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321단, 중국 270단…턱밑까지 쫓아왔다

박해리 2025. 2. 11.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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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메모리 기술력 보니


낸드 플래시 메모리와 아파트의 공통점은? 초고층 전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2013년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24층 낸드를 출시하며 ‘쌓기(적층)’ 경쟁에 불을 붙였다. 미세공정의 한계를 극복하고 동일 면적에 더 많은 데이터 저장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적층 기술로 경쟁한 것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양산하는 최고층 낸드는 286단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270단 수준의 낸드 신제품을 내놨다는 사실이 알려져, 반도체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중국의 추격이 턱밑까지 왔다”는 우려다.

10일 글로벌 반도체 분석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중국 YMTC와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유사한 수준의 낸드 적층 기술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테크인사이츠가 ‘리버스 엔지니어링’(제품 분해 등을 통한 기술 분석) 방식으로 중국 기업들의 최신 메모리 반도체를 분석한 결과다.

YMTC의 자회사 치타이는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5세대 3차원 낸드가 적용된 소비자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를 생산했다. 270단으로 현재 최고층양산 제품인 321단(SK하이닉스)보다는 낮지만, 반도체 두 개를 이어 붙이는 하이브리드 본딩 방식을 낸드에 적용했다. 메모리 상위 3개사가 좀체 시도하지 않는 방식이다. 테크인사이츠는 “YMTC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미국의 수출 제재를 극복하는 법을 터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낸드 제조에는 에칭(식각) 장비 등이 중요한데 현재 미국 램리서치 등이 생산한 장비를 구입하기 힘든 YMTC가 우회로를 찾았다는 평가다.

CXMT는 16나노미터(㎚·1나노=10억 분의 1m) 공정을 활용한 DDR5 16Gb D램을 양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현재 주로 12·14㎚ DDR5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 테크인사이츠는 “CXMT의 16㎚ DDR5 신제품의 성능이 SK하이닉스의 12㎚ 제품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중국의 추격에 대해 ▶경제성을 고려하지 않는 막무가내식 도전 ▶기술 시차를 단숨에 따라잡는 추격 속도 ▶제재의 틈새를 찾아내는 창의성 등을 3대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김형준 서울대 명예교수(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는 “고대역폭메모리(HBM)4에 들어가는 하이브리드 본딩 기술을 낸드에 적용하면 경제성이 상당히 떨어질텐데, 중국 기업들은 돈이 얼마나 들든 일단 만들면서 추격한다”라고 말했다.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반도체 기업 중 매출 증가율 1위는 YMTC(145.2%)였다. 또 YMTC는 128단에서 270단 낸드로 도약한 기간(3년 5개월)이 삼성전자가 128단→286단을 양산하는 데 걸린 기간(4년 7개월)보다 짧을 만큼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CXMT의 D램 성능에 대해 “중국의 16㎚ 성능이 한국의 12㎚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은 건, 하이브리드본딩처럼 전혀 생각지 못한 방식을 썼기에 가능했을 것”이라며 “거짓말이거나 거짓말처럼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메모리 시장은 중국의 저가 공습으로 치킨게임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D램 가격(DDR4 8Gb기준)은 1.35달러로 2년 전 대비 60%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범용 낸드 가격도 47%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4분기 실적 콘퍼런스 콜에서 “(중국 제품과는) 품질과 성능에 확실한 차이가 있다. 기술 격차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역시 콘퍼런스콜에서 “하이엔드(첨단 고급) 시장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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