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관세장벽도 타깃' 재계는 미국행…"정부 대응 중요"(종합)

오현길 2025. 2. 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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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보조금 문제삼을 가능성
값싼 전기료·플랫폼 규제 쟁점
상의 민간사절단 19일 방미

미국이 세계 각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부과키로 결정하면서 국내 기업도 관세 폭탄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국가별로 관세뿐만 아니라 비관세 장벽까지 검토해 구체적인 관세율을 도출할 방침이어서 우리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각종 규제가 도마 위에 오를 것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미국 입장에서 8위에 해당하는 무역적자 대상국이다. 자동차와 반도체 등 수출 주력산업에서 무역 불균형이 큰 점이 쟁점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다만 미 행정부가 4월 2일 상호관세 시행전 각국과 협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만큼 정부 차원의 대응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4일 산업계에 따르면 전기차에 지급되는 정부보조금 등 비관세장벽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 근거가 될 전망이다. 자동차는 한미 무역 불균형이 다른 품목보다 큰데, 해당 업계에선 미국이 우리 정부가 지급하고 있는 전기차 국비보조금을 문제 삼을 것으로 예상한다.

환경부는 2025년 전기차 구매 보조금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전기차 기본가격이 5300만원 미만인 차량은 보조금 전액, 5300만원 이상 8500만원 미만 차량은 보조금의 50%를 지급한다. 가격이 8500만원 이상의 차량은 보조금을 주고 있지 않다.

미국 테슬라의 경우 지난해 모델 Y가 210만~235만원, 모델 3가 226만~235만원의 보조금을 우리 정부에서 받았지만 올해에는 각각 169만~202만원과 183만~202만원으로 크게 줄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한 수입차의 경우 물류비 등을 고려하면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가격대의 차량이 거의 없다"면서 "이를 빌미로 문제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값싼 전기요금도 미국이 불만을 가진 비관세 장벽으로 꼽힌다. 국내에서 저렴한 전기로 철강 제품을 만들면 결과적으로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플랫폼 기업 규제도 주요 쟁점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경쟁촉진법(플랫폼법)은 네이버와 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뿐 아니라 구글, 메타 등 미국 플랫폼도 플랫폼법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 때문에 정부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무역 적자를 야기하는 국가별로 접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긴 어렵다"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자동차 공장들이 증설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증대하면서 자동차 수출을 줄여가도록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예외 없는 25% 관세 부과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일본, 영국, 유럽연합(EU) 등 주요 국가들이 앞다퉈 대응에 나서고 있는 13일 경기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철강 제품이 쌓여 있다. 2025.2.13. 강진형 기자

전문가들은 비관세 장벽이 대부분 제도적 측면에 해당되는 만큼 규제 개선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정부 통상정책자문위원장을 맡고 있는 허윤 서강대 교수는 "우리 입장에선 규제를 살필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아름 연구원도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미국의 요구로 저작권법이 생겼고 오히려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됐다"며 "정부가 미국의 지적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협상 기간이 주어진 만큼 국내 재계 단체들의 움직임은 이미 활발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로 구성된 민간경제사절단을 꾸려 오는 19~20일 미국에 간다. 사절단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을 비롯해 조현상 HS효성 부회장 등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최근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미국으로 보냈다. 류진 회장이 오는 20일 연임 여부가 결정되는 이사회와 정기총회를 앞둬 발이 묶여 있기 때문이다. 정 원장은 한경협이 지난달 23일 조직개편을 통해 발족한 ‘트럼프 2기 태스크포스(TF)’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별도의 동행 인원 없이 홀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정 원장은 앞으로 약 두 달간 미국에서 정부, 의회 관계자, 오피니언 리더들을 만나 의견을 들어볼 예정이다. 현지 싱크탱크(PIIE, KEI, AFPI, CSIS, AEI, 헤리티지재단 등)의 관계자들과도 면담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경협이 다음 달 미국 현지에서 여는 한미투자포럼의 준비 상황도 점검한다.

한국무역협회 역시 윤진식 회장과 임원진 등 약 10여명의 대표단을 구성해 다음 달 15~23일 미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애리조나·텍사스·테네시주 등 미국 남부 지역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그곳의 주 지사와 상무장관, 주 의원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눈다. 코트라는 매주 화요일에 강경성 사장 주재로 수출·투자 비상대책반‘ 회의를 하고 있다.

향후 미국과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아름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무역 적자를 야기하는 국가별로 접근하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를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하긴 어렵다"며 "우리 기업들의 미국 내 자동차 공장들이 증설되고 있고, 장기적으로 미국 내 생산을 증대하면서 자동차 수출을 줄여가도록 관리하겠다는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비관세 장벽이 대부분 제도적 측면에 해당되는 만큼 규제 개선이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미국의 요구로 저작권법이 생겼고 오히려 국내 콘텐츠 경쟁력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됐다"며 "정부가 미국의 지적사항을 정리·검토한 뒤 규제를 함께 선진화하는 차원에서 접목할 부분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장희준 기자 jun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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