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튀어나온 '尹 하야설'…尹 아니라는데, 여권 꿈틀 왜
실체 없는 낭설인가, 보수 진영의 출구 전략인가
‘윤석열 대통령 하야설’에 정치권이 꿈틀대고 있다. 시작은 보수논객 조갑제씨가 지난 13일 오후 YTN라디오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이 하야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는 발언이었다. 같은 날 오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8차 변론에서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윤갑근 변호사가 “지금과 같은 심리가 계속된다면 대리인단은 중대한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중대 결심’을 언급한 것에 대한 조씨 나름의 해석이었다.
조씨는 “파면될 게 확실하다면 인기가 있을 때 하야를 해야 극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며 “선거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초중대 결심”이라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후 중대 결심이라는 건 변호인단 총사퇴와 같은 “탄핵심판 절차 내의 결심이지 하야는 절대 아니다(석동현 변호사)”“조갑제씨는 망상을 입 밖에 꺼내지 말라(김계리 변호사)”라며 일축했지만, 야당에서 “전직 예우를 고려한 하야 꼼수는 꿈도 꾸지 말라(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고 반발하며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측은 하야설은 실체가 없는 일방적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 이후에도 “하야만큼 무책임한 일은 없다”는 말을 수차례 피력했다는 게 주변 참모의 전언이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16일 통화에서 “하야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낭설”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 측 인사들은 조씨가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를 만나고, 방송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보수의 차기 대권 주자라 내세우는 중에 하야설을 꺼낸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실 참모는 “탄핵을 찬성했던 한 전 대표의 재등판을 앞두고 조씨가 탄핵 인용을 기정사실화하며 한 전 대표의 부담을 줄이는 물타기를 하고 있다”며 “하야는 윤 대통령이 ‘끝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던 입장과 완전히 배치된다”고 말했다.
여권에선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나흘만인 지난해 12월 7일 대국민담화에서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정국 안정 방안은 당에 일임하겠다”며 2선 후퇴를 시사한 것이 하야설의 한 축이란 시각도 있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 측 인사는 “당시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을 찾아와 ‘탄핵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기에 역할을 맡겼던 것”이라며 “결과적으론 윤 대통령이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친한계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탄핵을 막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3일 YTN라디오에서 “한 전 대표 시절 탄핵이 통과되기 전에 윤 대통령의 2월 말이나 3월 말 조기 퇴진 얘기가 (당에서) 나왔고, 윤 대통령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꾼 것”이라고 했다.
탄핵 소추가 된 윤 대통령의 하야는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탄핵된 장관이 사표를 낼 수 없듯, 대통령도 마찬가지란 것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인 황도수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은 파면을 결정하는 심판으로 탄핵 소추가 된 이상 사임은 어렵다”고 말했다. 국회법 134조에 따르면 국회에 의해 탄핵 소추가 된 사람에 대해 임명권자는 사직원을 접수하거나 해임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다만 대통령은 임명권자가 없기에 “사임이 가능한지에 대해 헌재의 최종 판단을 받아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은 하야설에 침묵하고 있지만, 일부 의원들 사이에선 “하야는 아닐지라도, 윤 대통령이 보수 진영에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목소리는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 재선 의원은 “탄핵이 인용되면 대선까지 딱 두 달”이라며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 보수도 후보를 준비하고 정비할 시간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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