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 이재명 대표는 왜 ‘지지율 덫’에 걸렸나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이 진행 중이지만 세상은 조기 대선을 예상하는 것 같고, 그에 따른 예비 후보들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선두 주자인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지지율이 예상과 달리 그리 압도적이지 않고 40% 전후에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 지지의 핵심 기반인 호남 유권자들의 이 대표에 대한 반응도 그리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의 자멸적인 계엄 선포가 국회에 의해 곧바로 해제되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했을 때 아마도 이 대표나 민주당은 향후 대선은 이미 다 끝난 게임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이런 현상이 생겨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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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핵 후 권력 쟁취에만 몰두 인상
‘넓게 멀리 못 보는’ 리더십에 불안
소탐대실 대신 통 큰 리더십 필요
‘87체제’ 극복 새 정치 결단 보여야
」
난데없는 계엄 선포로 많은 국민이 놀라고 분노했다면, 탄핵 이후에는 사실 상당한 불안감이 사회적으로 팽배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에 따른 국제정치적·경제적 불확실성이 컸고, 그로 인한 미·중 갈등의 격화나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 가능성 역시 우려가 되는 상황이었지만, 대통령은 사라졌다. 외국에서도 정치적 격변을 겪고 있는 우리 사회를 걱정스럽게 바라봤고 그 결과 환율도 크게 뛰었다. 그때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직무대행이었던 한덕수 총리를 직접 찾아가서, 계엄 선포 관련 사안을 제외한 다른 모든 국정 운영에 대해서는 위기 상황을 맞아 야당이지만 적극 지원할 테니 국민은 불안해하지 말라고 하고, 또 외국 정부나 기업에 대해서도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 걱정하지 말고 한국 정부·기업과 교류를 지속하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면 지금쯤 이 대표의 다음 대선 승리는 떼놓은 당상이 아니었을까.

하지만 이 대표와 민주당은 그와 반대 방향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는다고 한덕수 총리를 탄핵했다. 거기서 더 나아가 이른바 대통령 ‘대행의 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조차 탄핵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의회를 이끄는 야당 대표가 민주화 이후 처음 겪어보는 국가적 위기 상황을 맞아 불안해하는 국민의 마음을 다독이고 안정감과 믿음을 주는 리더십을 보여야 했지만 오히려 불안감만 더 키웠다. 이 때문에 이 대표와 민주당은 나라 상황이 어떠하든 권력 쟁취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는 인상을 주었다.
결국 지금의 지지율 정체는 단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만이 아니라 이 대표가 눈앞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넘어서는 ‘통 큰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긍정적으로 이야기했던 반도체특별법의 쟁점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것도 국가의 미래라는 큰 틀에서 정치 지도자로서 결단을 내리기보다 당 주변 이익집단의 눈치를 보기 때문인 것 같다. 각국이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AI 경쟁 시대에, 더욱이 최근 중국의 딥시크가 전 세계에 큰 충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런 ‘사소한’ 문제 하나도 해결해 내지 못하는 리더십에 국민이 신뢰감을 갖기는 어렵다. 여러 가지 면에서 그간 보여준 민주당과 이 대표의 ‘근시안적이고 소심한’ 처신은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한 것이다.
국민은 당장 눈앞의 탄핵 재판보다도 그 이후의 정치적 미래에 더 불안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많은 이들에게 ‘한 묶음’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정치 전면에서 물러났다고 해서 그와 분리하여 이 대표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만약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실제 대선 경쟁 후보가 누구였든, 윤석열 지지자들은 그 이전 이 대표 지지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취임 직후부터 반대 집회를 갖고 언젠가는 탄핵하고 말겠다고 달려들 것이다. 미래의 정치도 지난 2년여의 정치 상황과 전혀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극심한 정치적 갈등과 사회적 분열이 지속될 것이다. 또한 이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왕적이라는 대통령의 권력과 민주당이 지배하는 국회 권력이 만나면서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막강한 권력이 그러했듯이 그로 인한 ‘사고’의 가능성은 커질 것이고, 임기 후반으로 가면 또다시 좋지 못한 마무리를 맞이할 수도 있다.
결국 이 대표의 리더십 문제나 향후 정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는 건 대국적인 견지에서 통 큰 결단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년여의 한국 정치는 ‘87년 체제’가 이젠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극적인 형태로 드러내 보인 시간이었다. 그 정점이 지난 연말의 비상계엄 선포였다. 이제는 고장 난 정치체제를 수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도 이에 대한 공감대도 높아졌다. 이재명 대표만 동의하면 개헌을 통해 새로운 정치로 나아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체된 지지율은 ‘넓게, 멀리 보지 못하는’ 이 대표 리더십에 대한 불신과 우려의 반영이다. 그런 불신을 뛰어넘는 새로운 정치를 향한 결단의 리더십을 이 대표가 보여줘야 할 때이다.
강원택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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