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안'보다 더 무섭다?…린샤오쥔, 올림픽서 진짜 승부 다짐 "최선 다할 것" [하얼빈 현장]

최원영 기자 2025. 2. 9.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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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경쟁이 보다 치열해질 전망이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서 중국 남자 쇼트트랙을 대표한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의 모습은 11년 전 소치 올림픽 때 빅토르 안(한국명 안현수)을 연상시킨다.

빅토르 안은 과거 한국 남자 쇼트트랙을 대표하는 천재 스케이터였다. 특히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서 1000m, 1500m와 5000m 계주 금메달을 석권하고 500m 동메달까지 추가하며 맹위를 떨쳤다. 한국 올림픽사 최초의 단일 대회 3관왕이 됐다.

2011년 당시 소속팀이던 성남시청이 재정 문제로 빙상팀을 해체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탈락한 빅토르 안은 러시아의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귀화를 택했다. 빅토르 안 귀화의 후폭풍은 컸다. 그는 2014 소치 올림픽에서 남자 500m, 1000m와 5000m 계주 금메달로 3관왕을 달성했고 1500m 동메달을 추가했다. 반면 한국 남자대표팀은 소치서 빅토르 안의 벽에 부딪히며 '노메달'로 자존심을 구겼다.


이번 동계아시안게임에서의 린샤오쥔은 빅토르 안을 연상케 한다. 린샤오쥔 역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서 남자 1500m 금메달, 500m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한국대표팀 간판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2019년 훈련 도중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고, 여러 과정을 거쳐 2020년 6월 중국 귀화를 결정했다.

린샤오쥔은 금세 중국대표팀의 에이스로 발돋움했다. 2022-2023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을 통해 복귀를 알렸다. 특히 지난해 3월 네덜란드에서 펼쳐진 ISU 세계선수권대회서 남자 500m, 남자 5000m 계주, 혼성 2000m 계주 금메달을 챙기며 3관왕으로 시동을 걸었다.

이번 하얼빈 아시안게임서 중국 귀화 후 첫 국제종합대회 출전을 이뤘다.

린샤오쥔은 지난 8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혼성 2000m 계주서 첫 단추를 잘못 끼웠다. 에이스답게 마지막 주자로 나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할 수 있었지만, 약 1바퀴 반을 남겨두고 홀로 넘어졌다. 중국은 한국, 카자흐스탄, 일본에 이어 4위에 머물렀다. 이어 남자 1500m서도 한국의 핵심 선수인 박지원이 금메달을 수확했고, 린샤오쥔은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신 린샤오쥔은 남자 500m서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이번 아시안게임 첫 우승이었다. 그간 쌓인 울분을 토하는 듯 중국 코치진에게 달려가 눈물을 쏟기도 했다.


9일에는 남자 1000m서 입상에 실패했다. 준결승서 일본 선수를 추월하는 과정에서 반칙을 저질러 실격당했다. 남자 5000m 계주서는 결승선을 눈앞에 두고 마지막 바퀴서 끝까지 박지원과 몸싸움을 펼치다 넘어졌다. 카자흐스탄이 어부지리로 1위, 한국이 2위로 레이스를 마쳤다. 경기 후 심판진은 자리 다툼을 벌이던 한국 박지원에게 페널티를 줬고, 중국이 동메달을 얻어냈다.

결과적으로 린샤오쥔은 이번 아시안게임을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로 마무리했다. 아주 압도적인 성적은 아니었으나 대부분 경기 결승서 번번이 한국을 위협했다는 점에서 경계 대상 1순위가 됐다.

1년 후가 중요해졌다. 2026년 2월 이탈리아에서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열린다. 선수들에겐 가장 크고 영광스러운 무대다. 올림픽서도 린샤오쥔은 빅토르 안이 그랬듯 한국 선수들의 라이벌로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

9일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일정을 모두 마친 뒤 린샤오쥔은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를 피했다. 그러다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내년 올림픽과 관련된 질문에는 "나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이 큰 부담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냥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하려 한다"고 답했다. 

박지원은 1년 뒤 올림픽서 린샤오쥔과 경쟁에 관한 각오를 묻자 "누가 이길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린샤오쥔도) 최선을 다해줬으면 좋겠다. 그러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만족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치열한 경쟁이 재미있다"는 말도 남겼다. 두 선수는 1996년생 동갑내기 친구다. 초등학생 때부터 인연을 맺어온 사이이기도 하다.

린샤오쥔도 "(박)지원이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을 보며 '나도 할 수 있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경기장에서는 경쟁자지만 밖에서는 친구다. 서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1년 뒤 올림픽이라는 영예의 무대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각자 구슬땀을 흘릴 예정이다.

사진=하얼빈, 최원영 기자 / 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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