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후반에 4개 영화제 휩쓴, 시간 품고 깊어진 배우

양형석 2025. 2. 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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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 21일 첫 방송되는 <보물섬>에서 검찰총장 출신의 비선실세 연기

[양형석 기자]

지난 1993년에 방송됐던 MBC 주말 드라마 <엄마의 바다>는 50%를 넘나드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김혜자 배우, 고현정 같은 스타 배우들과 고소영, 이창훈 등 신예 배우들이 조화를 이룬 <엄마의 바다>는 1994년 백상예술대상 TV부문 작품상을 수상했다. <엄마의 바다>는 최수종과 김희애, 채시라, 한석규 등이 출연했던 전작 <아들과 딸>의 상승세를 확실히 이어간 드라마였다.

<엄마의 바다>는 높은 인기와 뛰어난 작품성 외에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연기자 아버지를 둔 2세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많은 화제가 됐다. 고 최무룡 배우의 아들 최민수는 어머니의 반대를 이겨내고 영서(고현정 분)와 결혼하는 학원강사 이동재를 연기했다. 고 독고성 배우의 아들 독고영재는 영서를 좋아하는 부드러운 성격의 서브 주인공 최승주 역을 맡아 긴 무명 생활을 끝내고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엄마의 바다>에는 최민수와 독고영재 외에도 또 한 명의 2세 배우가 출연했다. 동재의 이복동생 이강재를 연기했던 고 허장강 배우의 아들 허준호였다. <엄마의 바다>에 출연했던 2세 배우 3인방 중 가장 나이가 어렸던 허준호는 3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현재 이들 중 가장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허준호는 오는 21일 첫 방송되는 SBS 금토드라마 <보물섬>에서도 법학대학원 석좌교수 염장선을 연기한다.

또래들 중 늦게 빛을 본 대기만성 배우
 허준호가 연기한 조돈일 중사는 <실미도>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 (주)시네마서비스
최민수와 독고영재,박준규 등 2세 배우 1세대들이 그랬던 것처럼 허준호 역시 데뷔 초에는 아버지의 그늘에 가려 크게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던 1993년, 허준호는 최민수와 함께 두 편의 드라마(<걸어서 하늘까지>, <엄마의 바다>)에 출연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했고 <마지막 승부>에서는 대학농구 최강팀 명성대의 주장이자 감독의 지시를 받고 이동민(손지창 분)을 괴롭히는김만재 역을 맡았다.

<마지막 승부>가 인기를 끌면서 1994년 앨범을 발표한 허준호는 < 반항2 >라는 노래로 잠시 활동했고 1995년 드라마 <젊은이의 양지>와 <아스팔트 사나이>, 영화 <테러리스트> 등에 출연했다. 허준호는 1998년 드라마 <보고 또 보고>에서 정보석이 연기한 박기정의 동생 박기풍, 1999년 <왕초>에서 발가락 역을 맡으며 전성기를 맞았고 2003년엔 <실미도>를 통해 커리어 첫 천만 영화에 출연했다.

2006년 <주몽>에서 주몽의 아버지이자 멘토 해모수 역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긴 허준호는 2007년 <로비스트>를 끝으로 한 동안 드라마 출연이 없었다. 하지만 2010년 영화 <이끼>에서 주인공 류해국(박해일 분)의 아버지 류목형을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허준호는 2016년 장혁, 박소담 주연의 <뷰티풀 마인드>에서 현성병원 심뇌혈관센터장 이건명 역을 맡으며 9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했다.

허준호는 2017년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에서 선대 왕을 시해하는 편수회의 수장 대목, 2018년 <이리와 안아줘>에서 연쇄살인마 윤희재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 2018년에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는 가족과 직원들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장 한갑수를 연기했다. 나이가 들수록 연기 패턴이 굳어지는 일부 배우들과 달리 허준호는 나이가 들면서 연기가 점점 완숙해 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허준호의 물이 오른 연기를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은 2019년과 2020년에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이었다. <킹덤>에서 세자 이창(주지훈 분)의 스승이자 500의 병력으로 왜군 3만을 격퇴한 구국의 영웅 안현대감을 연기한 허준호는 엄청난 카리스마를 내뿜으며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특히 좀비가 된 후 조학주(류승룡 분)에게 돌진해 피가 묻은 조한주의 볼을 물어 뜯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었다.

<보물섬>으로 악랄한 악역 보여줄 허준호
 허준호는 50대 후반의 적지 않은 나이에 <모가디슈>로 4개 영화제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 (주)롯데엔터테인먼트
2020년 < 60일, 지정생존자 >에서 청와대 비서실장 출신의 대통령 비서실 정책실장 한주승을 연기한 허준호는 2021년 류승완 감독의 <모가디슈>에서 소말리아 주재 북한대사 림용수 역을 맡았다. 허준호는 <모가디슈>에서 남한을 적대시해야 하는 자신의 직책과 대사관 가족을 구해야 하는 가장의 고뇌를 잘 표현했고 <모가디슈>를 통해 청룡영화상을 비롯한 4개 영화제의 남우조연상을 휩쓸었다.

허준호는 2022년 법정 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 자신의 욕망과 이익을 위해 누구의 등에도 칼을 꽂을 수 있는 TK로펌의 회장이자 오수재(서현진 분)와 대립하는 최태국 역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2023년에는 두 번째 넷플릭스 드라마 <사냥개들>에서 일반적인 사채업자 이미지와 달리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이자로 돈을 빌려주고 주인공 김건우(우도환 분)를 돕는 인간적인 사채꾼 최태호 회장을 연기했다.

그 해 연말에 개봉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이순신(김윤석 분)의 조력자이자 명나라의 등자룡 장군을 연기한 허준호는 21일 첫 방송되는 <보물섬>을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달달한 멜로였던 전작 <나의 완벽한 비서>와 달리 무거운 정치 스릴러 장르의 <보물섬>에서 허준호는 공안 검사와 검찰 총장,국가정보원장을 거친 나라의 실세이자 드라마의 '최종보스' 염장선 역을 맡았다.

<보물섬>에는 허준호 외에도 보이그룹 제국의 아이들 출신 배우 박형식이 뛰어난 능력으로 정치 비자금을 만드는 일에 일등 공신으로 활약하지만 곧바로 폐기 처분된 후 복수를 꿈꾸는 서동주를 연기한다. <더 글로리>와 <사냥개들>, <돌풍>, <트리거> 등 OTT드라마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줬던 이해영은 대산그룹의 맏사위이자 대산그룹 차기 회장을 꿈꾸는 대산 에너지 사장 허일도 역을 맡았다.

허준호는 오는 4월에 공개될 소지섭 주연의 넷플릭스 드라마 <광장>에서도 남기준(소지섭 분)의 동생(이준혁 분)이 속했던 조직의 대표 이주운을 연기할 예정이다. 사실 허준호는 젊은 시절 유난히 깊게 파이는 주름 때문에 대중들로부터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덧 환갑의 나이가 된 지금, 허준호의 깊은 주름은 무르익은 그의 명품 연기에서 빠질 수 없는 멋진 훈장이 됐다.
 허준호는 SBS 새 금토드라마 <보물섬>에서 악랄한 악역 연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 <보물섬>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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