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살이 고른 영화 보고, 영화관 빌려 뜨개질한다…MZ들의 영화관람법

“모처럼 영화관에 왔는데, 러닝타임 동안만 머무르는 건 아쉽잖아요.”
팝업스토어가 즐비한 서울 성동구 연무장길 골목에 위치한 극장 ‘무비랜드’. 지난 13일, 상영 30분 전 도착해 2층 전시공간을 둘러보고 있던 송예진(28)씨는 이렇게 말했다. 송씨가 오늘 보는 영화는 1999년 개봉한 ‘파이트클럽’. 이달의 큐레이터 래퍼 넉살이 고른 인생영화다.
지난해 2월 문을 연 이곳은 개봉작이 아닌, 큐레이터가 고른 영화를 상영한다. 큐레이터는 달마다 바뀐다. 송씨와 함께 방문한 지인 송다원(24)씨는 “OTT에서도 ‘파이트클럽’을 볼 수 있지만, 즐길 거리가 많아 (티켓값) 2만원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관객 수 줄었지만...이 ‘극장’ 늘 매진된다



무비랜드의 인기가 대표적인 예다. 주로 방문하는 고객층은 2030, 입소문이 빠른 MZ세대다. 1년 만에 1만명의 회원을 모았고, 재방문율이 15%로 충성도가 높다. 평균 매진율은 82%에 달한다. 큐레이터로는 이제훈, 박정민, 넉살 등 무비랜드 팀이 ‘사심을 담아’ 섭외한 유명인이 거쳐갔다. 1층에선 팝콘과 콜라, 굿즈를 구매할 수 있고 2층은 전시공간, 3층은 30석 단관의 상영관이다.
극장주이자 디자인 스튜디오 ‘모베러웍스’의 소호와 모춘은 “OTT, 상업·독립영화관이 아닌 다른 선택지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비랜드를 ‘영화관’이 아닌 ‘극장’이라고 부른다. 영화 감상 외의 경험까지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잘 몰랐던 영화라도, 친구의 인생영화라고 하면 더 궁금해졌던 경험을 공간에 녹이려 했다.
신발 브랜드 ‘반스’, 속옷 브랜드 ‘비너스’와 금융 서비스 ‘토스뱅크’ 등 기업들도 무비랜드를 찾았다. 1, 2층 공간을 굿즈 등으로 꾸미고, 3층에선 관련 영화를 상영했다. 반스는 ‘캡스락’(2022), ‘시퀀스’(2024) 등 스케이트보드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비너스는 ‘아무르’(2012), ‘HER’(2013), ‘캐롤’(2015) 등 사랑을 모티프로 한 영화를 골랐다. 토스뱅크는 직접 제작한 다큐멘터리 ‘웹툰노동’(2025)과 함께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2016), ‘미안해요, 리키’(2019)를 상영했다.
극장과 협업하는 OTT ‘왓챠’, MZ에 화제 ‘뜨개 상영회’도

해당 프로그램에선 매달 1번씩 ‘취향의 발견’을 주제로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트루먼 쇼’(1998), 미국 드라마 ‘오피스’(2005) 등을 상영했다. 양치우 왓챠 커뮤니케이션팀 이사는 “OTT와 영화관이 경쟁자라는 통념은 과거의 이야기”라며 “앞으로도 유저들에게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면 온·오프라인을 구분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달라진 인식은 영화관을 활용하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지난달과 이번달, 뜨개인에게 주목을 모은 ‘뜨개 상영회’가 대표적이다. 현장을 찾은 관객의 80%는 2030이었다. 주최자인 뜨개샵 ‘바늘이야기’는 수익 없이 이벤트성으로 상영회를 열었다. 멀티플렉스의 일반상영 시간에 맞춰 예매를 안내했다. CGV에선 ‘리틀 포레스트’(2018), 메가박스에선 ‘러브레터’(1995) 상영관이었다. 총 3회, 합해서 268석이 매진됐다.
이지혜 문화평론가는 “이제 젊은 세대는 영화관을 영화만 보는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양한 콘텐트를 이색적으로 보려는 소비행태가 앞으로 두드러질 것”이라고 해석했다.
멀티플렉스, ‘롤플레잉 게임’도 기획...영화관 전용 경험 강화한다

영화관을 놀이터처럼 쓰기도 한다. 롯데시네마는 지난해 6월부터 방탈출게임 브랜드 ‘제로월드’와 손잡고 ‘라이브시네마’를 진행해왔다. 오픈 때마다 매진, MZ의 사랑을 받았다. 라이브시네마에 참여한 관객은 게임의 주인공이 되어 배우와 함께 롤플레잉 체험을 한다.
프리미엄관도 늘었다. 3~4면을 스크린으로 활용하는 스크린X, 4DX, 돌비 시네마 등의 기술로 영화관에서만 가능한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서지명 CGV 홍보팀장은 “일단 영화관에 오기로 마음먹은 분들은 특별한 경험을 찾는다”며 “영화와 결이 잘 맞는 오프라인 기획 또한 계속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최혜리 기자 choi.hye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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