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을 쉽게 보지 마세요
[김신 기자]
설 명절은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특별한 시간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 하지만 이런 따뜻한 풍경 뒤에는 우리가 쉽게 간과하는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바로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이다.
가족과 함께 숟가락을 공유하고, 같은 국을 떠먹고, 반찬을 나누는 우리나라의 식문화는 헬리코박터 감염의 주요 원인 중 하나다. WHO 1군 발암물질로 지정된 이 세균이 위암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명절 때마다 '잔소리 대처'에 관한 밈이 인터넷을 떠도는데, 잔소리 스트레스도 위에 안 좋긴 마찬가지다. 이런 명절 증후군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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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아, 나 좀 살려줘!> 표지 |
| ⓒ 국일미디어 |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어떻게 하여 치매에도 영향을 주는 것일까? 추측하기로는 뇌세포가 비타민 B12와 철분을 효과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도록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막기 때문에 뇌신경이 손상되고 뇌혈관에도 관상동맥에서처럼 만성 염증을 유발하여 좁아지면서 혈관성 치매을 일으킬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생각되고 있다." - 263쪽
우리는 흔히 위장 건강을 가볍게 여긴다. '속이 쓰리면 그냥 위장약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라는 식이다. 그러나 저자는 이러한 안일한 태도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조목조목 짚어준다. 단순한 소화불량이 위축성 위염으로, 위궤양으로, 결국 위암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조하며, 조기 발견과 예방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헬리코박터균을 제때 박멸하지 않으면 위 점막이 점차 손상되고, 돌이킬 수 없는 병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설 연휴가 끝난 지금, 혹시 명절 내내 기름진 음식과 잦은 술자리로 속이 불편했다면, 더 늦기 전에 위내시경 검사를 고려해 봐야 할 것이다.
헬리코박터균 감염 경로에 대한 설명은 무척 흥미롭다. 감염자와 식기를 공유하는 것만으로도 세균이 옮겨질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가족 간 전파율이 높다. 설 명절처럼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함께 식사하는 자리는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찌개 한 숟가락을 떠먹는 순간,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헬리코박터균이 몸속에 들어올 수도 있다. 저자는 이러한 감염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개인 식기를 사용하고, 젓가락을 따로 쓰는 습관을 들일 것을 권장한다.
그렇다면 감염되었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항생제를 통한 적극적인 제균과 프로바이오틱스 보조요법의 병행 치료를 강조한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주 중 하나인 락토바실러스(Lactobacilli)의 경우 박테리오신이라는 항균 물질을 분비하여 제균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추측된다. 또 락토바실러스는 젖산과 휘발성산 등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위내 산도(pH)를 변화시킴으로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성장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또 락토바실러스는 위점막에 부착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것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부착을 방해함으로써 헬리코박터 파일로리의 생존을 방해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 305쪽
우리나라와 더불어 위암발병률이 높은 나라인 일본의 사례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일본은 어린아이들부터 헬리코박터 제균치료를 정책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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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장아, 나 좀 살려줘!> 속 도표 |
| ⓒ 국일미디어 |
"일본이 어린 시절부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 정책을 펼치는 데에는 사회적 효과와 경제적 효과를 생각한 면도 크다고 할 수 있다. 위암 환자가 많아질 때 가정과 사회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어린 시절부터 미리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를 제균함으로써 훗날 일본 사회에서 위암 환자가 줄어든다면 악영향을 미리 근절할 수 있고, 국가적 비용 부담도 크게 줄일 수 있다." - 321쪽
이 책이 돋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헬리코박터에 관해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바로잡아 준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는 5;300여 년 전 미라에서도 발견됐다는 것과 한국과 미국의 헬리코박터가 다르고, 남녀 간의 차이도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의 치료에 소극적인 이가 귀담아들을 내용도 담겨 있다.
"연구에 의하면 헬리코박터 양성일 경우 20% 정도에서 소화성궤양, 장상피화생 등으로 진행하고 3% 정도에서 위암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이기에 굳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이 사회 저변에 깔리게 된 것이다. 하지만 누가 저 20%나 3%에 포함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어쩌면 내가 저 20나 3% 안에 든다면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현대는 병이 난 후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한 시대로 가고 있다. 따라서 건강관리 차원에서라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치료는 고려해봐야 할 대상이다." - 376쪽
설 명절이 지나고 나면 대부분 지난 1월 1일에 하지 못한 다이어트나 건강 관리를 결심하곤 한다. 하지만 단순한 결심만으로는 또 작심삼일에 그칠 것이 분명하다. 건강한 습관을 실천하는 것이 더 중요한데, <위장아, 나 좀 살려줘!>는 그 실천을 위한 최고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아직 위 건강을 등한시하고 있었다면, 이 책을 통해 새로운 시작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당신의 위장이 보내는 신호를 무시하지 말자. 건강한 위장이 곧 건강한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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