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 2심도 전부 무죄, 허공에 뜬 '박근혜 뇌물' 목적

선대식 2025. 2. 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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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오후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결심공판에서 이재용 회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지만, 결국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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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불법승계 혐의 항소심 판결] 장충기폰 등 위법수집증거 판단 바뀌지 않아

[선대식 기자]

▲ 이재용,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정민
[기사보강 : 오후 4시 40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불법합병·회계부정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백강진·김선희·이인수 부장판사)는 3일 오후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을 변경해 기존 공소사실을 구체화·명확화하거나 예비적 공소사실을 추가하는 등 반전을 노렸지만, 무죄를 뒤집지 못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최지성 전 실장(부회장), 장충기 전 차장(사장), 김종중 전 전략팀장(사장) 등 나머지 13명 피고인들도 무죄였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의 합병이 이 회장의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고 합병 추진 과정에서 이 회장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지시로 각종 불법행위가 있었다고 봤다. 2020년 9월 이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삼성바이오로직스 거짓공시·분식회계 관련 외부감사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겼다. 구체적인 혐의만 19가지에 달했다.

하지만 2024년 2월 1심에 이어 이번 2심에서도 전부 무죄가 나오면서 검찰은 궁지에 몰렸고, 이 회장 측은 법률적 부담이 한결 가벼워졌다.

위법수집증거 판단, 바뀌지 않았다
▲ 이재용,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 이정민
항소심 핵심 쟁점 중 하나는 위법수집증거 논란이었다. 검찰은 1심 재판에서 18테라바이트 분량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서버, 삼성바이오에피스 NAS 서버, 장충기 전 사장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로 제출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이들을 위법수집증거로 보아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고, 이는 무죄 선고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전자정보에서 '(범죄혐의사실) 유관증거만 선별하여 복제·출력하고 혐의사실과 관련 없는 전자정보의 임의적인 복제를 막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게 1심 판단이었다.

2심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2심 재판부는 각 서버 압수수색 과정에서 탐색·선별 등의 절차와 실질적인 참여권 보장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장충기 전 사장 휴대전화에 대해서도 전자정보 선별절차나 상세목록 교부가 없었고, 범죄혐의 무관 정보의 삭제·폐기 의무도 이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형사 사법의 정의 실현을 위하여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어야 할 사정이 있다고 하기 어렵다"면서 "다만 검사 주장 핵심 증거들에 대하여 일단 증거조사를 시행하였고, 필요한 경우 개별 판단 부분에서 그 내용을 살펴봄으로써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가치와의 조화를 도모했다"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재용 회장 승계작업을 인정했는데... 재판부 "상충되지 않는다"

검찰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이재용 회장 승계작업을 위한 것이었음을 대법원도 인정했는데, 1심이 이와 배치되는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지난 2020년 6월 최순실(최서원)씨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판결을 최종 확정했는데, 이 회장이 미래전략실 주도 하에 최소한의 개인 자금을 사용하는 승계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고, 개별 현안으로는 합병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은 이 사건 합병에 피고인 이재용의 지배권 강화라는 목적이 존재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유일한 목적이 아니고 합리적, 사업상 목적이 존재했고 합병을 통해 그룹 지배 강화와 경영권 안정이 이뤄지면 (구 삼성)물산과 주주에게도 이익된다고 판단했다"면서 "(대법원 판결과 1심 판결이) 서로 대립 상충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통무죄

재판부는 이재용 회장의 모든 혐의에 무죄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피고인 이재용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시점을 선택하여 합병을 전단적으로 결정하고 합병의 목적, 경위, 효과 등에 관해 허위 내용을 공표했다'라는 검찰 주장을 물리쳤다.

재판부는 "당시 모직 주가는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에 의하여 상승추세였으나, (구 삼성)물산 주가가 부당하게 왜곡되거나 억눌려있었다고 보기 어려우며, 피고인들이 모직 주가는 고평가된 반면 (구 삼성)물산 주가는 저평가된 것이라 인식했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판시했다. "합병 시너지 60조원은 양사가 중장기사업계획에서 예상했던 각자의 매출액을 단순 합산하여 합병 후의 매출액 목표로 설정한 것이라 허위라 할 수 없다"고도 했다.

또한 "합병비율 적정성 검토보고서 작성은 안진의 제안으로 시작되었고, 삼성 측이 주가 기준 합병비율에 맞출 것을 요구하였다 보기 어려우며, 안진이 평가 과정에서 주가를 염두에 두고 평가를 하였다 하여 조작이라 할 수 없고, 보고서의 개별항목이 조작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라고 밝혔다.

이밖에 주총과 주총 이후 단계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는 모두 인정되지 않았다. 2015회계연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부정 혐의를 두고 재판부는 "일부 피고인들의 특정한 의도 내지 방향성을 드러내거나 문서를 조작하는 등의 부적절한 행위가 개입했다"면서도 "검사의 주장과 달리 전체적으로 판단에 이르는 근거와 과정에 최소한의 합리성이 존재했다"라고 설명했다. 업무상 배임도 인정되지 않았다.

항소심 선고 직후 이재용 회장은 말없이 법원을 빠져나갔다. 이 회장 쪽 김유진 변호사(김앤장)는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신 재판부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며 "이 사건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정말 긴 시간이 지났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이제는 피고인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라고 밝혔다.
▲ 이재용,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무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항소심 선고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이 회장의 변호인단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참여연대 "법 앞의 불평등" 비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3일 성명을 내고 무죄 선고를 거세게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 지배권 승계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한 혐의 등으로 탄핵됐을 뿐만 아니라 형사처벌을 받았으며, 이재용 회장도 뇌물공여죄로 실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라며 "게다가 지난해 서울행정법원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2015년 분식회계 존재 및 삼성물산 합병과의 관련성을 인정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이 모든 판결들을 외면하고 일방적인 합병작업 지시와 분식회계를 부정한 2심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할 수 없다. 이재용과 박근혜가 목적 없는 뇌물 때문에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했다.

참여연대는 "그동안 국가경제를 고려한다는 명분으로 재벌총수에게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관행이 있었다. 이번 서울고등법원 판결은 자본시장을 보호하기는커녕 자본시장질서를 교란한 범죄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과 다름없다"면서 "법원마저 특정 재벌총수를 비호한다면 대한민국 재벌그룹의 후진적 지배구조는 더 이상 개선될 수 없다. 참여연대는 서울고등법원 판결을 인정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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