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3+1 위기...대선 쟁점 따라 국운 엇갈린다 [소셜 코리아]
한국의 공론장은 다이내믹합니다. 매체도 많고, 의제도 다양하며 논의가 이뤄지는 속도도 빠릅니다. 하지만 많은 논의가 대안 모색 없이 종결됩니다.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는 이런 상황을 바꿔 '대안 담론'을 주류화하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근거에 기반한 문제 지적과 분석 ▲문제를 다루는 현 정책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거쳐 ▲실현 가능한 정의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소셜 코리아는 재단법인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상생과 연대의 담론을 확산하고자 당대의 지성과 시민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열린 플랫폼입니다. 기사에 대한 의견 또는 기고 제안은 social.corea@gmail.com으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기자말>
[박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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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충격에 3일 코스피는 하락 출발했다. 이날 코스피는 48.63p(1.93%) 내린 2468.74로 개장했고 코스닥은 10.03p(1.38%) 내린 718.26, 원/달러 환율은 13.3원 오른 1466.0원으로 시작했다. |
| ⓒ 연합뉴스 |
이들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거나 대응에 실기하면, 한국 경제와 사회는 심각한 침체와 쇠락의 길을 걸을 것이다. 2025년이 매우 중요한 이유는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 사회로 전진하느냐, 침체와 쇠락으로 퇴보하느냐는 갈림길에 선 한 해가 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1997년 경제위기 이후에 한국 경제는 2000년대 첫 10년간 호황을 누렸다. 중국 특수와 정보통신기술(ICT) 특수라는 '쌍특수'가 한국 경제의 성장을 견인했고, 국내 1위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러나 이런 쌍특수가 끝난 2011년 즈음부터 국제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한국의 주력 중화학 제조업 분야의 저가 상품군을 대체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은 제조업 위기를 쉽게 인지하지 못한 것은 2010년대 초반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산업의 호황과 2015년 이후 반도체 특수로 인해 일종의 착시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료를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0년까지 10년 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10대 제조업의 총매출액은 오히려 감소하는 추세였다.
이런 제조업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산업공동화를 모면할 수 없다. 이미 동남권 중화학 산업단지의 공동화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롯데케미칼 여수 2공장이 중국기업들과 경쟁에서 더 버티지 못하고 가동 중단과 공장 폐쇄 수순에 들어갔고, 포스코는 포항 1제강공장에 이어 1선재공장 폐쇄를 결정했으며, 현대제철도 포항 2공장 가동을 무기한 중단했다.
서울대학교 '시장과 정부 연구센터'에 따르면, 기계·석유정제·석유화학·자동차·조립금속·조선·철강 등 동남권 7대 산업의 2010~2019년 수출 감소 추세가 2030년까지 지속된다는 가정을 할 경우에, 2030년 동남권의 제조업 부가가치는 2015년 대비 약 22.9% 감소하고 지역내총생산(GRDP)은 약 8.2% 감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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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31일(현지시각) 워싱턴 DC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기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
| ⓒ 연합뉴스 |
한편,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 산업과 철강 산업의 쇠퇴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버펄로, 피츠버그, 클리블랜드, 디트로이트 등 4개 도시에서 1970년 대비 2006년 인구가 각각 44%, 43%, 46%, 45% 감소했으며, 가구 소득 중윗값은 각각 23%, 10%, 32%, 35% 감소했다.
한국 경제가 동남권 제조업 붕괴라는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역량이 노키아 몰락 당시 핀란드나 러스트벨트가 발생한 미국보다 현저히 낮음을 고려하면, 동남권 중심의 제조업 위기가 한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은 핀란드나 미국의 경우보다 훨씬 더 심각할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반도체 산업마저 최근 전망이 매우 어둡다. 삼성전자 주가가 지난해 7월 10일에 8만 7800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해 5만 원대 초중반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부문에서 사실상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에 뒤졌고, 수십조 원을 투자한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부문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대만 TSMC의 2024년 3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64.9%로 2분기보다 2.6%포인트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같은 기간 11.5%에서 9.3%로 2.2%포인트 하락했다. 세계 상위 10개 파운드리 업체 중 유일하게 전 분기 대비 매출이 하락한 것이었다.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 설계를 고집하면서 퀄컴이나 엔비디아와 같은 설계전문회사의 첨단제품 파운드리 주문을 못 받고 있어 TSMC와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고, 메모리 반도체와 범용 파운드리에서는 중국 경쟁사의 맹추격을 받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삼성전자는 길어야 10년 안에 고만고만한 회사로 쇠퇴할 것이다.
삼성전자가 계열사 간 내부거래를 통한 시너지라는 과거의 성공 공식에 안주하는 동안 세상은 오픈 이노베이션과 혁신 경쟁으로 나아갔다. 삼성전자가 쇠락의 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삼성전자 사업부문들을 독립 회사로 분할하고, 독립회사에 실권을 가진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는 결단이 필요하다.
그런데 삼성전자와 삼성그룹이 현재 겪고 있는 문제는 재벌이라는 소유지배구조에서 비롯하는 것임을 주지해야 한다. 재벌은 경제개발기에 모방을 통한 추격 전략에서는 효과적이었다. 그러나 경제력이 재벌로 집중하면서 국내 최종재 시장에서 독과점화가 일어나고, 부품소재 시장에서는 수요독점과 전속거래가 발생했다. 재벌이라는 소유지배구조는 새로운 도전기업이나 새로운 선도산업이 출현하기 어려운 진입 및 퇴출 장벽을 쌓았다.
2011년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관찰되는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 하락은 고부가가치화라는 산업 내 진화의 단절과 새로운 성장 동력 산업의 출현이 없는 산업 간 진화 단절의 결과이다.
재벌개혁 없이는 창조적 파괴를 위한 경쟁이 일어날 수 없고, 오픈 이노베이션과 혁신경제로 나아갈 수도 없다. 재벌의 경제력 집중 해소를 통해 시장에 경쟁을 도입하고 전속적 하청구조를 해체함으로써 한국 산업의 진화 엔진을 재점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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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수출기업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 ⓒ 기획재정부 |
글로벌 서버 1위인 델테크놀로지스와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30년까지 반도체 등 부품·소재 공급자들이 탄소 배출량을 각각 45%와 50% 감축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애플과 아마존웹서비스(AWS)는 각각 2030년, 2040년까지 부품·소재 공급자들이 RE100을 달성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인 ASML은 2040년까지 고객사들이 RE100을 달성해야 장비를 판매하겠다고 공언했다.
재벌개혁과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에서 요구되는 RE100 대응을 위해 녹색산업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부족한 재생에너지 생산, 석탄발전 폐쇄와 정의로운 전환, 지역별 전력 수급 격차와 전력송전망 포화를 고려해 반도체·이차전지·자동차 산업 등과 같은 전략 산업의 RE100 구현을 실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동남권에 RE100 산업 클러스터를 유치하고, 석탄발전을 해상풍력으로 대체하며, 기존 석탄발전 송전 용량을 호남 지역 재생에너지 송전용으로 대체하는 종합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
2025년 새해 한국 경제는 위와 같은 어려움에 더해 정치적 불확실성과 대외적 불확실성으로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 새로 출범한 미국의 제2기 트럼프 행정부로 인해 대외적 불확실성은 이미 상당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제1기 때와 마찬가지로 보편적 규칙의 제정보다는 개별 국가에 대한 압박과 제재를 통해 미국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이다.
외교·안보 및 관세 문제뿐만 아니라 대중 봉쇄 강화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추가적 피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폐기 내지 축소에 따른 국내 기업들의 피해, 궁극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붕괴 내지 재편 등등 수많은 현안이 발생할 것이 자명하다.
국정협의회를 활성화해서,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진행한 관리형 내각의 대미 교섭 결과를 누가 집권해도 지킬 것임을 미국 측에 분명히 알려야 그나마 통상교섭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신속하게 차기 정권이 들어서 국내 정치 불안과 대미 통상교섭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정부는 아시아 지역의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경제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은 일본을 중심으로 형성하려는 작업들이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지진이라는 자연재해에 취약하고 여전히 반도체 생산 기반도 부족하다. 우리가 RE100을 지원할 재생에너지를 충분히 확보하면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 허브를 유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재벌개혁과 녹색산업 정책, 능동적 경제외교에 실패할 경우, 한국 제조업의 쇠퇴와 산업공동화는 더욱 가속화할 수 있고 한국 주식시장의 미래도 없게 된다. 지난해 한국 코스피의 수익률은 -8.1%였다. 이에 반해 미국 S&P500은 26.6% 그리고 일본 닛케이는 16.9% 투자수익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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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4년 10월 28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경제민주화와 양극화해소를 위한 99% 상생연대 주최로 '삼성전자 RE100 대응방안 및 시스템반도체 설계부문 매각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
| ⓒ 연합뉴스 |
재벌개혁은 우리 사회 위기 극복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재벌개혁에 성공한다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단가 후려치기와 기술 탈취가 아니라 인적자본과 기술력이 되고, 결국 새로운 혁신에 성공하는 기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인적자본과 기술력이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기업이 숙련된 인적자본인 50대 노동자를 지금처럼 강제로 퇴직시킬 유인이 줄어든다.
또한 중간재를 생산하는 중소·중견 기업에서는 혁신을 통해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 노동개혁과 복지정책의 전환이 같이 맞물리면, 중소기업에 일찍 취업해 정년까지 근속해도 노후에 연금 생활이 가능해질 수 있다. 청년 실업 문제도 완화되고, 연금 생활이 가능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연금 생활자는 자영업의 수요층이다. 자영업 과잉 공급은 해소되고 수요층은 늘어나 자영업을 해도 먹고 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경우에 노인 빈곤 문제도 해소된다. 노년에 연금과 장기 주식 투자수익률에 기대어 편안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이처럼 경제적 생애주기에 대한 합리적 예상이 가능해지면 청년들은 더 일찍 취업하고 더 빨리, 더 많이 결혼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출생률 저하 문제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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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상인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교수 |
| ⓒ 박상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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