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여제·흥행보증수표' 김연경의 은퇴…지금부터가 위기 [V리그포커스]
김연경 이을 기량·인기 선수 부족…남자부도 깊은 고민 필요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누구도 바라지 않았지만, 피할 수 없었던 그 순간이 오고야 말았다. '배구 여제' 김연경(37)이 배구 코트를 떠난다.
지난주 V리그의 가장 큰 화두는 김연경이었다. 그는 지난 13일 GS칼텍스전을 마친 뒤 인터뷰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럽지만 예견된 수순이기도 했다. 2021년 도쿄 올림픽을 끝으로 국가대표에서 물러났던 김연경은, 지난 몇 시즌 간 현역 은퇴 시기를 두고 고민했다. 끝내는 유니폼을 벗기로 결심하면서, 십수년간 한국 배구의 '얼굴'이었던 김연경의 경기를 더는 볼 수 없게 됐다.
김연경이 물러난 이후를 생각해야 할 건 단지 그의 소속팀 흥국생명만은 아니다. 김연경이 그동안 보여준 업적과 영향력 등을 고려하면 그의 은퇴는 한국 배구 전체에 상당한 파장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현재 여자 배구가 겨울 프로스포츠 중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데에는 김연경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2012 런던, 2021 도쿄 등 두 차례의 올림픽에서 여자 배구가 선전하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게 됐는데, 대표팀의 핵심이자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한 이가 김연경이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은 오랫동안 해외리그 생활을 하면서도, 자주 국내로 들어와 예능 활동 등을 하기도 했다. 이 역시 배구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큰 역할이었고, 동료들이 함께 출연하는 일도 많았다.
여자배구의 시청률 상승과 현장 관중 증가 등 리그 흥행 역시 김연경과 깊은 관계가 있다.
V리그 여자부 시청률이 남자부보다 높아진 건 불과 5년 전으로, 2019-20시즌(1.05%)이었다. 여기에 김연경이 11년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한 2020-21시즌 시청률은 1.29%로 훌쩍 높아졌고, 이후 시즌 시청률 1.2%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점점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는 남자부와 대비되는 부분으로, 최근 3시즌은 여자부 시청률이 2배 이상 높다.
관중 수도 마찬가지다. V리그는 코로나가 종식된 2022-23시즌 이후 빠르게 회복했는데, 이는 김연경이 복귀한 여자부에만 해당하는 일이었다. 올 시즌 여자부의 경기당 평균 관중은 2459명인 반면, 남자부는 1947명이다.
여자부 내에서도 김연경의 영향력은 절대적이었다. 올 시즌 현재까지 여자부 최다 관중 상위 12위까지가 모두 흥국생명의 경기였다. 또 관중 3000명을 넘긴 27경기 중 22경기가 흥국생명 경기였다. 김연경의 '티켓 파워'가 여실히 드러나는 통계다.
이렇듯 배구계는 오랫동안 '김연경 효과'를 누리면서도, 그 이후를 대비하는 데에는 소홀했다. 김연경이 빠지는 다음 시즌, 당장 큰 후폭풍을 맞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이유다.
무엇보다 아쉬운 건 선수들의 경기력이다. 김연경이 그 정도의 위상과 인기를 갖춘 건 결국 압도적인 실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그런 선수가 다시 나오는 자체가 매우 어렵기도 하지만, 현재 V리그엔 '제2의 김연경'이라는 상투적인 수식을 붙일 만한 선수도 보이지 않는 것이 냉정한 현실이다.
강소휘(한국도로공사)와 박정아(페퍼저축은행), 김연경의 동료 정윤주(흥국생명), 미들블로커 이다현(현대건설) 등이 그나마 눈에 띄는 활약을 하는 이들이지만, 김연경과 비교하기는 어렵다.
당장 여자 배구 국가대표팀이 김연경이 빠진 이후 급격한 내림세를 보이며 올림픽 출전 불발,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VNL) 강등 위기 등을 겪고 있는 것만 봐도 그의 공백을 미리 체감하기엔 충분하다.
이대로라면 한동안 프로농구를 크게 압도했던 프로배구의 위상이 지켜지리란 보장도 없다. 여자 배구의 인기가 떨어진다면, 이미 하락세에 놓인 남자 배구 역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시작해야 한다.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와 흥행 유지를 위한 모두의 고민이 절실한 시점이다. 선수 개개인의 노력은 물론, 리그 운영과 제도까지 전방위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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