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읽기] 마을의 새로운 보안관

미국의 JD 밴스 부통령은 지난주 개최된 파리 AI 정상회의와 뮌헨 안보회의 연설에서 유럽과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말을 쏟아냈다. 그가 꺼낸 “마을에 새로운 보안관이 왔다”는 표현으로 요약할 수 있는 밴스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가 재선되면서 세계가 태도를 완전히 바꾼 미국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두 회의에 나선 밴스의 태도는 유럽국가들이 강압적이라고 느낄 만큼 단호했다. AI와 안보 문제에서 유럽국가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를 정면으로 부정하며, 미국을 따르라고 한 것이다. AI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이 막대한 투자를 하고 기술을 선도하고 있으니 “과도하게 예방적인” 규제를 하지 말라며, AI 정상회의에서 도출된 폐막 선언에 서명을 거부했다. 유럽과 견해가 다름을 분명히 한 것이다. 미국 기술이 세계 표준이 될 것인데, 이를 유럽의 기준으로 제약하는 일을 당하고 있지 않겠다는 의미다. 또한 뮌헨 안보회의에서는 ‘허위 정보’나 ‘잘못된 정보’ 같은 “소련 시대의 낡은 용어”를 내세워 검열을 정당화하지 말라고 주장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정치인들은 밴스의 발언을 유럽에 대한 내정 간섭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당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독일에서는 트럼프의 오른팔 일론 머스크가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지지하는 발언 때문에 반미 여론이 일었는데, 이번에는 부통령까지 찾아와서 극우 세력에 대한 비판을 발언의 자유를 억압하던 소련에 빗대어 비난했기 때문이다.
유럽은 미국에서 일어난 ‘트럼프 현상’이 다른 나라로 확산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트럼프와 그의 지지자들은 과거 금기시되었던 인종주의적, 여성 혐오적 극우 발언을 ‘발언의 자유’라는 미국적 가치로 포장해왔는데, 이제는 아예 국제무대에서 이를 다른 나라들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강, 달변 아닌데 신기했다" 스피치 전문가도 놀란 연설 | 중앙일보
- 억대 연봉 전무님 됐다…'입주청소 아줌마' 놀라운 자격증 | 중앙일보
- 90대 할머니 성추행한 70대 이장…홈캠에 고스란히 찍혔다 | 중앙일보
- 술 취한 상관 모텔 끌고가 성폭행…해군 뒤집은 부사관 결국 | 중앙일보
- “마치 유도하듯 넘어뜨려”…경비원 숨지게 한 20대 징역 10년 | 중앙일보
- 길에서 흉기로 친아들 살해 60대…도주하다 부산역서 붙잡혔다 | 중앙일보
- 초등생 자녀 2명과 차에서 죽으려고…친모는 20억 빚 있었다 | 중앙일보
- 9세 딸 일기장 보자 부모 기겁…한국 떠난 태권도 관장 결국 | 중앙일보
- 산다라박 "나이 속이고 14살과 데이트"…논란 일자 영상 지웠다 | 중앙일보
- "20분 일찍 출근하더니…" 성실한 여직원, CCTV 속 충격 반전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