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사이에 말바꾸기, 윤석열이 노린 것

안홍기 2025. 2. 18. 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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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진술 분석 ③] 안보실장과 같이 왔다 → 부속실장이 모시고 왔다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많은 말을 했다. 핵심 내용을 설명하면서 그 주변 상황을 상세하게 묘사한다는 게 윤 대통령 진술의 특징이다. 자기 진술의 신빙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이지만, 변론이 거듭될수록 '그럴듯한 거짓말'일 정황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기자말>

[안홍기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직접 질문하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허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규정의 근거가 뭐냐’고 문형배 권한대행에게 항의하는 김계리 변호사를 윤석열 대통령이 제지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2월 13일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8차 변론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위원들을 소집한 일을 언급하며 애초부터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변론 과정에서 나온 여러 증언들은 이 같은 진술이 거짓이라 말한다.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윤 대통령은 8차 변론에서도 긴 설명을 내왔다.

"국무회의 가지고 많은 좀 논란이 있었지만 국무위원들 당시에 대통령실에 온 거 제가 전화한 거 또 국방부 장관도 전화하고 또 먼저 온 사람이 전화하기도 하고 또 대통령 부속실장이 전화하기도 하고 이렇게 해서 가능한 한 연락되는 분들을 좀 빨리 하는데, 그래도 계엄과 관련해서는 주무 부서인 국방부, 외교부 또 행안부 무슨 법무부 이런 데는 또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하니까 집에 들어가지 말고 끝나고 바로 오라는 취지에서 좀 다른 위원들보다 일찍 도착을 한 것이지, 이 사람들하고만 얘기를 마치고 나서 만약에 정식 국무회의도 안 하고 할 것 같으면 (신원식) 안보실장하고 (정진석) 비서실장은 왜 오며 (조태용) 국정원장은 거기에 왜 왔겠습니까? 그거는 바로 그 국무회의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저희도 저도 명확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그렇게 된 것입니다."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전 국무회의를 거칠 계획이었다는 얘기는 계엄법 2조 5항을 준수할 뜻이 확고했다고 주장하기 위한 걸로 보인다. '대통령에게 헌법과 법률을 준수할 의지가 있었느냐'가 탄핵 심판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참석 국무위원에게 안건에 대한 설명이 없었던 점, 회의록이 존재하지 않는 점 등 여러 절차적 하자 외에도 한덕수 국무총리,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은 '국무회의가 열렸다고 볼 수 없다'고 한 상황이다. 이를 뒤집기 위해 윤 대통령은 '애초부터 국무회의를 거쳐 비상게엄을 할 계획이었다'는 주장을 강조한 걸로 보인다.

신원식이 빠진 까닭은?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이와 관련해 눈여겨봐야 할 윤 대통령의 진술이 있다. 하나는 2월 4일 5차 변론, 다른 하나는 2월 13일 8차 변론에서 나온 것이다.

① 2월 4일 5차 변론 : "(12월 3일 오후) 8시 반 무렵에 국무회의 하려고 이제 여러분 이제 국무위원도 오시고 비서실장, 안보실장이 들어오는데 (신원식) 안보실장하고 (조태용) 국정원장이 같이 오는 겁니다."

② 2월 13일 8차 변론 : "그때 우리가 길게 얘기할 상황이 아니고 '네 잘 알겠습니다, 일 잘 마치십시오' 이러고 제가 전화를 끊었는데 그러고 나서 8시 반경에 부속실장이 (조태용 국정원장을) 모시고 들어오길래 제가 화들짝 놀랍니다."

12월 3일 오후 8시 반 경 조태용 국정원장이 대통령실에 오는 상황에 대한 진술인데, ①번 진술의 '조 원장이 신원식 안보실장과 함께 왔다'는 부분이 9일 뒤 ②번 진술에선 '부속실장이 모시고 왔다'로 바뀌었다.

이 아흐레 사이엔 신원식 안보실장의 증언이 있었다. 지난 11일 7차 변론에서 신 원장은 당시 자신이 12월 3일 오후 9시 19분 대통령실 수석 이상급 비서관회의가 소집됐다는 연락을 받고 오후 9시 40분에 공관을 출발, 오후 10시 1~2분 사이에 대통령실에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13일 8차 변론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은 오후 8시경 국정원 공관에서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았고, 8시 5분경 강의구 대통령실 부속실장의 소집 전화를 받고 대통령실로 출발, 8시 반 경 도착했다고 진술했다. 조 원장이 신 실장보다 1시간 30분가량 일찍 도착한 것이다.

"저는 기억력 아주 정확한 사람입니다"(9차 변론)라고 강조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객관적 사실과 다른 ①번 진술을 하게 된 까닭은 무엇일까. 도착 시간이 1시간 30분이나 차이 나는 인원들이 같이 왔다고 진술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착각으로 넘길 일은 아니다. '국무위원을 소집한 시점이 언제냐'라는 쟁점이 제기되는 대목이기 때문이다.

오후 8시 반 소집은 7명뿐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1월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조 원장, 신 실장,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7차 변론)의 증언을 종합하면, 12월 3일 오후 8시 30분을 전후해 대통령실에 모인 이들은 한덕수 국무총리,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안부 장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 7명이다.

이상민 전 장관의 7차 변론 증언에 따르면, 총리 등이 대통령 집무실을 들어갔다 나왔다 하면서 비상 계엄 선포에 대한 반대 혹은 우려를 전했고, 누군가가 "국무회의를 거치도록 돼 있네요?"라고 말했다. 국무회의 소집은 한덕수 총리의 건의로 이뤄져, 오후 9시 20분을 전후해 대통령실에 없던 나머지 국무위원들과 수석 이상급 대통령실 비서관도 소집됐다.

당초 계획됐던 비상계엄 발표 시각은 오후 10시 정각. 국무위원들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들이 소집 연락을 받고 즉시 출발해도 대통령실에 도착하기에도 빠듯한 시간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1월 23일 4차 변론 증언에 따르면, 11명의 국무위원이 모여 국무회의 정족수가 채워진 것은 오후 10시 17분경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하면서다. 윤 대통령이 긴급 담화 방송을 위해 대접견실을 나간 게 오후 10시 22분이다.

김용현 전 장관은 4차 변론에서 "그거는 절차를 지금 준수하기 위해서 원래는 이제 22시에 계엄 선포를 할 계획이었는데 국무위원들 도착 시간이 늦어지면서 '정족수가 최소한 이렇게 돼야 되겠다' 해서 기다려서 30분 늦게 이루어진 겁니다"라고 증언했다. 국무위원들이 늦게 와서 비상계엄이 늦춰졌다는 것이다.

'10시 계엄 발표' 시간 계획에는 국무회의가 없었다
 조태용 국정원장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8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 헌법재판소 제공
▲오후 8시 30분을 전후해 한 총리 등 7인이 먼저 소집된 점 ▲7인의 대화 중 국무회의 소집 필요성이 제기됐고, 한 총리가 이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점 ▲나머지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에 대한 소집 연락이 오후 9시 20분 전후에 이뤄진 점 ▲비상계엄 선포는 오후 10시에 예정된 점 ▲국무위원과 수석비서관들이 즉시 출발해도 오후 10시 전후에나 도착 가능했던 점 등을 고려하면, '오후 10시 비상계엄 발표'라는 당초 시간 계획에는 국무회의 개최가 없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렇게 보면 윤 대통령의 ①번 진술은 '애초부터 국무회의를 열 생각이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거짓으로 묘사한 장면이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신원식 실장의 증언으로 조 원장과 신 실장의 도착 시간에 큰 차이가 있는 것이 확인됐고, 윤 대통령은 2월 13일 8차 변론에서 ②번 진술로 그 내용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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