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형 "정치인 체포 명단, 가장 큰 리스크"…계엄후 대책 메모 나왔다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12·3 비상계엄이 해제된 후 방첩사 간부에게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신병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라는 취지로 말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휘하 간부가 여 전 사령관의 계엄 해제 후 수사 대책 지시를 받아 적은 자필 메모에서다. 방첩사가 정치인 체포 명단을 작성했고, 여 전 사령관이 이에 대한 위법성을 인지하고 수사에 대비했던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다.
17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검찰과 군검찰로 구성된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고검장)는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 대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정 처장이 지난해 12월 5~6일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그대로 받아적은 메모를 확보했다.
이 메모에는 ‘리스크 ① 명단 : 신병확보, ②4개소 장관님지시’라고 적혔다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처장은 “방첩사의 가장 큰 리스크는 정치인 신병확보를 위한 명단 작성이고, 선관위 등 4개소 투입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하면 된다고 했다”며 “그 의미로 적시한 것”이라고 군 검찰에 진술했다고 한다.
이 밖에도 정 처장은 당시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듣고 ‘압수수색 대비 체크리스트. 컴퓨터 교체’ 등도 메모에 적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대우 전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 역시 여 전 사령관이 “어제 일이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으니 나중에 수사에 대비해서 할 수 있는 조치를 미리 취해야 하겠다”고 말했다고 특수본에 진술했다. 특히 “(체포) 명단은 아예 없애서, 없는 걸로 해라”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시 정치인 주요 인사 체포조 운용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밤 22시 30분쯤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십수 명의 위치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여 전 사령관은 국회에 정치인 체포를 위해 방첩사 병력을 보냈고 동시에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와 국방부 조사본부에 지원 요청도 했다. 다만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하며 정치인 체포 시도는 실패했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심판 증인으로 출석해 ‘정치인 체포조 운영’에 대한 질문에 “그 사실은 말씀드릴 수 없다. 형사 재판에서 답하겠다. 여기서 ‘예, 아니오’ 단문으로 말씀드릴 수 없다. 굉장히 다른 진술들이 많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는 취지로 대답한 바 있다.
또 여 전 사령관은 선거관리위원회 서버 반출 시도를 했다는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여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정 처장에게 “선관위 청사 등 4곳의 전산실을 확보하라”고 명령했고,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이 임박해지자 “전산센터를 통제하고 서버를 카피해라. 어려우면 서버 자체를 떼어와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서도 여 전 사령관은 지난 4일 “형사재판에서 밝히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이날 공개된 정 처장의 진술과 메모에 따르면 비상계엄 당시 여 전 사령관이 체포조를 직접 지시했고 동시에 위법성을 인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대해 여 전 사령관 측은 “(체포조는) 신병확보를 위한 출동 부분을 리스크라고 판단한 것이다”며 “방첩사는 누군가 체포하면 신병을 인수받아 오기 위해 출동을 했고, 이 부분을 리스크 요인으로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경민·강보현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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