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함께한 40여년 '춘자씨가 달라졌어요'
[최미향 기자]
기자말 |
한국예술문화명인진흥회는 우리 조상의 유·무형 전통예술문화를 유지·발전시키고 명인들이 쌓아온 가치를 사회 자산으로 공유하기 위해 설립됐다. 현재 전국에 약 400명의 명인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는데 그중 충청지회 명인은 21인이다. 이 연재는 충청 지역에 흩어져 있는 명인 21인의 인터뷰다. 그들의 지난했던 삶을 조명함으로써 미래를 잇는 문화유산의 가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소개한다. 불교꽃꽂이(불전공화) 화예 임춘자 명인을 지난 5일 만났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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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교꽃꽂이(불전공화) 화예 부문 임춘자 명인 |
ⓒ 임춘자 |
열세 살 위의 하나뿐인 언니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시집을 갔고, 저는 네 명의 남자 형제들 속에서 부대끼다 보니 남학생들이 주로 하는 놀이에 더 익숙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버지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시는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제 머리를 땋아 주시던 아버지가 안 계시면서 저는 은둔형으로 바뀌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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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자 명인이 올린 '계룡산동학사 법당 꽃장식' |
ⓒ 임춘자 |
학창 시절, 반장과 오락을 도맡았던 말괄량이가 말수가 줄고 우울해하자, 걱정하던 친구의 권유로 학원강사의 길로 들어서게 됐습니다. 당시 친구 아버지가 운영하던 학원이었는데 대학까지 포기한 제게는 그야말로 파격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친구의 격려에 힘입어 다시 제기할 힘을 얻게 됐습니다.
그 후로도 스물여덟에 군인이었던 남편을 만나기 전까지 오빠가 경영하는 회사에서 일을 하기도 했고, 철도청에서 별정직 비서직을 수행하며 사회를 경험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아버지의 빈자리를 남편이 채워주면서 마음에 조금씩 안정되어 갔고, 더불어 군 법당을 다니면서 제 인생의 서막이 열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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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자 명인의 '한국꽃예술협회 전시 작품' |
ⓒ 임춘자 |
꽃과의 인연을 먼저 말씀드려야겠습니다. 꽃을 무척 좋아하시는 어머니는 봄이 되면 시장 다녀오실 때마다 노란색 프리지아를 사다 책상 위에 꽂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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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처님오신날 관욕불 주변을 장엄하게 장식한 임춘자 명인(오른쪽 첫번째) |
ⓒ 임춘자 |
1978년 처음 직장 모임에서 꽃꽂이를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벌써 40년이 한참 지났습니다. 꽃꽂이 수업을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어느날 보니 사범이 되기 위해 전국을 누비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또 어떤 날은 부처님 전에 꽃을 꽂아 공양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사월 초파일이면 아기 부처님 관욕을 위해 관욕불 주변을 화려하고 장엄하게 장식하는 제가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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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자 명인의 한국꽃예술협회 전시회 작품 |
ⓒ 임춘자 |
특히 5년 가까이 장애인 거주 시설로 봉사를 다니다 보니 사회복지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지역아동센터 어린이들의 주의 집중력과 창의성 향상을 분석하는 논문을 쓰기도 했습니다.
박사학위는 꽃 관련입니다. 차(茶)에 대한 관심이 생겨 국내 유일 차(茶) 관련 학과인 원광대학교 동양학대학원 박사과정에 들어가 논문 '한국 전통화예의 사상적 배경 및 조형구성에 관한 연구'로 학위를 취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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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자 명인의 '한국예총명인전시회' 작품 |
ⓒ 임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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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춘자 명인이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 임춘자 |
지난 2022년부터 꽃집을 접고 계룡시에서 '플레르 꽃예술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어린이 키즈 플라워, 주민자치회 문화센터강좌, 국가기술자격증, 계룡시·충청남도 바우처 강좌, 명인아카데미, 다화(茶花)지도자과정, 성전꽃꽂이, 원데이 플라워 수업 등 다양한 커리큘럼으로 많은 분들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계룡시 평생학습 강사로도 선정되어 '꽃과 함께하는 찻자리' 강좌도 합니다.
또, 저의 지도교수님과 함께 사단법인 K-전통문화학술원을 설립하여 화훼분과를 이끌어 활동하고 있으며, 사단법인 한국꽃예술협회에서는 부이사장직을 맡아 활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꿈이 있다면, 불교꽃꽂이(불전공화)분야의 성전꽃꽂이를 꾸준히 연구하여 많은 사람이 화예명인이 될 수 있도록 도움을 드리고 싶습니다.
지나온 날을 잠시 뒤돌아봅니다. 부처님의 가피로 꽃이라는 경지에 인생을 장식했고 또 앞으로도 이 길을 걸어갈 것입니다.
'꽃'이란 한 글자를 제 인생에 펼치게 해주신 것에 고마움과 가치로움을 느낍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투데이와 충남도청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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