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해커' 가짜뉴스 원조는 부정선거론자가 쓴 소설? [오마이팩트]
[김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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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미 작가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가짜뉴스 증폭기' 인포그래픽. 지난해 12월 12일 디시인사이드 동덕여대 갤러리에 올린 이른바 '48시간좌'의 '소설'이 <스카이데일리> '선거연수원 중국인 해커 체포' 오보 원조라고 밝혔다. |
ⓒ 박성미 작가 제공 |
프리랜서 작가인 박성미씨는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해당 가짜뉴스 형성 과정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가짜뉴스 증폭기'란 제목의 인포그래픽을 올리면서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 하나가 있다"라면서 "이 이야기의 원조가 디씨 갤러리의 '소설'이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는 지난해 12월 24일 <시사인> '12.3, 선관위 연수원에서 실무자·민간인 90여 명 감금 정황' 보도를 왜곡한 가짜뉴스가 발단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매체는 12.3 내란 당시 계엄군이 투입된 경기도 수원시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에서 연수를 받던 선관위 관계자와 민간인 등 90여 명의 출입이 통제됐다고 보도했지만, 보수 성향 유튜버인 '누리PD TV' '신인균의 국방TV'를 비롯해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대표, <스카이데일리> 등은 이들을 중국인 해커로 바꾼 가짜뉴스를 확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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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와 직권남용 혐의로 긴급체포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가 예정된 가운데 지지자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참가자들이 'CHINA OUT!' 'CCP(중국공산당) OUT!' 등 반중국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
ⓒ 권우성 |
실제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 사이에 '48시간좌'로 불리는 한 누리꾼은 지난 12월 8일부터 디시인사이드 동덕여대 갤러리 게시판에 비상계엄을 옹호하면서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글을 연속으로 올렸다.
특히 지난 12월 12일 오후 7시 50분 '[48시간 외전_20] (추리소설) 선관위 3곳 압수수색의 비밀'과 '[48시간 외전_22] (추리소설) 선관위 압수수색의 비밀(2)'란 제목의 글을 연달아 올렸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탄핵소추안 처리를 이틀 앞두고 대국민담화에서 "선관위 전산시스템이 엉터리"라며 부정선거 음모론에 불을 지핀 직후였다.
그는 해당 글 머리에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추리소설이야. 철저하게 추리소설이야. 사실 확인은 모르겠고, 난 지금부터 중국의 해커가 되는 소설을 쓸게"라며, 아무런 근거 제시 없이 음모론을 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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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른바 '48시간좌'가 지난해 12월 12일 디시인사이드 동덕여대 갤러리에 올린 글. '소설'에 빗대 12.3 내란 당시 계엄군이 투입된 선거연수원에 중국인 해커가 있었다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했다. 이는 선거관리위원회와 주한미군 등에 의해 모두 허위 사실로 밝혀졌다. |
ⓒ 디시인사이드 |
당시 이들 갤러리 게시판에는 '48시간 좌 펌(선관위 90여명 감금 사건 뉴스) 공론화 필요하다'거나 '주작(조작)이라기엔 48시간이 풀어놓은 소설이랑 너무 일치함', '민주당 날뛰던게 선관위 연수원 90명 이거 때문이였네' 같은 제목의 글들이 인기글로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선거연수원이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로 활용됐다는 4년 전 언론 보도를 왜곡해 선거연수원에 있던 이들이 중국인이라는 확증을 더 키웠다.
하지만 2020년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선거연수원은 그해 3월부터 무증상으로 해외에서 입국한 '수원시민'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1∼2일 머무르는 임시생활시설로, 중국인 입국자는 입소 대상이 아니었고 이조차 입소자가 줄면서 그해 5월 운영을 종료했다(관련보도 : KBS '수원시, 무증상 해외입국자 임시생활시설 운영 종료').
아직까지 글쓴이의 정체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지난 12월 15일 이후 '48시간좌'의 새로운 글은 올라오지 않고 있다.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자 그는 "나 국정원 아님.. 진짜 아님"이라면서 "내가 국정원이라기엔... 너무 허술하잖아? 스카이데일리나 sbs나, 황교안 총리나 민경욱 의원이나 강신업 변호사나 박주현 변호사나 배승희 변호사나... 이런 분들도 모두 다 알고 있는 내용"이라며, '부정선거 음모론'과 관련된 이들을 직접 거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사인>은 지난 1월 17일 "본 기사 내용과 상관없이 가짜뉴스 생산·유포 세력은 '선관위', '실무자', '감금 정황'이라는 단어에 난데없는 '중국인', '간첩', '미군'과 같은 키워드를 자의적으로 조합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가짜뉴스를 무한 생산해 냈다"라면서 "기사 내용은 읽지 않고 유리한 부분만 자의적으로 따서 가짜뉴스 생산에 활용하는 이들의 행태"를 꼬집었다(관련 기사 : '수원 선관위 연수원 중국인 99명 체포'는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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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증앙선거관리위원회, 팩트체크 유튜브 영상 갈무리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 진실을 알려드립니다'(2025.1.23.) |
ⓒ 중앙선관위 |
급기야 주한미군사령부까지 지난달 20일 "한국 언론 기사에 언급된 미군에 대한 묘사와 주장은 완전히 거짓"이라고 공식 입장을 내놨다(관련기사 : 주한미군 "'선관위서 중국인 99명 체포'는 가짜뉴스" https://omn.kr/2bx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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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팩트] |
SNS·인터넷 커뮤니티 |
"계엄군 선관위 압수수색은 중국인 해커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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