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손이 ‘시려울’ 수 없는 이유

2025. 2.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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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노래가 있다. “손이 시려워 꽁! 발이 시려워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 꽁! 꽁!”으로 시작하는 ‘겨울바람’이라는 동요다. 이 동요 가사에서와 같이 많은 이가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려워 혼났다” “퇴근길에 버스를 오래 기다렸더니 발이 너무 시려웠다” 등처럼 ‘시렵다’는 표현을 사용하곤 한다.

그러나 ‘몸의 한 부분이 찬 기운으로 인해 추위를 느낄 정도로 차다’는 의미를 나타낼 때는 ‘시렵다’가 아닌 ‘시리다’가 바른 표현이다. 우리말에 ‘가렵다, 두렵다, 마렵다, 어렵다’와 같이 ‘~렵다’로 끝나는 말이 많다 보니 ‘시렵다’도 맞는 표현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시렵다’를 ‘시리다’의 복수표준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시렵고, 시렵도록, 시려워, 시렵지, 시려운, 시려우니, 시려우면, 시렵더라, 시려웠다’ 등은 모두 ‘시렵다’를 활용한 표현이므로, ‘시리고, 시리도록, 시리어(시려), 시리지, 시린, 시리니, 시리면, 시리더라, 시리었다(시렸다)’와 같이 ‘시리다’를 활용한 표현으로 고쳐 써야 한다. 따라서 위 예문 역시 “장갑을 꼈는데도 손이 시리어 혼났다” “퇴근길에 버스를 오래 기다렸더니 발이 너무 시렸다”와 같이 써야 올바른 표현이 된다.

동요 ‘겨울바람’을 맞춤법에 맞게 고쳐 보면 어떨까. “손이 시려 꽁! 발이 시려 꽁! 겨울바람 때문에 꽁! 꽁! 꽁!”으로 불러 보면 음률이 맞지 않아 영 어색하다. 따라서 가사 속의 ‘시려워’는 운율을 맞추기 위한 시적 허용으로 이해해야 한다.

김현정 기자 nomadic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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