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청년들 “통일은 먼 이야기” 그러나 기도하는 이들도 있다

김수연 2025. 2. 5.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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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에서도 희미해지는 ‘통일 기도’
신앙과 기도로 준비해야
한국대학생선교회(CCC) NK사역부가 주최한 통일순장캠프 참가자들이 5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민족복음화의 꿈'이 적힌 손피켓을 들고 있다. CCC 제공

“또래 친구들이요? 통일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을걸요.”

5일 경기도 연천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열린 한국대학생선교회(CCC·대표 박성민 목사) 통일순장캠프에 참여한 호남대 졸업생 오은지(23)씨는 요즘 청년들의 통일 인식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실제 각자의 삶, 개별 국가 이익이 최우선인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한반도 통일은 현실과 동떨어진 일, 우리 사회에 막대한 비용을 안길 불편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평화통일연구원이 발표한 ‘통일 의식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절반 이상이 통일이 필요하지 않거나 관심이 없다고 응답했다. 같은 해 발표한 목회데이터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청소년 10명 중 4명이 ‘통일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이런 시대에 통일 비전을 위한 캠프에 참여한 청년들은 어떻게 통일을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을까. 국민일보가 CCC 통일순장캠프에 참여한 청년 20여명에게 물은 결과 이들 역시 대부분 통일에 대한 회의적인 인식과 현실을 마주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그런 가운데서도 신앙을 통해 통일사역의 의미를 깨닫고 기도로 준비하고 있다는 고백도 이어졌다.

통일, 청년들에게는 ‘먼 나라 이야기’

한국대학생선교회(CCC) NK사역부가 주최한 통일순장캠프 참가자들이 4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 체육관에서 사역박람회 설명을 듣고 있다. CCC 제공

원광대 재학생 장준영(23)씨는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친구들이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하겠어?’라고 반응한다”며 “굳이 통일해야 할 이유를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수호(26) 세종대 간사 “통일을 판타지처럼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고, 분단이 익숙한 현실에서 굳이 체제를 통합할 필요가 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며 “사회적으로 통일을 원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청년들도 그 영향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 이슈나 남북관계 등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더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경우도 많다. 고려대 4학년 박성호(25)씨는 “(일반적으로) 관심이 없다고 말하는 게 맞는 거 같다”며 “그나마 북한, 남북관계 등에 관심 있는 친구들도 보통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과 북한 나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대구대 재학생 박지영(21)씨도 “청년들 사이에서는 통일 이후 발생할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혼란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에서 희미해지는 ‘통일 기도’
한국대학생선교회(CCC) NK사역부가 주최한 통일순장캠프에 참가한 한 학생이 4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 체육관에서 NK사역 설명을 하고 있다. CCC 제공

대학 캠퍼스만의 상황은 아니다. 교회에서도 통일에 관한 관심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광주여대 재학생 김예은(23)씨는 “교회를 떠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서 청년들이 북한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더욱 희박한 일”이라며 “교회 안에서도 통일이 필요하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뷰에 응한 대다수 청년은 교회에서 북한이나 통일을 위한 기도를 접한 경험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교회 대표기도에서조차 통일에 대한 얘기를 듣기 어려웠다는 의견도 많았다. 익명을 요청한 한 청년은 “교회 어르신들도 통일을 정치적 문제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아 목사님들이 설교에서 쉽게 언급하지 않는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CCC 활동과 신앙적 성숙을 통해 통일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화한 청년들도 있었다. 고려대 김예윤(22)씨는 2022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통일에 대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그는 “예전에는 통일이 되면 북한을 도와줘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에 반대했지만, 이제는 북한 주민들의 영혼 구원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남대 재학생 정선한(23)씨도 CCC 활동을 통해 북한의 실상을 알게 알고, 구체적인 기도제목을 가지게 됐다. 그는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복음이 흘러가는 과정, 고위 간부들에게 복음이 전해질 가능성 등을 논의하며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일의 희망을 품고 준비해야

한국대학생선교회(CCC) NK사역부가 주최한 통일순장캠프 참가자들이 4일 경기도 연천군 한반도통일미래센터에서 주먹을 쥐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CCC 제공

이렇게 북한선교 인식을 갖게 된 청년들은 “더 잘 준비돼 있기 위해 기도한다”고 입을 모았다. 동강대 재학생 황가연(22)씨는 “통일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미래 세대로서 각자가 받은 달란트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동대 졸업생 최진영(25)씨는 “CCC가 민족복음화를 이뤄낼 다음세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캠퍼스 선교를 택한 것처럼, 청년들이 각자의 전공과 분야에서 통일을 준비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도 하나님께서 이루어 가실 통일을 준비하며 책임감을 느끼고 전문성을 길러내는 청년들을 위해 함께 기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같은 대학 김민서(22)씨 “북한 인권 문제를 처음 접한 후 매일 북한 주민과 탈북민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며 “나아가 국제 변호사가 되어 북한 인권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캠퍼스에서도 청년들이 통일을 준비하는 자리가 지속해서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CCC NK사역부 간사 오세인(26) 씨는 “교회 청년들은 그나마 통일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편이지만, 일반 캠퍼스에서는 통일 비전을 나누기가 쉽지 않다”며 “미래세대가 통일을 주도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기도하고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대 대학원에서 북한학을 전공하는 동준희(26)씨는 “캠퍼스에서 처음에는 혼자 관심을 가졌지만, 점점 뜻을 함께하는 친구들이 늘어나 현재는 8명까지 함께 기도하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통일 비전을 전하고 설득하면 생각이 바뀔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천=김수연 기자 pro11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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