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소녀 킬러 콤비... 묘하게 웃기고 시원하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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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포스터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하지만 둘은 평범한 20살 초입의 또래들과는 무척이나 다른 세계를 살아간다. 겉으로만 봐선 좀 통통 튀고 엉뚱 발랄해 보일 뿐이지만, 실은 둘은 프로 킬러 콤비다. 이번 휴가도 온전히 즐길 수만은 없다. 신나게 해수욕을 즐기고 지역 특산물인 와규를 먹을 기대에 부풀어 예약도 마친 둘에게 갑작스럽게 연락이 걸려온다. 기왕 거기에 간 김에 특별한 의뢰를 수행하라는 킬러 협회의 요구다. 일을 얼른 처리하고 다시 휴가로 돌아가기 위해 둘은 얼른 해치우자며 연장을 챙겨 목표물로 향한다.
나이에 걸맞지 않게 산전 수전 다 겪은 베테랑 킬러 콤비는 빨리 임무 해결하고 바캉스 즐길 생각만 가득한 기색이 역력하다. 순조롭게 늘상 하던 대로 장애물을 제거해가며 암살 대상 바로 앞까지 도달한 둘은 이제 마지막 결정타만 날리면 끝난다며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하지만 타깃을 노리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협회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킬러 '후유무라'가 현장에 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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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이야기 얼개와 홍보 이미지들로만 본다면, 일본 특유의 '망가'적 상상력의 이미 흔하디흔한 실사화 아류로 치부하기 딱 좋다. 대학입시 혹은 취업 준비에 골몰할 나이대의 발랄한 소녀들이 권총과 단검을 들고 별다른 죄의식 없이 비밀 지령에 따라 열이고 스물이고 방해하면 모조리 제거하며 냉혹한 암살자로 활약하니 말이다. 하지만 어릴 적부터 암살자로 육성되는 주인공을 다룬 여타의 영화들과는 확연히 톤이 다르다. 이들은 기계적으로 암살을 수행하는 도중에도 꺅 꺅 비명을 질러대거나 얼른 마치고 디저트 먹으러 가자 같은 대사를 아무렇지 않게 늘어놓기 일쑤다. 정말 만화책을 뚫고 튀어나온 4차원 세계 캐릭터의 표본격이다.
하지만 그저 만화 원작의 영상화라 단정한 다음, 본 작품의 기원을 탐구하면 선입견과 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 감독 사카모토 유고는 2020년, <야쿠자 어쌔신>이란 액션물을 연출한다. 암흑가 조직의 특급 암살자인 주인공이 회장의 고등학생 딸을 경호하던 중, 조직 내 반란이 일어나고 보스의 딸을 노린 킬러들이 학교로 속속 도착하며 일어나는 활극을 다뤘다. 반대파가 고용한 암살자 집단 중 여학생 콤비는 단 5분 정도 나오고 마는 조연에 불과했다.
하지만 감독은 막상 영화를 완성하고 나니 이상하게 그 둘에 대해 마음이 쓰였다고 한다. 그렇게 이번에는 그들을 주인공으로 한 독자적인 작품을 구상하게 된다. 다음 해인 2021년 탄생한 <킬러는 메이드사마>가 그 1차 결론이다. 바로 치사토와 마히로 콤비의 본격 데뷔인 셈이다. 원래 영화보다 비약적인 호응과 성공을 거둔 영화 덕분에 곧이어 2탄 <귀여운 그녀들은 잔인한 킬러>가 제작된다. 연달아 영화가 준수한 반응을 이끌자 이번에는 역으로 텔레비전 드라마화가 진행된다. 도쿄 TV에서 2024년 하반기, 12부작 편성으로 <킬러는 메이드사마 에브리데이!>가 공개된다. 그와 앞뒤를 다투며 3번째 영화화가 이뤄진다. 바로 지금 소개하는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다.
오리지널 스토리, 게다가 원래 그저 주변부 조역에 머물던 캐릭터를 독자화해 영화 연작은 물론 텔레비전 드라마로까지 확장하는 사례는 장르물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일본에서도 근래 쉽게 보기 힘든 경우다. 금방 싫증이 나기 딱 좋은 설정이지만, 유독 본 시리즈가 생명력을 이어가는 건 처음엔 난장 법석 비현실적 액션 활극으로만 보이던 내용이 점점 묘한 조화를 구축하고 있음이 드러나면서다. 천방지축 10대 여학생들이 액션을 해봐야 얼마나 하겠어! 하던 관객은 은근히 놀랄 정도로 무술 연기 수준이 만만찮다. 어느 정도 스턴트 대역이나 특수효과, 카메라 구도로 보완하긴 할 테지만, 합이 척척 맞고 쉴 새 없이 몰아치는 액션 장르의 쾌감이 만만찮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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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세 번째 연작에서 역전의 암살자인 치사토와 마히로는 20살 성인식을 앞둔 상태다. 오키나와를 제외하면 일본 최남단 태평양 연안의 휴양지 미야자키로 바쁜 임무 중 여행을 온 것 또한 이를 자축하기 위함이다. 목숨을 건 대결에서 서로 등을 지켜줄 수 있는 가족보다 더 진한 우정을 나눈 두 사람은 함께 꿈을 이야기하고 합법적 성년을 넘기면 해보고 싶은 것들을 공유한다. 아무리 천진난만한 표정과 낙천적 태도로 눈 하나 깜짝 않고 적대 세력을 해치우는 무시무시한 킬러라 해도, 역시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가지 않은 길이다.
영화는 둘의 성장통을 지금까지 그들이 상대해본 적 없는 최강의 적 후유무라로 형상화한다. 이 새로운 강적은 세상과 동떨어진 '외로운 늑대'의 전형이다. 그저 최강이 되기 위해 무술 고수처럼 피나는 수행을 반복하고, 강함을 증명하고자 150명의 상대를 해치는 걸 목표로 삼는다. 그의 마지막 제거 대상이 공교롭게 주인공들 목표와 겹친 것이다. 임무 완수가 이제 중요한 게 아니다. 후유무라 역시 상대할 가치가 있는 강적을 만났다. 라이벌 맞수를 놓칠 수 없다. 둘 중에 특히 마히로가 그의 맞상대다.
마히로는 성별 가리지 않고 격투로 제압해 왔다. 하지만 후유무라와 첫 대결부터 번번이 한 수 위의 강적에게 패배 직전으로 몰린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이길 수 없는 상대, 패배는 죽음과 직결되는 암살자의 세계에서 지금껏 공포를 내색해본 적 없었던 마히로가 처음으로 불안과 두려움에 시달린다. 패배의 후유증이 그를 뒤덮는다. 의기소침해진 그는 달아나고 싶다. 다음번에 또 붙으면 정말 죽을 것 같으니 당연한 심리다.
하지만 그에겐 지난 몇 년간 생과 사를 함께 헤쳐온 '전우' 치사토가 있다. 그리고 차질 없는 임무 완수를 위해 특명을 받은 미야자키 토박이 킬러 콤비와 이들이 난장판을 만들고 난 현장을 정리하는 오랜 파트너, '청소팀'이 합류한다. 처음엔 지역 텃세에다, 세대 차이 여실한 새 동료들과 티격태격한다. 이러다 후유무라 대신 그들과 한판 붙을 기세다. 하지만 공통 목표를 위해 갈등 봉합하고 오해는 풀어가며 서서히 '원 팀'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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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엉뚱발랄 킬러 콤비, 치사토와 마히로 역은 타카이시 아카리, 이자와 사오리가 열연한다. 타카이시 아카리는 <싱글 에이트>, <추락 여고생과 폐인 교사> 등 영화와 드라마 가리지 않고 왕성하게 활약 중이다. 이자와 사오리는 스턴트 퍼포머로 체계적 액션 수업을 거친 베테랑이다. <존 윅> 시리즈 주요 캐릭터 무술 대역을 맡은 실력자다. 최강의 적 후유무라는 <도쿄의 밤하늘은 항상 가장 짙은 블루>와 <오키쿠와 세계>의 이케마츠 소스케가 맡았다.
여기에 미야자키 토박이 킬러로 치사토와 내내 으르렁 싸우지만, 점점 속마음 열어가는 선배 킬러로 마에다 아츠코가 등장한다. 전설적 아이돌 그룹 AKB48 전성기 센터였고, 이후 성공적 배우 경력을 이어가던 그가 자신이 가수로 활약하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10대 킬러들과 티격태격하며 나잇값 들먹이는 찰나가 묘한 재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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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스틸 |
| ⓒ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
베이비 어쌔신: 나이스 데이즈
Baby Assassins: Nice Days
2024|일본|액션, 범죄
2025.02.26. 개봉|112분 39초|15세 관람가
감독 사카모토 유고
출연 타카이시 아카리, 이자와 사오리
수입/배급 ㈜스튜디오 디에이치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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