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쥔 "중국 국가 들을 때마다 자부심"…'절반의 성공' 하얼빈에서 무엇을 얻었나

김현기 기자 2025. 2. 1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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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김현기 기자)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종목이 끝났다.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중국으로 귀화, '제2의 빅토르 안'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던 린샤오쥔과 한국 대표팀 선수 사이의 치열한 대결도 막을 내렸다.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은 개막 당일인 지난 7일 예선을 거쳐 8~9일 9개 종목 결승전이 한꺼번에 열렸다.

역대 동계아시안게임처럼 이번 대회 역시 한국과 중국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아시아에선 두 나라를 이길 만한 쇼트트랙 국가들이 보이질 않는다. 실제 뚜껑을 열고도 그랬다. 한국이 금메달 6개를 쓸어담았고 중국이 2개를 챙겼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서 한국과 중국 선수들이 충돌하는 사이 카자흐스탄이 어부지리로 우승한 게 이변이라면 이변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번 대회에선 두 나라 사이에 큰 변수 하나가 존재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으나 이후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려 2020년 중국 귀화를 선택했던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바로 주인공이었다.

올림픽에서 우승을 했던 만큼 그가 중국 오성홍기를 달고 처음 나서는 국제종합대회가 이번 하얼빈 아시안게임인 만큼, 많은 이들의 시선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린샤오쥔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자신이 원했던 금메달을 거머쥐기는 했지만 복수의 종목에서 페널티를 받고 실격 당했거나 넘어져서 레이스를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린샤오쥔은 결승 첫 날이었던 지난 8일엔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를 탔다.

그는 8일 열린 남자 500m 결승에선 레이스가 두 차례나 취소되는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린샤오쥔은 지난해 3월 로테르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500m를 우승헸던 이 종목 세계챔피언이다.

이번 하얼빈 아시안게임 같은 종목에서도 4명이 111.11m 링크를 4바퀴 반 도는 레이스 속에서 마지막 한 바퀴 남겨놓고 역전에 성공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국 41초15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며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박지원(41초398)과 장성우(41초442) 등 한국 선수들을 각각 2위와 3위로 돌려세우고 자신이 시상대 맨 위에 섰다.

린샤오쥔은 중국 대표로 국제종합대회에서 우승한 기쁨을 만끽했다. 오른손을 불끈 쥐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세리머니를 펼치더니 중국 대표팀을 지도하는 한국인 전재수 코치에게 달려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중국 대표로 활동한지 어느 덧 3년 차가 됐지만 국제종합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보니 감회가 남달랐던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그는 이날 앞서 열린 두 종목 결승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첫 메달 레이스 혼성 2,000m 결승에서 1위로 달리다가 결승선까지 두 바퀴를 남기고 곡선 주로에서 홀로 넘어졌기 때문이다. 그 틈을 타고 그의 옛 조국인 한국이 금메달을 땄다.

이어 열린 남자 1500m 결승에서는 박지원에 이어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선두를 달리다가 박지원에 뒤집히면서 2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에도 멘털을 다 잡고, 중국으로 귀화한 뒤 자신의 주종목이 된 500m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린샤오쥔은 대회 쇼트트랙 마지막 날인 9일엔 남자 1000m와 남자 5000m 계주에 출전했으나 이날은 '노 골드'를 기록했다.

특히 남자 1000m에선 준결승에서 일본 선수와 충돌해 페널티를 받고 일찌감치 결승행이 좌절돼 메달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에선 레이스 막판 박지원과 부딪혔는데 이 과정에서 속도가 줄어 린샤오쥔은 중국 남자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동메달을 손에 넣는 데 그쳤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에서 논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남자 500m 결승에서 중국 대표팀 동료인 쑨룽이 레이스 막판 린샤오쥔의 등을 밀어줬다는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국내 빙상계 관계자들은 "중계 영상을 보면, 중국 대표팀 쑨룽이 린샤오쥔을 뒤에서 밀어줬다"라며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의 규정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입을 모았다.

500m 결승 레이스에서 박지원이 결승선을 두 바퀴 남기고 직선 주로에서 절묘하게 인코스를 노려 앞서 달리던 린샤오쥔과 쑨룽을 한꺼번에 제치고 선두로 올라섰으나 곧바로 곡선주로에서 린샤오쥔이 속도를 올렸고, 뒤따르던 쑨룽이 오른손으로 린샤오쥔의 엉덩이를 민 것 같은 장면이 나타났다.

한국 대표팀 스태프들이 경기가 끝나고 15분 이내에 이의제기해야 한다는 점을 모르다보니 린샤오쥔의 금메달이 인정됐으나 두고두고 시끄러울 만한 행동이 린샤오준과 쑨룽 사이에서 일어났다.

린샤오쥔은 중국으로 귀화하고 중국 대표팀으로 두각을 나타내면서 새 조국에 대한 충성심을 곧잘 드러냈다.

지난해 6월 중국 유명 스포츠지 '티탄저우바오'와의 인터뷰에선 "국제대회에서 금메달을 따고 중국 국가를 들을 때마다 자부심을 느낀다"며 "2022-2023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500m에서 1위로 들어와 자신이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서 첫 금메달 따낸 것이 2018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보다 더 기뻤다"고 해 화제가 됐다.

이번 대회에선 인터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충성심을 드러내진 않았으나 시상대 맨 위에서 중국 국가 '의용군행진곡'을 크게 입 벌려 부른 것이 많은 관심을 끌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금1 은1 동1를 챙겼으나 개인전에서 동갑내기 라이벌 박지원에 확실히 밀렸고, 혼성 계주에선 막판 스스로 넘어져 동료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중국 대표가 된 뒤 페널티를 많이 받는 거친 플레이가 이번에도 바뀌진 않았다.

다만 컨디션을 계속 끌어올리고 있는 점은 확인됐다. 중국 귀화 뒤 최단거리 500m가 자신의 주종목이 됐으나 이번 하얼빈 아시안게임에선 1500m에서도 박지원과 명승부를 펼치며 은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정확히 1년 남은 상황에서 린샤오쥔의 경기력과 행동은 한국 쇼트트랙, 한국 스포츠에서 적지 않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린샤오쥔의 경우, 류 샤오앙, 류 사올린 산도르 등 이미 헝가리 대표로 올림픽 금메달 따냈던 선수들이 중국에 귀화하면서 이들과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다는 점이 이점으로 꼽힌다.  

사진=연합뉴스

김현기 기자 spitfir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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