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탄핵에 꽃다발 들고 온 친구... 미얀마의 상황 떠올린 거죠"

손진우 2025. 2. 12.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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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초된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는 광장을 불러왔다.

"맞아요. 다들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비상계엄 실패 이후에도 윤석열이 강하게 끝까지 싸운다고 했잖아요. 지지자들도 세게 말을 하고 있고요. 한국 시민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고 느끼니까. 진짜 내전이 나는 것 아니냐고 두려움을 갖더라고요. 눈으로 피 나는 현실을 지켜본 친구들이니까. 한국도 군부독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나누며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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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이름으로 윤석열을 파면한다] ④수원이주민센터 킨메이타 대표 인터뷰

[손진우]

좌초된 윤석열의 비상계엄 시도는 광장을 불러왔다. 다양한 시민들이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광장을 가득 채운 이들의 염원이 더 나은 미래를 열어갈 것이라 확신한다. 하지만 광장의 한편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극우 세력들의 혐오 대상이 된 이주민과 이주노동자들은 광장에 나서기 두렵다. 수원이주민센터의 킨메이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민주주의 파괴, 경험해 봤으니 더 피부로 느껴요"
 수원이주민센터 대표 킨메이타
ⓒ 손진우
-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 후 지금껏 혼란한 상태잖아요. 수원이주민센터(아래 센터)를 찾는 이주민, 이주노동자분들은 어땠나요?

"제가 미얀마 출신이다 보니, 미얀마 친구들이 센터에 많은데요. 이분들은 미얀마에서 민주주의가 파괴됐을 때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잖아요. 경험해 봤으니까 더 피부로 문제를 느끼는 것 같아요. 12월 3일에 단체채팅방이 밤새 울렸어요. '지금 비상계엄이라는데 맞냐?' 저도 모르고 있다가 급하게 확인하고, '맞다. 조금 상황을 지켜보자'라고 했거든요. 다들 잠 못 자고, 유튜브로 상황을 지켜봤던 것 같아요.

새벽에 국회가 비상계엄 무효를 결정하니 다행이라고 환호했던 기억이 나요. 국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의결한 후에는, 한 친구가 센터로 꽃다발을 가지고 왔어요. 탄핵 축하한다고요. 한국도 미얀마처럼 되면 안 된다고 말이죠.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통해서 하려던 것이 미얀마에서 벌어졌던 일들과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거죠."

- 윤석열이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를 장악하려던 모습이 미얀마의 상황과 겹쳤겠어요.

"맞아요. 다들 트라우마가 있거든요. 비상계엄 실패 이후에도 윤석열이 강하게 끝까지 싸운다고 했잖아요. 지지자들도 세게 말을 하고 있고요. 한국 시민들의 의견이 반반으로 갈라져 있다고 느끼니까. 진짜 내전이 나는 것 아니냐고 두려움을 갖더라고요. 눈으로 피 나는 현실을 지켜본 친구들이니까. 한국도 군부독재를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민주주의를 정착시킨 경험이 있다는 얘기를 나누며 안심시키려고 했던 것 같아요."

- 광장을 나가는 것에 두려움은 없으세요?

"저도 서울 집회에 센터 친구들하고 몇 번 올라갔어요. 수원역 집회에도 참석하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집회를 다녀온 친구가 주변에서 메시지를 받은 것 같아요. '외국인들이 집회를 참여한다', '그러다 잡히면 오히려 추방당한다'는 협박 문자 같은 것들이요. 그래서 서울 집회에 갈 때는 무조건 마스크 착용하라고 일단 얘기를 해 줬어요."

"누가 집권하느냐 보다... 이주민의 인간다움 보장해야"

- 윤석열 퇴진 집회에 참석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와 바람도 있기 때문일 텐데요.

"누가 집권하느냐, 어떤 당이 정부를 꾸리느냐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이주민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고 생각해요. 말 한마디, 배려하지 않는 행동이 이주민이나 이주노동자에게는 상처가 되거든요. 그래서 어떤 당, 특정 정치인에 대한 기대보다는 저희 이주민이라는 존재를 제대로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다음으로는 문화 다양성에 대한 존중인 것 같아요. 다른 나라에서 왔지만, 서로가 고유한 존재이고, 문화가 다르다는 걸 이해하려는 것이죠. 우리 센터에서도 여러 나라에서 오신 분들이 어울리는데, 각국 음식을 만들어서 나눠 먹는 노력을 하거든요. 그러면서 서로의 존재를 배워 나가는 거예요. 내가 어느 나라에서 태어나서 그렇게 살아왔다는 것을 고집해서도 안 되고, 같이 어울려 살아야 한다는 것을 경험하고 배워야 하니까요."

- 정부가 이주민, 이주노동자의 유입을 확대하고 있지만, 정작 지원은 제대로 하지 않고 있는데, 어떤 게 필요할까요?

"정작 한국이 이주민이 필요해서 이주민 정책을 펴는 건데요. 실제 이주민, 이주노동자를 뒷받침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일하는 데 안전을 보장하지도, 주거지 보장도, 사회보장도 없습니다. 데려오긴 하는데, 갈 때까지 인간다움을 보장하지 않아요. 조금씩 변화하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면 좋겠어요. 이들이 노동력이 아니라, 사람인 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인간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보장하는 게 정말 필요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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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2월호에도 실립니다.이 글을 쓴 손진우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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