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계 AG 최다 메달, 김동성도 제쳤다…새 역사 쓴 이승훈

“고등학생 후배들이 차마 형이라고는 못하고 삼촌이라고 부르더라고요.”
한국 빙속의 ‘맏형’에서 ‘삼촌’으로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는 이승훈(37·알펜시아)이 동계아시안게임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역대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하면서 자신이 살아있는 전설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이승훈은 11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오벌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남자 팀 추월 경기에서 후배인 정재원(24·의정부시청), 박상언(23·한국체대)과 함께 3분47초99를 합작해 3분45초94의 중국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은메달을 일궜다. 이로써 개인 통산 9번째(금7·은2) 동계아시안게임 메달을 수확하면서 8개(금3·은3·동2)의 ‘쇼트트랙 황제’ 김동성(45·은퇴)을 넘어 한국 선수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종목을 바꿔 이뤄낸 성과라 더욱 의미가 남다르다. 쇼트트랙 유망주였던 이승훈은 2009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탈락하자 결단을 내렸다. 올림피언이 되고야 말겠는 일념 아래 쇼트트랙 선수로서의 꿈을 접고 스피드 스케이팅으로 종목을 전향했다.

워낙 스케이팅이 좋았던 이승훈은 빙속 주자로서도 곧장 두각을 나타냈다. 1년도 되지 않아 출전한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1만m 금메달과 5000m 은메달을 따내 돌풍을 일으켰다. 이어 2014 소치 동계올림픽 팀 추월 은메달,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 금메달과 팀 추월 은메달을 휩쓸면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의 기둥으로 자리매김했다. 질주는 계속됐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서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추가해 4개 대회 연속 메달 수확이라는 신기원을 열었다.
이승훈의 이름은 동계아시안게임에도 빛났다.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에서 금메달 3개와 은메달 1개를 거머쥐었고, 4년 뒤 열린 삿포로 대회에선 4관왕을 차지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 1개를 추가해 동계아시안게임 최다 메달리스트가 됐다.

어느새 이승훈은 함께 훈련하는 고교생 후배들로부터 ‘삼촌’이라는 소리를 듣는 나이가 됐다. 세월의 무게는 야속해 폭발력은 예전 같지 않고, 근력은 계속 떨어지고 있다. 피로도 과거보다 빨리 찾아온다. 그럼에도 이승훈은 “네덜란드와 같은 유럽 국가에는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선수들이 여전히 국가대표로 뛰고 있다. 심지어 다른 일을 하면서 빙속 주자로 활약 중이다. 이런 선수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고 했다. 이어 “스트레스를 최대한 받지 않으려고 한다. 평소에는 자전거도 타고 골프도 하면서 취미 생활을 즐긴다. 그러면서도 운동할 때만큼은 후배들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한다”고 했다.
이번 대회는 이승훈의 주력 종목인 매스스타트가 일정에서 빠졌다. 개최국 중국이 취약하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내년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은 매스스타트가 그대로 진행된다. 이승훈은 “여러 선수들이 동시 출발하는 매스스타트는 변수가 많은 종목이다. 그래서 결과를 조금이라도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일단 내가 내년에도 태극마크를 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다시 기회를 얻게 된다면 꼭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 다음 4년 뒤 동계아시안게임 출전도 그때 가서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하얼빈=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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