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기다려"... 해저 유해 발굴 '장생탄광' 유족의 눈물
[조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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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오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갱구 입구에서 잠수사들의 유해발굴이 진행되자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다. |
| ⓒ 조정훈 |
잠수부가 들어간 지 1시간 30분가량 시간이 흐른 후에도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혹시 잘못되지나 않았을까 하는 불안감도 감돌았다. 잠시 후 잠수부가 나오는 것을 암시하는 생명줄이 움직이자 유족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갱도 안에 들어갔던 잠수부는 105분이 지나서야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잠수부의 손에는 산소통 외에는 아무것도 들려있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기대하며 기다렸던 유족들은 그래도 무사히 나왔다는 안도감에 "수고했다"면서도 아쉬운 눈물을 흘렸다.
갱도 안 265m까지 수중 탐사 "350m 쯤 들어가면 유골 있을수도"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조선인 136명을 포함해 모두 183명이 수몰사고로 희생당한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조세이탄광(장생탄광·長生炭鑛)에서 83년 만에 유해를 발굴하는 수중탐사가 진행됐다.
우베시 연안에 있는 해저탄광인 장생탄광은 조선인들이 많아 '조세이탄광'으로도 불렸다. 이곳에서 1942년 2월 3일 오전 9시 30분쯤 해저 갱도가 무너지며 183명이 수몰돼 숨졌다. 그후 갱도는 누군가에 의해 막혔고 이들의 유해는 일본 정부의 무관심 속에 지금까지 바닷속에 방치돼 있다.
일본 시민단체인 '장생탄광의 몰비상(수몰사고)을 역사에 새기는회(새기는회)'가 지난해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모금한 금액으로 중장비를 동원해 장생탄광 입구를 찾았고 그해 10월에 이어 두 번째 수중탐사를 진행했다.
전날에 이어 1일 오후에도 수중탐험가인 이사지 요시타카(伊佐治佳孝)씨 등 2명은 장생탄광 안 250m 지점까지 들어갔으나 유해를 찾지 못했다. 이들은 2일까지 수중탐사를 계속 진행한다.
| ▲ 183명 수장된 일본 장생탄광 들어간 잠수원 [현장영상] 일반 시민을 비롯해 원폭피해자후손회, 시민단체, 국회의원, 대학교수, 종교인 등으로 구성된 '장생탄광 강제연행 조선인 유해발굴단'(아래 한국추모단)이 2025년 2월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長生炭鑛·조세이탄광)에서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제를 진행하고 유해발굴 현장을 지켜봤다. 이 영상은 일본인 잠수원이 2월 1일 장생탄광 갱구에 들어가 수중 유해 수색작업을 마치고 나오는 모습. 현지 취재 조정훈 기자 ⓒ 조정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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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갱구 입구에서 183인의 희생자 유해를 발굴하기 위한 잠수가 진행되자 유족들과 한일 양국 시민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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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오후 장생탄광 갱도 안을 수중탐사한 이사지 요시타카씨가 105분 동안 탐사를 마친 후 갱구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
| ⓒ 조정훈 |
이어 그는 "갱도 안에는 구조물이 많아 마치 정글짐을 빠져나가는 듯 했다"며 "더 들어가면 갱도가 무너져 있을 수 있다. 그럴 경우 옆길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올해 4월 추가 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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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해저탄광인 장생탄광 희생자 추모제에 참석한 한국추모단이 바닷가에 우뚝 솟아있는 환기구인 피야를 바라보고 있다. |
| ⓒ 조정훈 |
한국 정부에서도 김민재 행정안전부 차관보와 강호증 주히로시마 총영사가 참석했고 강창헌 재일본대한민국민단 야마구치현지방본부 단장, 리수복 재일본조선인총련합회 야마구치현본부 상임위원회 위원장, 김준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원폭피해자후손회, 대학교수, 종교인, 일반 시민 등 대구를 중심으로 전국에서 모인 '장생탄광 강제연행 조선인 유해발굴단'(아래 한국추모단) 100여 명도 참석해 함께 추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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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노우에 요코 새기는회 공동대표가 장생탄광 83주기 추모제에서 발언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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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올해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이하지만 일본 내에 방치되어 있는 이 유골을 그대로 둔 채 '미래 지향'이라는 말은 있을 수 없다"며 "한일 공동 사업으로 '장생탄광의 유골 수습 및 반환'이 선언되면 한일의 미래 지향은 더욱 확고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노우에씨는 "탄광 희생자 유골이 유가족의 품에 안겨 고향으로 돌아가는 과정은 동시에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밝히고 역사의 한 페이지에 새기는 과정이기도 하다"라면서 "우리는 희생자의 존엄을 회복하는 일을 통해 한일 간의 신뢰와 우정에 기여하고 재일교포에 대한 혐오에 맞서는 방파제 역할도 함께 하겠다"라고 말했다.
양현 장생탄광 희생자 대한민국 유족회장은 "그동안 일본 정부는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청구권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수행하지 않았다"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과의 법적 투쟁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무책임한 일본 정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정부의 적절치 못한 보상 청구에도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양국 정부의 무책임한 일처리는 고통받아온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을 더욱 절망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양 회장은 "일본 정부는 과거에 합의한 현실주의에 입각하여 보이는 유골만 발굴하고 해저에 매장되어 보이지 않는 유골의 발굴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면서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하여 잘못된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고 유골을 발굴하고 수습하여 고향 땅에 봉안해 달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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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추모광장에서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 유족들이 추모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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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일 오전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추모광장에서 일본인 희생자 후손들이 합장하며 추모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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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혁 의원은 "우리는 우리 역사에 대해 너무나도 무지했다"라며 "이 매서운 바닷속에서 편히 쉬지 못하고 있는 그대들의 고통을 잘 알지 못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당신들이 이곳으로 오도록 했던 일본 정부는 아직까지 유골 수습도, 그 어떤 반성과 사죄도 하고 있지 않다"라며 "당신들의 아픔을 기리는 데에는 국적도, 지위고하도 중요하지 않다. 그대들이 편안히 잠들 수 있도록 양국 정부가 유해 발굴과 봉환에 힘쓰게끔 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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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 장생탄광 추모비 앞에서 열린 83주기 추모제에서 한일 청소년단 학생들이 '갱구도 미래도 열자'는 손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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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누군가는 미래 세대인 너희들과 이 탄광이 무슨 상관이냐라고 물을 수도 있지만 우리에겐 정말 중요한 일"이라며 "우리 청소년들은 불행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고 제국주의나 전쟁 같은 잘못들이 반복되지 않는 미래를 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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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에서 수몰돼 희생된 강제징용 조선인들을 포함한 183인의 유해 발굴과 추도행사에 참석한 한국추모단 중현 스님이 극락왕생을 발원하는 천도의식을 진행하고 있는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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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에서 83년 전 수몰사고로 희생된 강제징용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한국에서 온 추모단 형남수씨가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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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1일 일본 야마구치현 우베시에 있는 장생탄광 갱구 입구에서 열린 추모제에서 춤꾼 박정희씨가 희생자들의 이름이 새겨진 옷을 입고 살풀이춤을 추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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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지난달 31일 열린 일본 중의원(하원)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겐마 겐타로 입헌민주당 의원의 장생탄광 유해발굴을 묻는 질문에 후쿠오카 다카마로 후생노동상은 "80여 년 전에 사고가 발생한 해저 갱도로 들어가 발굴 조사를 하는 것은 안전상 우려가 있다"며 조사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제 고향으로 돌아가요
침묵의 검은 바다를 건너
생명의 바다, 평화의 바다를 헤엄쳐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요
죽음의 바다를 건너, 평화의 물결 넘실대는
생명의 바다를 건너 이제 돌아가요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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