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7일의 악몽 재현" 손흥민의 가슴 아픈 15년 무관 잔혹사…토트넘에서 우승은 정녕 어려운가
[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꼭 1년만에 악몽같은 순간이 찾아왔다.
손흥민은 7일(한국시각) 영국 리버풀의 안필드에서 열린 리버풀과의 2024~2025시즌 카라바오컵(EFL컵) 준결승 2차전에서 0-4로 패해 1, 2차전 합산 1대4로 결승 진출에 실패한 뒤 멍한 표정으로 원정 서포터석을 바라봤다.
툭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안필드 대참사'가 주는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는 손흥민의 표정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스마일맨' 손흥민은 웃음기 빠진 표정으로 상대팀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손흥민의 무관 잔혹사가 계속됐다.
2010년 독일 함부르크에서 프로데뷔한 손흥민은 15년째 국가대표팀과 클럽에서 단 한 번도 메이저대회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기회는 있었다. 2015년 호주아시안컵에서 무실점으로 결승에 올라 우승에 대한 희망을 키웠다. 결승에서 개최국 호주를 만나 0-1로 끌려가던 후반 추가시간 1분 극적인 동점골을 직접 뽑아냈다. 하지만 연장전에 상대에 통한의 실점을 내주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2018~2019시즌, 박지성(맨유)에 이어 한국인으론 두 번째로 유럽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했다. 맨시티, 아약스전에서 기적과도 같은 승리를 거둔 끝에 구단 최초로 챔스 결승 티켓을 얻었다. 하지만 우승의 여신은 토트넘을 외면했다. 같은 잉글랜드 클럽인 리버풀을 만나 무기력한 패배로 우승을 놓쳤고, 손흥민은 관중석에서 경기를 지켜본 부친 손웅정씨 품에서 서럽게 울었다.
2020~2021시즌에도 우승 기회가 찾아왔다. 카라바오컵 결승에 올라 맨시티만 꺾으면 우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한데 이번엔 외부 변수가 들이닥쳤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이 결승전을 일주일여 앞두고 돌연 조세 모리뉴 당시 토트넘 감독을 경질했다. 결과적으로 모리뉴 감독을 경질한 건 레비 회장의 패착이었다. 손흥민이 풀타임 뛴 결승전에서 팀은 0-1로 석패했다.
손흥민은 꼭 1년 전인 2024년 2월7일, 카타르에서 열린 2023년 아시안컵 준결승에서 요르단에 충격패하며 아시안컵 사냥에 실패했다. '탁구게이트' 여파로 팀 조직력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추후에 밝혀져 축구팬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
토트넘은 2007~2008시즌 리그컵 우승 이후 17년째 어떠한 타이틀도 따내지 못했다. 토트넘의 무관 역사는, 2015년 스퍼스에 합류한 손흥민의 무관 역사이기도 하다. 손흥민은 이전 클럽인 함부르크, 레버쿠젠에서도 우승과 연이 닿지 않았다.
아직 포기하기엔 이르다. 14위에 처진 리그 우승은 물건너갔지만, FA컵과 유럽유로파리그가 남았다. 10일 애스턴빌라와 FA컵 32강전을 치르고, 유로파리그에선 16강에 직행했다.
하지만 현 엔지 포스테코글루 토트넘 감독 체제에서 날개없이 추락중인 상황이라 두 대회에서 우승을 장담하기 쉽지 않다. 리버풀-토트넘전을 중계한 리버풀 전설 제이미 캐러거는 스카이스포츠 스튜디오에서 "토트넘이 빅게임에서 승리한 적이 언제였던가? 토트넘이 불리한 경기에서 승리한 적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아약스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라며 "누구도 토트넘이 큰 경기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트넘이 지난 45경기에서 절반에 가까운 20패를 기록한 '루징 멘털리티'도 꼬집었다.
전 토트넘 미드필더 제이미 레드냅은 스카이스포츠를 통해 "준결승에서 한 번도 제대로 된 슛을 하지 못한 건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토트넘은 너무나 비참했다"며 "내 평생 오늘 토트넘보다 덜 싸우고 무너진 팀은 없었다"고 쏘아붙였다. 전 맨유 수비수 디온 더블린은 BBC를 통해 "토트넘 선수들의 바디랭귀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조깅만 하는 것 같았다. 승리를 좇는 리버풀의 태도는 이날 경기를 연습경기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우리는 오늘 밤 좋은 기회를 놓쳤다. 우리는 결승에 진출할 좋은 위치에 있었다"며 "리버풀이 더 나은 팀이었다. 우리는 경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펼치지 못했다. 통제력을 되찾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라고 패배를 인정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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