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4시 16분 "10년 10개월만에 세월호 아이들 고향으로"

김화빈 2025. 2. 1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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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4.16 생명안전공원 착공식 열려... 정부·국힘·안산시는 불참

[김화빈, 소중한 기자]

▲ [현장] 10년여만에 삽뜨는 4.16생명안전공원... 4.16합창단이 맘껏 노래부르는 날 ⓒ 소중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4.16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소중한
10년 10개월간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 온 끝에 "희생자들이 유년 시절 부모의 손을 잡고 뛰어놀던" 고향에서 4.16 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열렸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와 안산시는 이를 외면했다.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진행된 착공식은 유족들의 합창으로 시작됐다. 노란 스카프를 두른 4.16 합창단은 "너희를 가슴에 묻은 우리 모두가 엄마·아빠다", "날마다 고마웠고 매 순간 사랑했다"는 노랫말을 수차례 불렀다.

합창단 단장인 김영래(고 김동혁 군 아버지)씨는 "화랑유원지는 우리 아이들이 유년시절 자전거를 타고 인라인스케이트를 배우던 곳"이라며 "10년 10개월 만에 아이들을 (추모공원으로) 데려올 수 있게 돼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고 참 만감이 교차한다"고 말했다.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공원 조감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
ⓒ 소중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김종기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소중한
이날 <오마이뉴스>와 만난 김정해(고 안주현 군 어머니)씨는 "우리 아이들이 전국에 흩어져 있다. 납골당에 다녀오면 아이를 혼자 두고 오는 것 같아 부모들이 힘들어했다"며 "지금이라도 시민들이 찾는 이곳에 아이들을 기리는 공원을 만들어 같이 추모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김종기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고 김수진씨 아버지)은 "생명안전공원은 국가가 참사 희생자를 제대로 추모·기억하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다짐과 성찰"이라며 "그래서 우리 가족들이 지난 9년여간 공원 건립을 위해 노력해 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10년 전 무거운 침묵과 슬픔으로 뒤덮였던 안산을 기억합니다. 모든 시민들이 함께 아파하고 슬퍼했습니다. 그로부터 10년 뒤 안산 시민들은 생명안전공원을 도시 한 가운데 품어주셨습니다. 오늘 착공식을 통해 안산시는 사회적 참사·재난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고 기억하는 생명안전의 대표 도시가 됐습니다." - 박승열 4.16재단 이사장

"국힘 소속 이민근 안산시장 착공식 참석해 책임 다 했어야"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4.16합창단이 공연을 하고 있다.
ⓒ 소중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 소중한
그러나 유족이 주도한 착공식에선 정부, 여당, 안산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초 4.16생명안전공원 공사는 지난해 11월 29일 시작됐지만, 안산시가 지역 내 반대 여론과 갈등상황 등을 이유로 착공식을 생략했다. 이민근 안산시장(국민의힘 소속)은 착공식도 불참하고, 축사도 보내지 않았다.

박태순 안산시의회 의장은 축사에서 "오늘 이 자리에 안산시장님이 참석해 책임 있는 말씀을 하셨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4.16생명안전공원은 단순한 추모 장소가 아니다. 시민들이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되새기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가는 출발점인 만큼 우리 사회가 나서 (갈등이) 해소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도 4.16생명안전공원을 "누구에게나 열린 기림 공간"으로 조성하고 추모를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착공식 주최 측에 보낸 축사문에서 "11년이 지났지만 (세월호 참사의) 아픔과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며 "우리는 지난 12월 (제주항공참사라는) 또다시 큰 비극을 겪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사회에서) 참사는 끝나지 않았고 비극적인 사고로 인한 고통도 이어지고 있다. 생명보다 돈이, 안전보다 효율이 먼저일 수 없다"며 "4.16생명안전공원은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기림의 공간에서 우리는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생명·안전의 가치와 책임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올해 4월이면 세월호 참사 11주기이다. 생명안전공원은 참사를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국가의 다짐을 보여주는 상징"이라며 "생명안전공원 건립은 우리 사회가 세월호 특별법을 이행하는 과정으로 완공까지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가 끝까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다"고 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10년이 지나서야 아이들이 고향으로 돌아오게 됐다. 어른이자 공직자의 한 사람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크다"며 "4.16생명안전공원을 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드는 동력으로 삼고 전폭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떼루아 유스콰이어 합창단이 축하공연을 하고 있다.
ⓒ 소중한
 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이 13일 오후 4시 16분 경기 안산시 안산산업역사박물관 주차장에서 진행됐다. 참석자들이 공원 조감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
ⓒ 소중한
4·16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에 따라 정부와 안산시가 공동으로 화랑유원지 내에 조성하는 추모시설로 509억 원이 투입된다. 공원에는 봉안시설을 포함해 추모공간과 문화편의시설이 들어선다. 당초 생명안전공원은 세월호 8주기인 2022년 착공할 예정이었으나 지연돼 왔다. 공원은 2026년 말 준공해 이듬해 세월호 13주기에 문을 열 예정이다.

한편 이날 착공식에는 이학영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서미화·김현·박해철·양문석 의원,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김재연 진보당 상임대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김철진·강태형·이은미 경기도의원, 박태순·최진호·박은경 안산시의원,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10.29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송기춘 위원장·위은진 상임위원 등이 참석했다.

▲ [현장] "언젠가 흰수염고래처럼"|4.16생명안전공원 착공식 ⓒ 소중한

▲ 이재명-우원식-김동연 다 있는데... 정부와 안산시장만 쏙 빠졌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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