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멕시코·캐나다 이어 파나마까지 항복 트럼프 '공포 전략' 또 통했다

김덕식 기자(dskim2k@mk.co.kr), 이재철 기자(humming@mk.co.kr) 2025. 2. 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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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박으로 원하는 것 얻는다 … 돌아온 '매드맨 외교'
파나마 운하 환수 위협 커지자
美정부 통행료 면제 백기투항
홍콩 항구운영社와 결별 검토
캐나다·멕시코는 관세 협박에
마약·이민 즉각 단속 조치나서
팽창주의에 세계 "국제법 위반"

'두려움의 대상이 되는 편이 훨씬 안전하다.'

잔혹함과 공포 조장 등이 더 신뢰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한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철학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제 정치에서 입증하고 있다. 중국의 영향력이 높다는 이유로 파나마 운하 운영권 환수까지 언급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파나마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미국 국무부는 5일(현지시간) 공식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서 "파나마 정부가 더는 미국 정부 선박에 파나마 운하 통행료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며 "미국 정부는 연 수백만 달러를 절감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날 미국 국방부도 대변인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과 호세 라울 물리노 파나마 대통령이 통화해 파나마 운하의 방어를 포함한 안보상 이익을 양국이 공유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파나마 운하 통제·운영이 주권 문제에 속한다고 맞서온 물리노 대통령이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협박에 물러난 셈이다. 파나마 정부의 이번 결정은 지난 2일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이 파나마를 방문한 지 사흘 만에 나왔다. 이후 파나마 정부는 홍콩에 기반을 둔 항구 운영회사 허치슨 포츠 피피시(PPC)와 맺은 계약을 취소할지 검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그러나 파나마운하청은 국무부 발표 이후 성명을 내고 "운하의 통행권이나 통행료와 관련해 바뀐 것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를 두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협상에 정통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파나마가 상당한 양보를 하는 이런 합의는 양측이 만나 공동성명 형식으로 공개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이날 국무부의 발표는 법적 절차를 무시하고 파나마 당국자들을 궁지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취임사에서 "막대한 자금을 들였을 뿐 아니라 건설 과정에서 미국인 3만8000명이 희생될 정도로 힘들게 완공한 운하를 파나마에 돌려준 것은 바보 같은 짓"이라며 이를 환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파나마가 중국 공산당 영향권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홍콩계 회사에 항구 2곳의 운영권을 맡긴 것이 협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루비오 장관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주최하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에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남아공 정부의 토지 몰수 정책을 문제 삼으며 남아공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발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발맞추겠다는 의미다. 올해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남아공은 오는 20∼21일 요하네스버그에서 G20 외교장관회의를 주최한다.

국제사회 규범에 아랑곳하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따라하는 지도자가 늘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트럼프'로 불리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같은 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탈퇴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WHO 탈회를 선언한 것과 빼닮은 것이다.

국제사회는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포정치'에 반발하고 있다.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가자지구에 욕심을 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을 두고 명백한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다.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해 팔레스타인 주민을 이주시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이 "충격적"이라며 "국제법을 위반해 더 큰 불안정을 야기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성명에서 "강제 이주는 심각한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고,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이 현실화하면 또 다른 고통과 증오를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흔들림 없이 공포정치를 밀어붙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충격과 공포 전략으로 자국이 원하는 것을 최대한 끌어내고 있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웃 국가인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각각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양국에서 마약·이민자 단속을 위한 국경 강화 조치를 얻어낸 뒤 지난 4일 관세 부과를 한 달간 보류했다.

불법 이민자 송환 문제를 놓고 미국과 대립하던 콜롬비아는 지난달 26일 미국에서 추방된 자국민을 태운 미국 군용기의 착륙을 불허했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고율 관세 위협에 꼬리를 내렸다.

[김덕식 기자 / 이재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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