리를 좋아하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황정음과 신세경, 윤시윤 등 신예배우들이 대거 출연했지만 이순재, 고 김자옥, 정보석, 오현경 등 베테랑 배우들의 변신 역시 <지붕킥>의 큰 재미였다. 이순재와 김자옥은 노년의 로맨스를 유쾌하게 보여줬고 여러 작품들을 통해 '멋쟁이 중년신사' 이미지를 갖고 있던 정보석은 <지붕킥>에서의 변신을 통해 '주얼리정'이란 별명을 얻었다(그리고 정보석은 곧바로 <자이언트>에서 '희대의 악역' 조필연을 연기했다).
<지붕킥>은 평일 저녁에 가볍게 볼 수 있는 시트콤이었지만 작품 속에서 물질 만능주의나 계급사회를 비판하는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세경의 동생 신애가 인형뽑기에 중독되거나 정음이 준혁의 과외를 맡으면서 자신의 학력을 속이는 장면 등이 대표적이다. 또한 3대가 함께 살면서도 서로에게 무관심한 이순재의 가족은 대화와 소통이 크게 부족한 현대 가정의 아쉬운 단면을 꼬집었다.
<지붕킥>은 '하이킥' 3부작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파리의 연인>에 버금가는 충격적인 엔딩으로 시청자들을 '멘붕'에 빠트렸다.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라는 신세경의 마지막 대사 이후 흑백으로 전환되면서 끝나는 엔딩은 두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 충분했다. 시창자들의 호불호와 별개로 시트콤에 어울리지 않는 엔딩임에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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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지희(왼쪽)은 배우 이름이나 캐릭터명보다 '빵꾸똥꾸'라는 별명으로 더욱 유명했다. |
| ⓒ MBC 화면 캡처 |
2008년 이른바 '공대 아름이 CF'로 유명했던 이동통신사 광고에 출연했던 이광수는 <지붕 뚫고 하이킥>을 통해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렸다. 콧수염과 곱슬머리의 긴 헤어스타일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이광수는 가수를 꿈꾸지만 재능도 열정도 부족한 <지붕킥>의 대표적인 민폐 캐릭터다. 하지만 여자친구 유인나를 비롯해 하숙집 식구들의 성격이 워낙 좋아 광수의 민폐를 마음 속에 담아두진 않는다.
'슈퍼 코리안'으로 불리던 격투기 선수 데니스 강의 동생인 줄리엔 강은 <지붕킥>에서 김자옥의 하숙집에 살고 있는 미국 텍사스 출신 풍파고 원어민 영어교사 줄리엔 역을 맡았다. 수려한 외모와 착한 품성, 뛰어난 운동신경을 두루 겸비한 '엄친아' 줄리엔은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아주 고마운 '키다리 아저씨'다. 사실 줄리엔은 세경을 보고 첫 눈에 반했지만 한 번도 세경에게 자신의 마음을 들키지 않았다.
황정음, 신세경, 유인나 등 <지붕킥>이 배출한 많은 스타가 있지만 방영 당시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배우는 단연 해리를 연기했던 아역배우 진지희였다. 특히 해리가 입버릇처럼 외치는 "빵꾸똥꾸"는 진지희가 20대 중반이 된 지금까지도 그녀를 따라다닌다. 또한 해리의 버릇을 고치기 위해 음식에 홍어를 넣었다가 해리가 홍어 마니아가 되는 결말로 끝나는 73회도 '레전드 에피소드'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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