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들도 놀랐던 그의 연기... 배우 이주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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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주실(81세)이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연극 무대 위에서 주인공 윤석화, 그리고 이주실의 연기는 빛났다.
"최근 암 판정을 받았던 일본 여배우가 있는데, 오히려 더 잘 나갑니다. 선배님도 용기를 내시고 그 얘기를 연극으로 하세요. 제가 쓸게요."
"우리 배우들에게 죽음이란 두렵지 않지. 죽는 역할을 받은 거라 여기고 그런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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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원 기자]
배우 이주실(81세)이 지난 2일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는 약 3개월 전 병원에서 위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이주실은 1965년 연극배우로 데뷔해 '맥베스', '세일즈맨의 죽음' 등 여러 연극에 출연했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황준호(위하준) 형사의 엄마로 출연했다.
그와는 1995년부터 인연이 있다. 일본에서 활동하며 < 현대일본희곡 10선 > 1편과 2편을 번역했던 내게 일본 연극 기획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덕혜옹주'라는 연극이 공연하러 오는데, 일본어 자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1995년 제2회 Beseto 연극제의 '덕혜옹주'(작 : 정복근, 연출 : 한태숙, 출연 : 윤석화·이주실·한명구·원근희·강신일·한상미·심영민·명로진·조주현 등) 대사를 현장에서 일어로 번역해 자막을 만드는 자막 연출을 맡았는데, 이때 만난 배우가 이주실이었다.
'자막 연출'이란, 무대에서 연기하는 한국 배우의 한국어 대사를 들으며 일본어로 자막을 내보내는 타이밍을 지시하는 일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일본의 연극 공연장에서 일본어 자막을 내보내는 일은 없었기에 흐뭇했던 기억이 난다.
연극 무대 위에서 주인공 윤석화, 그리고 이주실의 연기는 빛났다. 그들 덕분으로 성공적인 공연이 될 수 있었다.
뒤풀이 식당에서 윤석화(덕혜옹주 역)와 열연을 했던 한명구(소 다케유키 역)는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도중에 전율을 느꼈다. 한국 공연 땐 별로 반응이 없던 장면들에 관객이 놀랍게도 호응을 해주었다. 아마 일어 자막의 힘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공연이 끝난 직후, 극장 로비에서 연극 관계자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60대 여성 두 명이 날 찾는다고 했다. 도쿄 근처 이바라키(茨城縣)와 도치기 현(栃木縣)에서 왔다고 했다.
"그때의 일이 기억이 나요. 우리 동네 어른들이 그랬죠. 조선의 왕족 여성이 왜 여기에 살고 있는지 어린 나이에도 좀 이상하다 여겼어요. 그녀는 커다란 집에서 살고 있었지요."
"그럼, 그 여성을 만나본 적이 있나요?"
다급히 묻는 내게 그들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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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쌍코랑말코랑 이별연습'을 공연했던 이주실. 1인극으로 만들어 본인의 암판정을 세상에 고백했다. 당시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관련기사. 이주실의 바로 우측에 글쓴이가 보인다. |
| ⓒ 김경원 |
"이 말은 아직 아무에게도 안 했는데, 유방암 선고를 받았어."
일본을 떠나는 선배의 충격적인 말에 잠시 말문이 막혔으나, 이내 나는 조심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최근 암 판정을 받았던 일본 여배우가 있는데, 오히려 더 잘 나갑니다. 선배님도 용기를 내시고 그 얘기를 연극으로 하세요. 제가 쓸게요."
그 후로부터 1년이 지난 1996년 11월, 이주실은 본인의 암 투병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1인극 '쌍코랑말코랑 이별연습'(연출 : 박용기)을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공연했다(쌍코와 말코는 이주실의 두 딸 별명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는 1993년 유방암 판정과 함께 1년밖에 못산다는 말을 들었지만, 병마에 굴하지 않고 연기 활동을 계속해 나갔던 것. 이후 10여 년 투병 끝에 완치 판정도 받았다고.
어느날 이주실이 해준 말이 떠오른다.
"우리 배우들에게 죽음이란 두렵지 않지. 죽는 역할을 받은 거라 여기고 그런 연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니까."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빈소는 서울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5일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코리아아트뉴스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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