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샤오쥔, 中 국가 크게 부르고 울었다…혼성계주 꽈당→남자 500m 금메달 [하얼빈 현장]
(엑스포츠뉴스 하얼빈, 최원영 기자) "중국에 금메달을 안기고 싶다"던 그는 우승을 확정 지은 뒤 코치 박스로 뛰어올라 눈물을 흘렸다.
이어 시상식에선 금메달을 목에 걸고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크게 불렀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겼던 주인공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이 7년 뒤 중국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에 나섰다. 새 조국에 쇼트트랙 첫 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린샤오쥔은 8일(한국시간)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쇼트트랙 남자 500m 결승에서 41초150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한국 국가대표인 박지원(41초398)과 장성우(41초442)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며 시상대 맨 위에 올랐다.
이날 결승전은 선수단 충돌로 두 차례나 경기가 중단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결승엔 박지원, 장성우, 김태성 등 한국 선수 3명, 린샤오쥔과 쑨룽 등 중국 선수 2명이 올라 한·중전으로 치러졌다. 첫 레이스에선 가장 안쪽인 스타트 포지션 1번 김태성과 2번 쑨룽이 첫 코너를 돌 때 서로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다가 넘어졌다. 규정에 의해 재경기가 선언됐다.
두 번째 레이스에선 두 차례나 충돌이 일어난 끝에 5명 중 4명이 넘어져 역시 재경기가 확정됐다. 이 과정에서 김태성이 페널티를 받고 결승 레이스를 참가하지 못하는 불운을 겪었다.
정상적으로 치러진 세 번째 레이스에선 쑨룽과 린샤오쥔이 초반 두 바퀴까지 박지원과 장성우를 제치며 선두 그룹을 형성했다.
쇼트트랙 500m는 111.11m 링크를 4바퀴 반 돌고 끝난다. 40초 안팎의 짧은 레이스여서 초반 순위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1000m, 1500m보다 잦다.
하지만 이날 결승은 달랐다. 쑨룽이 레이스 중반 밀리면서 혼란한 틈을 타 박지원이 결승선 한 바퀴 반을 남겨놓고 맨 앞으로 치고 나선 것이다.
한 번 더 반전이 일어났다. 린샤오쥔이 바로 스퍼트를 내면서 한 바퀴 남은 상태에서 박지원을 추월했고 그대로 내달려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린샤오쥔은 오른손을 불끈 쥐면서 환호한 뒤 곧장 코치 박스로 달려가 중국대표팀 지도자들 앞에서 눈물을 터트렸다.
린샤오쥔은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 이튿날 열린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우승하며 당시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역사적인 인물이다.
하지만 이듬해 대표팀 훈련 도중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렸고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자격정지 1년 징계를 받은 뒤 중국으로 가 훈련에 임했다. 결국 귀화까지 했다.
린샤오쥔은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대법원까지 가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빙상연맹 징계와 법정 소송 과정에서 억울하다고 판단한 듯 한국을 등지고 중국으로 갔다. 2021년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2 동계올림픽이 중국 베이징에서 열렸으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적 변경 선수 규정에 의거해 참가가 불가능했던 그는 2022-2023시즌부터 중국 대표팀 소속으로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현 월드투어)과 4대륙선수권, 세계선수권 등에 연달아 출전했다.
중국 대표 시절 초기엔 부상 등으로 고전했으나 2023년 2월 열린 2022-2023 ISU 월드컵 5차 대회와 6차 대회에서 남자 500m 금메달을 연달아 따내며 부활을 알렸다.
같은 해 3월엔 옛 조국 한국으로 돌아와 서울에서 열린 ISU 2023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 중국의 남자 5000m 계주 금메달 획득의 주역이 되면서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지난해 3월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벌어진 2024 ISU 세계선수권에서 남자 500m 우승을 차지해 개인 종목에서도 세계 정상에 올랐다.
이어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같은 종목 금메달을 따내고 감격했다.
사실 린샤오쥔은 8일 롤러코스터 같은 하루를 보냈다. 앞서 열린 혼성계주 2000m에서 중국대표팀 마지막 주자로 나섰다가 결승선 한 바퀴 반을 앞둔 곡선 주로에서 블록을 밟고 넘어져 한국의 금메달 획득에 1등 도우미가 됐기 때문이다.
린샤오쥔이 넘어진 것 하나로 한국 남자 선수 4명이 금메달을 목에 걸면서 아시안게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 대상자가 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린샤오쥔은 이어 벌어진 남자 1500m 결승에선 동갑내기 박지원에 밀려 은메달을 차지했다.
결국 주종목 남자 5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린샤오쥔은 이번 대회 쇼트트랙 경기 장소인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관중석이 작고 링크가 좁아 함성소리가 크게 울릴 수밖에 없는데, 중국 관중 응원 중 가장 자주 들리는 소리가 "린샤오쥔 짜요"다. 힘내라는 의미다. 그는 중국 귀화 뒤 중국에 대한 애국심을 자주 언급해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시안게임 전 "중국을 위해 금메달을 따겠다"던 그는 자신의 우승으로 '의용군 행진곡'이 나오자 입을 벌려 크게 부른 뒤 미소를 되찾았다.
린샤오쥔의 남자 500m 우승으로 한국 쇼트트랙은 내년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그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린샤오쥔이 중국 대표로 처음 뛸 때만 해도 국제대회를 오래 쉬었기 때문에 향후 활약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으나 이젠 그의 컨디션이 새 전성기를 향해 오르고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사진=연합뉴스
최원영 기자 yeong@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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