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법·추경·연금개혁 이견 못좁혀… 손만 잡고 끝났다

김형원 기자 2025. 2. 21.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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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정 국정협의회 4자 회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여·야·정 국정협의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국회사진기자단

20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한자리에 모인 여·야·정(與野政) 국정협의체가 열렸지만 핵심 쟁점에서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참석자들은 민생 현안인 추가경정예산(추경), 반도체특별법, 연금 개혁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세부 안건에서 이견(異見)을 좁히는 데 실패했다. 여·야·정은 추후 실무 협의에서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여·야·정이 4인 체제 구성에 합의한 지 42일 만에 열렸다. 국정협의체는 국회 사랑재에서 이날 오후 5시부터 116분간 진행됐다. 공동 합의문은 따로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 신동욱 대변인은 회담 직후 열린 브리핑에서 “국회 윤리특위·APEC특위 구성에 합의했고, 기후특위도 향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고 했다. 다만 핵심 의제인 반도체특별법 처리, 추경 편성,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 신 대변인은 “서로 간의 입장 차이가 명확해서 구체적인 부분은 추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조승래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추경 필요성에 대해서는 모두가 공감했다”며 “민생·미래산업·통상 지원이라는 3가지 추경 편성 원칙에 입각, 향후 실무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최 대행, 권 위원장은 이날 ‘연구개발(R&D) 인력 주 52시간 근로 예외’가 골자인 반도체특별법 신속 처리를 최우선 의제로 내세웠다. 정부·여당은 근로자 동의를 전제로 주 52시간 근로 예외제를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해보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노동계가 반대하는 상황에서 수용하기 어렵다”고 했고, 우 의장은 “기업들은 세제·재정 지원을 원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논쟁이 이어졌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여야는 추경 편성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했으나 구체적인 합의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권 위원장은 “지난 연말 민주당이 단독으로 예산을 삭감했는데, 추경 편성에 앞서 최소한의 유감 표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삭감된 예산 대부분이 특별활동비 등 민생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인데 무슨 유감 표명이 필요하냐”고 맞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금 개혁도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연금 개혁 논의 기구와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여야 동수(同數)의 연금특위, 민주당에선 자신들이 다수인 보건복지위를 각각 내세웠기 때문이다. 여야는 현행 9%인 보험료율(내는 돈)을 13%로 인상하자는 데는 의견이 같지만, 소득대체율(받는 돈) 인상 수준 등 세부적인 부분에선 이견을 드러냈다.

이 밖에 우 의장은 현재 공석인 국방장관 임명에 관한 논의를 하자고 제안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국방장관 임명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신임 국방장관이 계엄을 또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는 취지로 반대했다고 한다. 이에 우 의장이 여야 합의로 국방장관 후보자를 추천하자는 취지로 제안했지만, 이번에는 인사권 침해 등의 이유로 정부·여당 측에서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협의에 앞서 참석자들은 뼈 있는 말들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최 대행은 반도체특별법의 신속 처리를 강조하면서 “근로시간 특례 조항이 포함되지 않는다면 반도체특별법이 아니라 반도체보통법에 불과하다”고 했다. 뒤이은 발언 순서에서 권 위원장은 “(민주당이) 이 대표 ‘일극 체제’인 줄 알았는데 정책과 관련해선 진성준 정책위의장이 가장 실세이신 것 같더라”고 했다. 이는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 예외 허용이 진 정책위의장의 반대로 무산된 것에 대한 ‘우회적 비판’으로 풀이됐다. 그러자 이 대표는 “이것이 개인 사업도 아닌데, 국가적 안목에서 합의할 수 있는 부분은 합의를 이끌어내자”며 “시간만 낭비했다는 소리 안 듣게 가시적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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