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무굴 천문학의 테마파크, 잔타르 만타르

무굴 제국의 천문학은 중세기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전통을 이은 이슬람 천문학과 인도의 브라마굽타에서 시작한 힌두 천문학을 융합 발전시킨 결과였다. 농업 생산력 확대를 위해 정확한 역법이, 해상 무역을 위해 정교한 항해용 천문표가 필요했다. 천문학은 제왕의 학문으로 국가 경제발전의 가장 중요한 지식 인프라였다.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이 현대 우주론의 새 지평을 열었듯이, 우수한 관측기구는 천문학 발전의 필수 요건이다. 무굴에 속한 암베르 왕국의 자이싱 2세(재위 1699~1743)는 ‘측정 도구’라는 뜻의 잔타르 만타르를 북인도 일대 5곳에 건설했다. 뉴델리·마투라·우자인·바라나시, 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도시 자이푸르다. 완전히 사라진 마투라를 제외한 4곳은 15~20개의 천문 관측기구들을 모아 비슷한 형식의 천문대이다.

1733년 완공한 자이푸르의 잔타르 만타르(사진)는 별 위치를 측정하는 자야 프라카슈 등 19개의 기구를 건설했다. 궁궐 정문 앞의 이 왕실 천문대에 23명의 천문학자가 연구에 종사했다고 한다. 특히 라구 삼랏 얀트라는 지구 회전축과 평행하게 기울어진 27도 빗변을 가진 세계 최대 해시계다. 27m 높이로 ‘위대한 도구의 왕’이라는 이 기구는 2초 단위까지 측정할 만큼 정교하다. 서로 다른 경사도를 가진 12개의 라시발야 얀트라는 황도 12궁의 별자리를 관측하는 집합 기구다. 여러 모양의 기구들을 활용해 일출·일몰 시간, 지역별 방위각 등 새로운 천문표(zij) 작성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자이싱 2세가 출간한 ‘천문 가이드북’에는 이곳의 데이터를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형태의 관측기구들은 원통형·반구형·미끄럼틀형 등의 석조 건축물들로 그 자체만으로 흥미로운 공간을 이룬다. 독창적 기구들을 전시하여 과학 입국의 상징성을 과시했던, 세계 최초의 천문 테마파크로 더 큰 가치가 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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