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1st] 설영우의 첫 UCL 도전 후기! 디마리아 막은 썰, 후배들을 위한 훈련소 꿀팁까지

김정용 기자 2025. 2. 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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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정용 기자= 설영우는 자신이 어느 도시에 있는지 정확히 모르는 상태에서 '풋볼리스트'의 전화를 받았다.


세르비아 축구에 많이 적응한 설영우지만, 이 나라에서만 쓰는 변형 키릴문자 간판을 읽는 건 여전히 어렵다. 그는 바치카토폴라라는 도시의 한 호텔에 있었다. 통화 직후 TSC와 가진 원정 경기에 풀타임 출장해 팀의 승리에 기여했다.


설영우는 해외 진출 반 시즌 만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츠르베나즈베즈다의 연고지 베오그라드에서는 한국팬들과 다른 세르비아 팬들의 격렬한 사랑을 느꼈다. 더비 경기에서 엄청난 폭력성을 경험했다. 이탈리아에서 꿈속의 구장을 겪어보기도 했다.


즈베즈다의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도전은 리그 페이즈 탈락으로 일찍 끝났지만 설영우는 3도움을 기록하면서 현재까지 나머지 한국 선수 5명을 더한 것보다 더 많은 공격 포인트를 기록했다. 기초군사훈련과 UCL 마지막 경기로 이번 시즌 반환점을 돈 설영우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 컨디션 저하 최소화하고 바로 복귀한 군사훈련 꿀팁


Q 지금 어디 계신가요?


A 사실 어떻게 부르는지 잘 몰라요. 가는 도시들이 다 처음 듣는 곳인데 읽고 발음하기도 어렵거든요. 이번 원정은 1시간 정도 버스로 왔어요. 베오그라드와 가까운 것 같네요.


Q 겨울휴식기를 최대한 활용해 기초군사훈련을 수료하셨죠. 그리고 급하게 복귀해 UCL 2경기를 연달아 치렀어요. 훈련소 여파로 오랫동안 고생하는 케이스도 많은데요. 이번 경기가 힘들지 않았나요?


A 군대 갔다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솔직히 100% 컨디션이라고는 말씀 못 드리겠어요. 훈련소 가면서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이 바로 UCL 경기가 있다는 거였죠. 원래는 훈련소에서 개인시간마다 근력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가 보니까 훈련소는 그런 게 불가능한 곳이더라고요. 팀에 돌아오자마자 며칠 만에 PSV에인트호번 상대로 뛰라기에 고민을 많이 했어요.


(설영우는 PSV전 71분에 교체 아웃됐고 이후 2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Q 훈련소에서는 운동을 할 수 없었지만, 미리 근육을 늘려놓은 게 도움이 된 것 아닐까요?


A 맞아요. 즈베즈다 이적을 앞두고 수술 이슈로 좀 쉬었잖아요. 그때 재활훈련을 하면서 몸무게도 늘리고 근육량도 늘린 상태였거든요. 훈련소에서 운동선수가 겪는 가장 큰 타격은 근육이 빠진다는 건데, 미리 키워놓은 게 있어서 빠진 뒤에도 기존 근육량에 근접할 수 있었어요.


Q '군사훈련 받기 전에 미리 벌크업을 해라' 후배들에게 주는 '꿀팁'이라고 봐도 될까요?


A 확실한 꿀팁입니다.


▲ 디마리아 막은 썰 풉니다


Q 세르비아 리그에서는 절대강자, UCL에서는 약자 입장에서 경기합니다. 유럽 첫 시즌에 두 가지 경험을 동시에 겪네요.


A 즈베즈다가 세르비아 내에서는 파르티잔베오그라드와 오랜 라이벌이고, 항상 우승을 해오던 팀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죠. 올해는 운 좋게 파르티잔이 미끄러지고 있어서 리그에서는 경기력과 결과를 매번 챙기고 있어요. 반면 UCL은 항상 지고, 경기 끝나면 기분이 안 좋다보니까 온탕과 냉탕의 온도차를 너무 확실하게 느끼고 있어요. UCL은 만나는 팀 이름만 보셔도 말도 안 되는 팀들이잖아요. 저희 선수단에 저처럼 경험 없는 멤버가 많아서 더 힘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큰 동기부여와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하면서 매 경기 패배를 이겨내려 했습니다. 동료들도 그랬고요.


Q UCL 리그 페이즈가 막 끝났는데요. 도움 1위가 5개인데 설영우 선수가 3개를 기록하면서 공동 7위입니다. 팀은 탈락했지만 개인적인 경기력을 돌아본다면요?


A 안 그래도 마지막 경기인 영보이스전이 끝나고 한 번 되돌아봤어요. UCL을 하고 있을 때는 잘하고 있는지도, 어떻게 경기운영을 하고 있는지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매번 치열한 경기여서 여유가 없었거든요. 돌아보면 너무 아쉬운 장면과 아쉬운 경기 투성이인 것 같아요. 하지만 다시 첫 경기로 돌아가도 이것보다 잘할 수는 없을 것 같고요. 저는 어려서부터 꿈꾼 UCL 앞에서 최선의 준비를 했고 매 경기마다 한 순간도 허투루 치른 적이 없어요. 다만 다음에 또 UCL에 나가게 된다면 더 대담하게 경기를 펼칠 수 있을 좋은 밑거름이 된 시즌이었으면 좋겠어요.


Q 본인 최고의 장면은? 어시스트 3개 중 하나인가요?


A 어… 바르셀로나전 끝나고 라민 야말과 악수한 게 최고의 순간인데요. 물론 저보다 늦게 데뷔한 선수지만 축구 실력은 한참 형이니까.


Q UCL 전경기에 출장하면서 막았던 상대 윙어가 앙헬 디마리아(벤피카), 하피냐(바르셀로나), 엘리세 벤세기르(AS모나코), 유누스 무사(AC밀란) 등이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상대는 누구였나요?


A 첫 경기 벤피카전에서 디마리아를 막았을 때예요. 좋은 선수들을 많이 상대했는데 디마리아는 완전 노장(당시 36세)이잖아요. 그래서 경기 들어가기 전에 '엄청난 선수지만 기동력은 내가 앞선다. 디마리아가 얼마나 열심히 뛰겠어? 내가 더 뛰면 돼'라는 생각으로 들어갔죠. 확실히 많이 뛰진 않았어요. 체력적으로 힘들게 하진 않았는데. 그런데 볼 받는 위치나 자기 팀 선수에게 전달하는 방식에서 수를 읽을 수가 없겠더라고요. 그래서 경기가 끝난 뒤 자괴감이 밀려오는데….


Q 디마리아는 축구도사였군요?


A 네. 모든 판을 다 내려다보면서 하는 느낌?


Q 반대로 UCL이지만 해볼 만했던 경기라면?


A 마지막 경기 영보이스전은 하기 전부터 전력이 비슷하다고 판단했어요. 저도 그 경기만큼은 정말 90분 동안 승리가 간절했고, UCL 도전이 아니라 리그에서 비슷한 전력의 팀을 만난 거라고 생각하면서 임했죠. 사실 서로 탈락이 확정된 뒤라 자존심 싸움만 남았고요. 그래서 해볼 만했고 결과도 가져왔습니다.


(설영우는 이날 선제결승골을 어시스트했다.)


Q 인테르밀란, 모나코, AC밀란, 영보이스 상대로 해외 원정을 체험했습니다. 특히 밀라노에서 2경기를 했는데요.


A 확실히 산 시로를 운 좋게 두 번 간 것이 기억에 남아요. 엄청난 곳이라는 걸 다들 아시잖아요. 저도 그렇게 예상하고 도착했는데 생각보다 더 웅장해요. 경기 전날 운동할 때 팬들이 안 들어왔는데도 분위기에 압도되더라고요. 그리고 다음날 경기하는데 하필 저희 팬들이 전면 입장금지여서 그쪽 응원만 들으면서 경기하니까 장난 아니었어요.


▲ 현지 팬들이 알아보셔서 식당에 못 가겠어요


Q 위압감이 넘치는 경기라면 즈베즈다와 파르티잔의 '영원한 더비'를 빼놓을 수 없죠. 전반기에 파르티잔 원정을 다녀오셨잖아요. 그 후 국가대표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즈베즈다에서는 총도 쏘는데 요르단 텃세는 아무것도 아니다"라고 이야기하셨고요.


A 더비는 제가 즈베즈다에 합류하고 얼마 되지 않아 치렀죠. 과격한 건 확실해요. 그나마 저희 홈팬들도 너무 응원을 잘해주시고 열정적으로 해주시니까 원정이라는 느낌은 별로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이제 한달쯤 지나면 저희 홈에서 더비가 열려요. 기대됩니다.


Q 그날 파르티잔 감독이 투척물에 맞아서 피를 흘릴 정도였는데 오히려 즈베즈다 선수들은 공포를 느끼지 않았나 보네요?


A 사실 상대팀 사람이 다쳤다는 건 (고)영준이한테 들었어요. 영준이는 운동장 빠져나가는데 팬들이 엄청 뭘 던졌다고 하더라고요. 저희는 그 틈에 비교적 편하게 나갔죠.


Q 즈베즈다 팬들이 시내에서 많이 알아본다면서요?


A 리그 경기를 치른 날 식당에 갔는데 즈베즈다 팬이 몇분 계셨나 봐요. 제가 주문하려고 하는데 한 남성분이 저는 못 알아듣는 말로 응원가를 부르기 시작하시더니, 저희팀에 제 응원가 '부르스 리 노래'가 있는데 식당에 있는 모든 분들이 그걸 부르시는 거예요. 제가 세르비아 마인드면 즐겼을 텐데 한국인이다보니 너무 부끄러웠어요. 그래서 같이 간 사람들에게 '야 다른 식당 가자'라고 말하고 얼른 나왔어요.


Q 영우 선수는 MBTI에서 확신의 E(외향), '인싸' 아니었나요?


A 한국에서는 그랬는데, 식탁을 거꾸로 들어서 머리 위로 흔들면서 노래하시는 모습을 보니까 '나가자'라는 말이 절로 튀어나오던데요.


설영우(츠르베나즈베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설영우(남자 축구대표팀). 김희준 기자

▲ 이젠 나도 터프한 선수


Q 이번 시즌의 전반기가 끝났습니다. 중간결산을 해 볼까요?


A 첫 유럽진출 후 반 시즌 지났는데요. 축구뿐 아니라 세르비아라는 나라에도, 해외진출이라는 경험에도 적응이 힘들 거라고 각오하면서 왔어요. 반년 동안 적응만 완벽하게 하자는 게 목표였죠. 그런데 운 좋게 (황)인범이 형과 함께 팀 생활을 시작하면서 적응을 빨리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고요. 그래서 경기도 꾸준히 나올 수 있었고 감독님이 좋게 봐 주셔서 매 경기 기회를 주시는 것 같아요. 퍼포먼스는 둘째 치고 적응을 빨리 했다는 부분을 스스로 좋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반 시즌 남아 있는데 이제 챔피언스리그가 끝났으니 리그와 컵만 준비하면 돼요. 저희가 리그에서 너무 잘하고 있고 자국리그에서는 최강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하던 대로 준비하면 남은 대회들은 우승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요즘 전술적으로도 많이 성장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A 대표팀에서는 앞에서 뛰는 선수에 따라 제가 맞추죠. 보통 왼쪽에서 뛸 때면 윙어 (손)흥민이 형이 측면에 벌려서 공 받는 걸 좋아하시니까 제가 안으로 들어가면서 포지션을 잡을 때가 많고요. 오른쪽에서 뛰면 (이)강인이가 안으로 좁히면서 플레이하니까 제가 측면으로 벌리고요. 대표팀 최고 선수들에게 맞춰서 뛰어야죠.


Q 사실 즈베즈다에서의 전술에 대한 질문이었는데요. 즈베즈다는 대표팀보다도 더욱 전술적인 역할이 더 복잡해 보이더라고요. 레프트백, 라이트백, 스토퍼를 오가면서 빌드업, 측면 돌파 등 다양한 역할을 부여 받고 있죠.


A 왜 감독님들은 늘 저에게 그런 어려운 역할을 주시는 걸까요? 열심히 소화하고 있습니다.


Q 어려운 축구를 통해 많이 성장했나요?


A 그것도 있고, 여기 와서 성장한 건 거친 축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거예요. 원래 저는 거친 몸싸움을 피하는 편이었는데 여기는 축구 스타일이 워낙 거칠어서 저도 지지 않고 부딪칠 수 있게 됐습니다.


Q 설날은 어떻게 보냈나요?


A 챔피언스리그 뛰느라 설날인지도 잘 몰랐죠. 가족들에게만 전화는 한 통 했어요, 저만 빼고 다 모여 있더라고요. 사실 축구하면서 설날과 추석을 같이 못 지낸지 너무 오래돼서 익숙하죠. 모여 있는 가족들과 통화하며 잠깐 의미를 새긴 게 전부예요.


Q 마지막으로 인사 부탁합니다.


A 한국에서도 과분한 응원과 사랑을 받아왔는데, 지금은 다른 팀들에 비해 중계도 잘 안 되는 팀에서 뛰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경기결과와 출장여부 관심 있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분들 덕분에 힘이 정말 많이 나고 행복하게 외국 생활 하고 있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며칠 전 설이었는데 소중한 분들과 즐겁게 잘 보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시길 빕니다. 응원도 많이 해 주시고요. 대표팀 경기 때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진= 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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