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사 문제, 현역시절부터 고심… 선수들 생각 듣겠다”

이누리 2025. 2. 1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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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인] 김동문 배드민턴협회장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11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국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현규 기자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시계는 지난해 여름에 멈춰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 역사상 28년 만의 올림픽 단식 금메달리스트가 탄생하던 날, 금메달의 주인공인 안세영은 “대표팀과 함께하기 힘들 것 같다”는 폭탄 발언을 남겼다. 이후의 파장은 엄청났다. 안일한 선수 부상 관리, 후원 용품 ‘페이백’ 의혹 등 묻혀 있던 사안들이 줄줄이 드러나면서 혼란이 이어진 끝에, 결국 협회의 리더십도 교체됐다.

개혁의 과제를 부여받고 당선된 김동문(50) 신임 배드민턴협회장은 임기 시작부터 협회 ‘정상화’를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에서 만난 그는 “당선 후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일단 선수들부터 만나려 한다”고 웃어 보였다. 이날은 국가대표 선수단과 김 회장 사이의 첫 미팅이 있던 날이었다.

현장을 아는 행정가

상처를 회복하고 변화를 이끌어갈 적임자로 한국 배드민턴계는 ‘경기인 출신 행정가’를 선택했다. 김 회장은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혼합복식 금메달,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남자복식 금메달을 따냈던 ‘셔틀콕 전설’로 불린다. 아내인 나경민 한국체대 교수와는 1997년부터 혼합복식 호흡을 맞추며 국제 대회 70연승과 14개 대회 연속 우승 등 대기록을 남겼다.

국가대표 은퇴 뒤에는 행정가로서의 길을 밟아왔다. 지도자 제안도 있었지만 행정가의 역할이 더 끌려 캐나다로 유학을 갔던 그는 2012년 모교 원광대학교에 돌아와 교수직을 맡았다. 김 회장은 “선수 시절에도 체감했던 문제들이 있어 현장의 목소리를 꾸준히 들어왔는데 협회에서 결정권을 가져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안세영 선수의 인터뷰 이후에는 ‘변해야 하는 시기가 분명히 왔다’고 느껴 출마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단은 곁에 둘 사람부터 바꾸려고 한다. 잘못을 제대로 지적할 수 있는 전문가를 각 협의체에 배치해야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김 회장은 “이번에 드러난 잘못된 시스템과 관행들이 사실 과거에는 ‘요령’이었을 것이고 어쩌면 ‘융통성’이었을 것”이라며 “묵힌 현안들을 해결하고 새롭게 무언가 도입하려면 혼자서는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협회 역사상 처음으로 인수위원회를 꾸렸다”고 설명했다.

국가대표 선수단 내에서도 인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일단 새로운 지도자부터 뽑아야 한다. 현재 배드민턴 국가대표 감독직은 공석으로, 협회는 지난해 12월 계약 기간이 만료된 김학균 감독과 작별했다. 김 회장은 “지도자 선임에 있어서는 회장의 측근이 아니라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고 있다”며 “지난 국가대표 선수단의 경우 지도자는 50대인데 주축 선수들은 10~20대라 세대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짚었다.

교수로서의 일도 병행해야 하기에 시간을 가능한 한 쪼개 써야 한다. 원광대에서 학부장에 전체 운동부를 총괄하는 스포츠지원센터장을 맡고 있었던 김 회장은 “한 번에 다 내려놓고 나오면 혼란이 생길 거란 우려가 있었다”며 “이번 학기에도 최소한 수업을 4개는 맡아야 하는 상황이다. 비대면 수업을 최대한 활용하되, 다음 학기엔 안식년을 내 협회 업무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전했다.

후원사 계약은 원점에서

김동문 대한배드민턴협회장이 지난달 대전에서 열린 제32대 대한배드민턴협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꽃다발과 당선증을 들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선수 시절부터 눈여겨봤던 문제 중 하나는 후원사 유치와 관련된 것이다. 이는 이번에 안세영 선수의 작심 발언을 통해 불거진 핵심 논란이기도 하다. 원래 국가대표 선수는 공식 후원사인 요넥스의 신발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했지만 안세영이 불편함을 호소함에 따라 협회는 한시적이고 예외적인 자율권을 주기로 했다.

‘한시적인 자율권’이었던 만큼, 새로운 회장이 취임한 이상 협회는 요넥스와 다시 협상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 김 회장은 “파리올림픽 이후 관련 논의가 아예 굳어버린 상태”라며 “원점에서 논의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선수와 스폰서의 개인 계약이 답인 것처럼 흘러가고 있지만, 뭐가 정답일지는 모르는 일”이라고 짚었다.

본격적인 협의에 앞서 선수들의 입장을 먼저 들으려 한다. 김 회장은 “선수들이 운동에만 전념해왔지 사실 행정적인 문제나 개인 스폰서에 관련된 법적인 문제는 잘 모른다”며 “일단 이번 선수단 첫 미팅에서는 선수들의 선택에 따른 권리와 의무, 예상 가능한 결과 등을 알려주고 선수마다 달리 혜택을 얻을 수 있는 방향도 고려하겠다는 뜻을 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중재하고 합의점을 찾는 일도 중요하다. 김 회장은 “요넥스로서도 선수들이 다른 브랜드를 개인 소셜미디어(SNS) 등 각자의 소통창구에 올리면 ‘계약 위반’이라고 지적할 수밖에 없다”며 “협회에선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지 물을 수 있어 이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체육관광부의 지원 계획도 알려진 바 있지만, 배드민턴 종목에만 내려줄 수 있는 예산이 아니라 그 용도를 분명히 설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문-생활체육‘징검다리’될 프로리그

김 회장이 선수 시절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아내 나경민과 혼합복식 금메달을 따낸 모습. 연합뉴스

소통이 필요한 건 선수와 후원사 간의 관계뿐만이 아니다. 동호인 비중이 높은 배드민턴 종목 특성상 협회 내부에선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라는 두 축이 공존하는데, 이 경계가 분명하다는 점은 자칫 분열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김 회장이 ‘생활체육과 전문체육의 동반성장’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유다.

그러나 경기인 출신인 김 회장 역시 생활체육과는 거리가 먼 게 사실이다. 김 회장은 “당선된 후에도 생활체육 분과회의에 들어가서 보니 전문체육과는 정말 많은 지점에서 다르더라”며 “위원들께 생활체육은 정확히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지 물었는데, 재미와 경쟁을 모두 추구한다는 답을 들었다. 예상과 다른 답변에 서로의 입장을 전부 파악하려면 시간이 좀 걸릴 수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이 두 분야의 연결고리로 삼은 건 프로리그다. 김 회장은 “전문체육이 현재 4개 연맹체로 있는데 70억 정도의 예산을 들여 프로화를 추진하려 한다”며 “지금은 국가대표 선수들의 국제 대회 모습만 주목받곤 하는데 이 외에도 선수들이 뛸 수 있는 국내 리그를 키우면서, 생활체육에는 ‘보는 스포츠’의 즐거움을 주려고 한다. 프로리그가 생기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화합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생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시에 생활체육의 저변도 튼튼히 다질 계획이다. 김 회장은 “전문체육이 연맹체로 구성된 반면 생활체육은 위원회 수준으로 흩어져 있는 느낌”이라며 “여기에 자율성과 독립성을 더 부여해서 전문가들을 모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족이지만 한 지붕 아래 서로의 특성을 잘 살려 나가야 한다”며 “서로 이권 다툼만 하지 않으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잘 어울릴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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