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배신하고 바로 후회하십니까? [배철현의 ‘카라바조로 보는 인생’]

“네가 죽였는지 난 알아.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너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어.”
이 ‘죽음의 입맞춤’이 복음서에도 등장한다. 예수는 자신에게 주어진 유일무이한 임무가 십자가 처형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제자들과 최초의 만찬을 하고, 그 자리에서 자신을 배신할 제자를 암시한다. 제자들은 3년간 동고동락한 스승을 배신할 사람은 없다고 강하게 항변한다. 예수도 십자가 처형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동시에 치욕스러운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 처형을 피하고 인간의 가장 숭고한 가치를 사람들에게 전달할 별도의 방법이 있는지를 깊이 명상하기 위해 겟세마네 동산으로 간다. 그는 세 제자 베드로, 야고보, 요한만 대동하고 갔다. 예수는 이곳에서 자신의 뜻이 아니라, 자신을 이 세상에 보내신 분, 생명을 자신에게 선물로 주신 하늘에 계신 아버지의 뜻을 묻는다. 예수는 ‘사람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신의 뜻을 이루는 ‘신의 아들’이 되기 위해 유다의 배신을 통한 십자가 처형이란 운명을 받아들인다.
예수가 이 결심 기도를 마치고, 제자들에게 “인자(人子·예수의 자기명칭)가 배신을 당할 시간이 왔다”라고 말하는 동안 유다가 폭도들과 왔다. 이 이야기는 ‘마가복음’ 14장에 등장한다. 44절과 45절에서 여기에 일반적인 입맞춤과 죽음의 입맞춤이 다른 단어로 등장한다(44절). 예수를 넘겨줄 자가 그들에게 신호를 짜주기를 “내가 입을 맞추는(필레오)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니, 그를 잡아서 단단히 끌고 가시오” 하고 말해놓았다(45절). 그가 예수께로 곧 다가가서 “랍비님!” 하고 말하고서, 열렬하게 여러 번 입을 맞추었다(카타필레오). 마이클 콜리오네의 강렬한 입맞춤은 결국 ‘카타필레오’다.
카라바조는 1602년 치아리코 마테이 가문 전속화가로 지내면서 ‘그리스도의 체포’라는 그림을 그렸다. 그는 배경을 검은색으로 칠하고, 마치 연극처럼 등장인물에 조명을 강하게 비추는 명암법을 사용했다.
이 그림은 거의 400년 동안 잊혀진 그림이었다. 마테이 가문에서 보관 중이던 이 그림이 수백 년이 지나, 19세기에 그의 자손들이 이 그림을 한 스코틀랜드인에게 팔았다. 한 아일랜드 여인이 1921년 스코틀랜드를 여행하다 1921년 이 그림을 구입하고, 더블린에 있는 예수회 신부들에게 기증했다. 신부들은 1990년에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 전문가에게 보냈다. 놀랍게도 복원 전문가들은 이 그림이 카라바조의 그림이란 사실을 확정시켜주었다. 1993년 그림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고 후에 아일랜드 국립미술관에 영구 기증되었다.
이 중요한 장면을 그린 중세 화가가 있다. 지토 디 본도네(1267~1337년)다. 그림 중앙에 유다가 예수에게 입을 맞출 찰나다. 유다는 치렁치렁한 황금빛 망토를 입고 있다. 그는 그 황금빛 망토로 순교를 상징하는 붉은 옷과 청빈을 상징하는 푸른 옷을 입고 있는 예수를 감싸안았다. 은 30냥에 양심을 팔고 예수를 배신한 제자가 신앙보다 황금이 더 좋다며, 스승을 농락하는 모습이다. 로마 병정들이 그를 에워싸고 있고 오른편에서는 유대 종교, 정치 지도자들이 횃불과 몽둥이를 들고 달려온다. 그림 가장 왼쪽에는 베드로가 단검을 들고 예수를 체포하려는 로마 군인 귀를 자르고 있다. 지토는 예수가 복음서 기록대로 로마 군대와 무리에 의해 체포되는 장면을 그렸다. 그러나 카라바조는 모든 배경을 생략하고 유다가 예수를 부둥켜안으려는 순간을 포착하여 그렸다.
이 체포는 한밤중에 일어났다.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달이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달빛을 비춘다. 카라바조가 선호하는 빛의 방향이다. 그 빛은 예수와 유다의 의미를 집중적으로 비추는, 신적인 광채다.


지토는 신이란 사실을 표시하는 후광을 드리운 예수와 유다의 입맞춤을 그렸다. 카라바조의 그림은 다르다. 그는 후광이 없는 보통 사람 예수를 그렸다. 그는 마치 우리에게 “당신은 배신당하면 어떤 표정을 짓겠습니까?”라고 묻는 듯하다. 혹은 “당신은 소중한 사람을 배신하고 후회합니까?”라고 묻는다.
그림 왼편에 녹색 윗옷에 붉은 망토를 걸친 소위 ‘사랑받는’ 요한은 그림에는 등장하지 않는 다른 제자들과 함께 기겁하여 두 손을 들고 도망치고 있다. 요한의 머리와 예수의 머리가 하나로 붙어 있다. 예수는 이제 체포되어 십자가 처형을 당하지만, 요한은 도망쳐 예수 신앙의 보전자이자 전달자가 될 것이다.
예수는 유다의 배신에 아무런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그는 이미 유다가 배신할 것을 알았고, 그 배신이 인류 구원을 위한 단초가 될 것이란 사실을 직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덤덤하다.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수용하지만 동시에 다가오고 있는 십자가 처형이라는 고통을 두 손을 모아 낀 깍지로 표현한다. 유다는 미묘하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깊게 주름진 이마와 눈, 그리고 달빛에 빛나는 코는 이 순간에 상충하는 복잡한 감정을 응축하고 있다. 그는 예수를 체포하려는 로마 병정 손을 물리치고 예수를 왼손으로 감싸고 있다. 복음서는 유다가 지녔을 이런 감정에 대해 침묵한다.
카라바조는 자신을 이 그림에 그렸다. 로마 병정 뒤에서 등불을 오른손에 든 사람이다. 그는 자기도취적으로 등불을 들었지만, 장면 전체를 비출 정도로 환하지 않다. 그 빛은 등불을 들고 있는 자신의 오른손만 비춘다. 그는 복음서에도 등장하지 않는 예수, 유다, 요한의 감정들을 묘사한 그림을 그린 자신의 천재성을 그린 오른손을 자랑하고 있다. 동일한 방식으로, 그림 왼편 요한도 자신의 오른손을 위로 뻗으면서 ‘요한계시록’의 저자라는 사실을 알린다. 그렇게 카라바조는 자신을 이 그림에서 요한과 같은 반열에 올렸다.
[배철현 더코라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98호 (2025.02.26~2025.03.0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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