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폐 위기 몰린 광어 양식, 발상 바꾸니 특급호텔이 찍었다

지난달 20일 경남 거제시의 한 양식장. 거대한 수조에 사료를 뿌리자 바닥에 붙어 있던 손바닥만 한 크기의 물고기들이 일제히 수면 위로 튀어 올랐다. ‘국민 횟감’으로 불리는 광어다.
한 마리를 건져 올렸더니 몸을 덮은 점액질 때문에 맨손으로 잡기 어려울 만큼 미끄러웠다.

"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항생제나 화학물질을 쓰지 않고 미생물을 활용해 바다와 비슷한 환경에서 키우다 보니 일반 양식장 광어보다 점액질이 더 많은 편이죠. "
이치헌 라온바다 공동대표가 광어를 가리키면서 설명했다.
국내 유일 순환여과식 양식장 “바닷물 1%만 사용”
이곳은 국내 유일의 순환여과식(RAS, Recirculating Aquaculture System) 광어(넙치) 양식장이다. 바닷물을 한번 쓰고 버리는 보통 광어 양식장과 달리 하루에 30번씩 물을 순환시켜 정화하는 방식으로 바닷물을 재활용한다. 물재생 센터에서나 볼 수 있는 각종 여과 장비가 설치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대표는 “순환 여과 과정에서 증발하는 만큼의 바닷물만 끌어오기 때문에 일반 양식장에 비해 1%의 바닷물만 쓰고 있다”고 했다.

30년 넘게 양식장에서 일했던 그는 양식 연구자인 윤지현 공동대표 등과 힘을 합쳐 2023년부터 순환 여과라는 실험적 방식으로 광어를 키우기 시작했다.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기존의 광어 양식이 한계에 직면해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 공감했다.
실제로 수산경제연구원이 제주와 전남 완도의 41개 양식어가를 설문조사한 결과, 2021년에는 평균 7800만 원의 소득을 올렸지만 2022년에 325만 원의 적자로 돌아섰고, 2023년에는 8546만 원으로 적자 폭이 급증했다. 잦은 고수온 현상으로 폐사율이 급증한 데다 전기료 등의 비용 상승까지 겹치면서 존폐 위기에 몰린 것이다.
광어 양식장이 밀집한 제주에서는 지난해 고수온으로 폐사한 개체 수가 처음으로 100만 마리를 넘어섰다. 폐사율도 30%대까지 치솟았다. 엄청난 양의 바닷물을 쓰고 버리는 과정에서 제주 바다 환경을 망가뜨렸다는 비판도 나왔다.
기후변화 영향 최소화 “생존율 93%로 높여”

첫 시도이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았다. 기존의 상식을 버리고 먹이부터 수질 관리까지 모든 걸 바꿔야 했다. 보통 육식성인 광어는 연근해에서 잡힌 작은 물고기들을 갈아서 먹이지만, 깨끗한 수질을 유지하고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어분(魚粉)과 콩 등을 배합한 사료로 대체했다. 이런 노력 끝에 지난해 말 광어 양식장으로는 세계 최초로 친환경 수산물 국제 인증(ASC)을 받았다.
광어 사용 꺼리던 특급호텔도 관심…우선 구매 계약

박정환 부경대 수산생명과학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한 수산물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면서 양식 시스템을 전환하지 않으면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며 “정부가 재정적인 지원뿐 아니라 친환경 양식장을 실질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기술적인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천권필 기자 fee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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